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가 임무로부터 돌아온 날, 평소와 같이 무덤덤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가 상당히 지쳐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 부상을 치료할 때 외에 그가 자신을 내게 맡기는 것은 드문 일이다. 잠자리에서 또한 마찬가지. 그러나 오늘은 조금 다르다. 내가 먼저 그에게 손을 뻗어 마스크를 내리고, 그 다음 조심스런 손길로 비뚤어진 서클렛을 벗긴다. 그의 입술이 닿고 그의 손이 점점 더 깊은 곳을 찾는다. 마침내 가장 깊은 곳에 다다르면, 더 이상 나비와 꽃의 접촉 같은 점잖은 행위는 없다. 남자이면서 닌자인 사람치고는 상당히 수려한 그의 손가락이 아직 준비가 덜 된 내 안을 비집고 들어온다. 그리고 쾌감이라는 어두운 수면 아래로 빠르게 침식시킨다. 정신없이 허우적거리다 필사적으로 그를 붙잡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그 다음을 애원한다. 원하는 만큼 애태우고나서 그는 비로소 나를 안아준다. 놓치지 않도록 꼬옥 끌어안고, 괜찮다고 위로하는 듯한 달콤한 소리로 내 얼어붙은 마음을 녹인다. "하… 하아……." 눈물로 흐려진 시야 속에 붉은 달이 보인다. 세 개의 검은 반점이 있는 아름다운 만월. 사람들은 이 달을 '사륜안'이라고 부른다. 우치하 일족의 상징으로서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눈. 이 남자는 유일하게 혈족 밖의 인간으로서 그것을 이어받았다. 내게 있어서 그의 왼쪽 눈은 유일한 통로… 꿈속의 그 아이와 닿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다. "오비토군……." 그가 붉은 눈과 함께 나를 내려다본다. 조금 놀란 듯한, 당황한 듯한, 그리고 무서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손을 뻗어 달을 붙잡으려 한다. 아니, 차마 그럴 수가 없다. 손 대기도 아까울 정도로 소중하니까. 그저 이렇게 손끝으로 살며시 어루만지며 그것의 존재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문득 내 손목을 무언가 따뜻한 것이 감싸온다. 그의 손이다. 희미하게 떨리고 있다. 조금 전까지 계속되던 움직임이 멈추니 이제는 너무나도 쓸쓸한 기분이 든다. "지금도 보고 싶어?"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그가 내게 묻는다. "죄송해요……." "그냥 묻고 있는 것 뿐이야." "죄송해요… 죄송해요……." "……." 그가 나를 품에 안고 따뜻한 입술로 위로한다. 그러나 그의 품은 내게 있어서 그렇게 상냥한 장소가 아니다. 머지않아 그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고, 나를 완전히 휘어잡는다. (…) "괜찮아." "네?" "괜찮다고." 모든 것이 끝난 뒤 여전히 나는 그의 품에 안겨 있다.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는 손길을 느낀다.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는데, 오늘은 유독 그가 내게 상냥하다. "조금 놀랐지만 괜찮아." 어째서 나는 그에게 몇 번이고 사과를 했던 걸까. 그가 화를 낼 거라고 생각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뭐가 어쨌든간에 그에게 안기면서 다른 남자를 생각한 것이니까. 게다가 그 남자 때문에 울어 버리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최악이다. 하지만 그는 내게 딱히 화를 내지 않는다. 그저 괜찮다고 말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줄 뿐이다. "기분 상하지 않으셨습니까?" "응. 하지만 무서워." "?" "네가 나와 자면서 이따금씩 녀석을 생각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 그럴 때 마다 내가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이야. 불쾌함 따윈 언제나 나중이고." "……." "난 무서워. 네가 이 눈 너머로 보고 있는 것이, 네 안에 죽지 않고 계속 살아 있는 것이… 정말 무서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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