![]() "방금 뭐라고 했어? 나한테 뭘 해준다고?"
"요리 말입니다. 언제나 제가 하타케 상닌께 신세를 지고 있지 않습니까." "응-…" "생각해보니까 이상하더라구요. 식품 분야는 내가 전문인데 어째서 요리는 항상 당신이 하는 걸까." "으응-…" 그가 나른한 눈으로 나를 지그시 바라본다. "뭡니까, 그 미묘한 반응은. 혹시 제가 요리하는 게 불안하신 겁니까?" "나야 선생의 요리를 먹고 쓰러진다 해도 상관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괜찮아. 그런 건 그냥 내가 할게." "사람이 모처럼 성의를 보이고 있는데 거절하지 말아주십시오. 어제부터 뭘 만들지 고민했단 말입니다." "그렇구나… 그럼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다니. 정말 불안하기라도 한 건가.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수만가지의 레시피를 꿰차고 있는 내가 요리하는 것이. 그야 나는 이론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고, 자신이 직접 그런 요리들을 해먹는 일은 드물다. 집에 돌아가면 피곤하고 귀찮으니까. 요리사 뺨치는 실력을 자랑하는 하타케 상닌(이 재수뿡은 딱히 못하는 게 없다.)에 비하면, 분명 맛이 좀 (?)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도 나름의 자취 경력이 있고, 세심한 손길을 타고난 여자니까, 요리 쯤은─. 얼마든지──. "……." 아, 싫다. 어째서 스스로도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는 거지. 좋아하는 남자가, 혹시라도 내 음식을 먹고 인상을 찌푸린다면… 아니, 탈이라도 난다면……. 생각하고 싶지도 않지만, 일단 아예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라 치고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 "읏흠! 그래서 말입니다만, 뭔가 드시고 싶은 것 없습니까?" "선생이 해주는 거라면 뭐든 다 좋아. 그저 단 것만 피해줘." "하타케 상닌께선 단 것에 약하시지요. 알고 있습니다." 집에서 식사를 할 때 이 사람이 내어오는 음식들은 보통 간이 약하고, 그 중에서도 단맛은 거의 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싱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먹다보면 '건강도 제대로 생각하는 음식이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요리에서도 빈틈없는 성격이 나타난달까. "장보기는 아직이지? 도와줄까?" "아닙니다. 이번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 집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계십시오." "집에 가도 딱히 할 일 없어. 뭣하면 짐이라도 들어줄게." "엣, 괜찮은 겁니까?" "응." 전부터 종종 그가 짐을 들어주기는 했지만 같이 장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있으니 그럴 수가 없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 동안 큰길에서는 동행을 하는 일부터 그다지 많지 않았다. 요즘 하타케 상닌의 태도를 보면 딱히 의아한 일도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다. (…) 평소에는 가게에 들러도 별로 사는 것이 없는데, 오랜만에 이것저것 둘러보고 했더니 오늘은 장보기가 꽤나 큰일이었다. 짐만 들어주기로 했던 하타케 상닌은 어느새부터인가 옆에서 여러 가지로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고, 깨닫고보면 장보기를 완전히 주도하고 있었다. ○○은 ○○에서 파는 것이 가장 신선하고 가격도 합리적이다. -라든가, 나도 모르는 살림 지식들을 잔뜩 가지고 있는 그 사람 앞에서, 차마 나설 수가 없었다. (…) 오늘은 내가 알아서 한다. 그렇게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으며, 장보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곧장 그 사람을 방으로 밀어넣었다. 주방에는 얼씬도 못하도록. "선생, 냄비 안의 것을 국자로 저어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아?" "도움은 필요없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그치만 그대로 두면 눌어붙을걸." "저, 정말입니까?" 서둘러 뚜껑을 열어 저어보니 과연 그의 말대로 냄비 바닥에 단단하게 굳은 듯한 느낌이 난다. "도와줄까-? 난 준비가 되어 있는데." 그가 문틈으로 머리만 빼곰 내밀고서 이쪽을 주시한다. 말 그대로 부르면 금방 뛰쳐나올 것처럼, 어느새 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절 믿고 좀 기다리십시오!" "간 보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아-?" 듣고보니, 같이 먹을 음식이니까 하타케 상닌의 입맛에도 맞는지 확인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그럼… 잠깐 나와서 간을 보시겠습니ㄲ…" 라고, 말을 끝내기도 전에 어느덧 그가 냄비 앞에 서 있다. "선생, 여기에 단 것 넣었지?" 그가 수저로 살짝 떠서 맛을 보더니 내게 묻는다. "아무리 뭐래도 단맛이 조금은 나야 하지 않나 싶어서 아주 약간 넣었습니다만… 많이 답니까…?" "익힌 야채에서 나는 단맛을 간과했구나. 하지만 자연적으로 생긴 단맛은 딱히 상관없지." 확실히 직접 맛을 보면 내게는 보통이지만 평소 하타케 상닌의 요리보다는 좀 더 달다는 느낌이다. "저기, 프라이팬 위에 있는 것 타겠다." "아 참…" 타지 않도록 뒤집고서 몸의 방향을 되돌리자, 왠지 하타케 상닌이 싱글벙글 웃는 얼굴을 하고 있다. "방금 냄비에 뭐 넣으셨죠?" "아니-." 의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다시 한 번 맛을 본다. 무언가 이전에 없었던 향신료의 내음이 난다. "갑자기 맛있어졌는데요……." "원래 요리에는 골든타임이라는 게 있는 법이야. 제때 불을 끄는 것이 중요하지." 틱─. 자연스레 가스렌지를 끄고는, 양손에 장갑을 장착, 그가 유유히 냄비를 식탁으로 옮긴다. 왠지 속았다는 기분이 강하게 들지만 결과적으로 맛이 좋으면 상관없다는 생각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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