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시 : 다시 생각해주십시오.
츠나데 : 생각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카카시 : 츠나데 님께서는 불의 나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통수권자 호카게이십니다. 결국 이번 일도 츠나데 님의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아닙니까. 츠나데 : 너도 이제 지긋한 나이다. 지금이라면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게 없지. 불의 나라에서 제일가는 영주의 딸과의 혼담이거늘, 그렇게 싫은가? 카카시 : 제 의사와 상관 없이 권력자들끼리 모여서 멋대로 내린 결정 따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애당초 그런 자리라면 굳이 제가 아니라도 하겠다는 이들이 많을 텐데, 왜 하필 저입니까? 츠나데 : 지난 번 네가 영주의 호위를 맡아 지휘했을 때 너를 꽤나 마음에 들어했던 모양이다. 영주도, 그의 딸도 말이야. 듣자하니 재색을 겸비한 미인이라던데. 카카시 : 소문은 소문일 뿐입니다. 하수인들을 대하는 태도가 어찌나 교만한지 인성이 딱 보이더군요. 영주님은 몰라도 그녀는 분명 일시적인 감정일 겁니다. 이번 일도 깊게 생각하지 않고 충동적으로 결정했을 테지요. 츠나데 : 어쨌든 지금 마을의 장로들은 네가 이번 자리에 꼭 '호의적인' 마음으로 참석하길 바라고 있다. 내가 호카게로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현재 시점에서 권세가들 간의 신뢰 형성은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있을 모든 일들의 기반이 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지. 카카시 : 츠나데 님, 저는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습니다. 츠나데 : 그래서 제일 처음에 묻지 않았나. 그녀와 '결혼할 계획이 있냐'고. 너는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없다는 것으로 간주해도 되는 것 아닌가? 카카시 : ……. 츠나데 : 그녀에게는 내가 다른 좋은 베필을 만들어줄 것이다. 카카시 : 츠나데 님! 츠나데 : 들어라, 카카시. 는 내게도 딸과 같은 소중한 존재다. 물론 해준 것이라곤 쥐뿔도 없지만,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그녀의 모친은 나의 절친한 동료이자 벗이었다. 해서 늦었지만 그녀를 내 제자로 받아들여 뛰어난 의료닌자로 양성할 생각이다. 굳이 네 곁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잘 살아갈 수 있을 테니 걱정 마라. 카카시 : 혹시 제가 그녀를 정식으로 맞이하지 않는 게 마음에 걸리십니까? 그래서 이러시는 겁니까? 츠나데 : 윗전의 마음을 떠보다니 건방지구나. 나는 지금 호카게로서 네 앞에 있는 것이다. 한낱 사사로운 감정으로 내 부하들의 인생이 좌지우지되도록 만들 것 같으냐. 이건 어디까지나 마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다. 겸허히 받아들여라. 카카시 : 누가 뭐래도 그녀는 이미 제 사람입니다. 제가 저의 사람을 잃게 되면, 츠나데 님께서도 당신의 사람을 잃게 되는 각오를 하셔야 할 겁니다. 츠나데 : 지금 나를 협박하는 것이냐? 많이 컸구나. 이제야 조금은 사쿠모와 비슷한 기지에 이른 것 같군. 결국 어리석은 그 녀석도 나의 부하로서 대의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렸지. 건방지게 말이야. 카카시 : 아버지께서는 어머니를 잃으신 후 오로지 저만 바라보고 사셨습니다. 다른 어떤 여자도 곁에 두지 않았고 매일 하늘에 계신 어머니를 그리워 하셨지요. 더는 만날 수 없는 것을 한탄하면서요. 저까지 그렇게 되길 바라십니까. 츠나데 : 네 말이 '차라리 죽여라' 하는 것으로 들리는구나. 좋다. 너에게도 거부할 권리를 주지. 단, 약속된 자리에 반드시 나가야 한다. 가서 무엇이 가장 좋은 결정인지 너 스스로 판단해라. 카카시 : 저는 마을을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고요. 하지만 이번만큼은 져드릴 수 없으니, 행여 일이 틀어지더라도 원망하지 마십시오. 터벅터벅─. 쾅─. ────. ──. 츠나데 : …그거야 물론. 다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거늘, 누구를 원망하겠나. (…) 마을이 떠들썩하다. 불의 나라에서 제일간다는 영주와 그의 딸이 수십 년 만에 마을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을 호위하는 데는 그들이 데려온 사병들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귀빈맞이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마을에서도 이번 일에 적잖은 인력을 배치했다. 호위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는 것으로 보여주기식 행사에 가깝다. 3대, 4대의 임기 동안 오로지 서신만으로 소통했던 그들이 불현듯 마을을 방문한 이유는 어이가 없게도 딸의 혼사 문제 때문이란다. 물론 호카게 님이나 마을의 장로들과 정치를 논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목적은 딸 바보 영주의 남다른 자식 사랑이었다. 영주의 딸이 재색을 겸비한 미인이라는 소문을 듣고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던 남자들은 그녀를 하룻동안 호위하고서 완전히 환상이 깨졌다는 듯한 얼굴이 되었다. 얼굴은 소문대로 미인이었지만 마치 자기들을 하수인이라도 되는 양 부려먹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자, 그들은 그녀와 혼담이 거론된 사람을 동정하기 시작했다. 마을의 영예가, 고작 저런 여자와 혼인을 하게 된다니.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랐던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평소에는 눈도 마주치기 어려운 장로들을 찾아가서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며 하소연하는 대담한 일을 벌일 정도로, 영주의 딸은 엉망이었다. 그들은 장로들 뿐만 아니라 호카게이신 츠나데 님께도 찾아가 진심으로 주청했다. 어떻게 이런 일을 상층부에서 멋대로 결정할 수 있냐며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만큼 마을의 영예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였다. 한때 나를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사람들이지만, 나는 그들의 마음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진심으로 따르기에 그가 좋은 베필을 만나길 바랬을 뿐이고, 애인도 뭣도 되지 못하는 내가 그들에게는 불필요한 존재로 여겨졌을 뿐이었다. 정말 호카게 못지 않은 지지력이구나. 속으로 생각하며 쓴웃음을 짓노라면 과거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대체 무슨 배짱으로 그런 사람을 대놓고 욕했던 것인지. 만약 그들이 과거의 나를 알고 있었다면 내가 왜 그들에게 그토록 미움을 받았는지 납득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자업자득인 것이다. 물론 오로지 마을을 위해서 그 정도의 희생 쯤은 감수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개 전쟁을 겪은 세대로, 지금의 평화가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앞으로 남겨진 과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든 것을 피부로 직접 느껴본 연로한 분들이었다. 두 개의 대립하는 의견 가운데 나는 어느 쪽에 서 있었냐고?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단지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 상급닌자 시험 준비로 바쁘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 일을 생각하자면 가슴이 짓눌리는 듯하면서 숨이 막혔다. 나는 그를 사랑한다. 하지만 내게는 영주의 딸과 같은 화려한 배경이 없다. 만약 내가 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다면 그것만으로 어떻게든, 얼굴에 철판을 깔아서라도 견뎌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적이 없었다. 그는 내게 단 한 번도 사랑이란 말을 꺼내지 않았다. 나란 존재는 그에게 무엇이란 말인가. 오랜 친구? 조금 특별한 부하? 남들이 모르는 숨겨진 애인? 생각하기 싫었다. 그저 눈앞에 주어진 과제에 집중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사람, 영주의 딸이라는 여자와 함께 있는 그를 보았을 때 나의 심정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그를 놓아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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