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준코의 대사를 읽어줄 마음이 생긴 거야?"
"생길 리가 없잖아요!" "아니면 뭔데?" "일단 변해주세요, 그럼 알게 될 테니까." "딱히 상관은 없지만……." 퐁- 작은 연기가 피어올랐다가 사라진다. 확 줄어든 몸집. 내가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의 하타케 상닌이 눈앞에 서 있다. 어른이 되어서는 늘 졸린 눈을 하고 있는 그이지만, 어린 시절의 눈은 보다 날카로운 빛을 띠고 있었다. 지금 그 눈이 나를 올려다 보고 있다. "자, 변했어. 이제 어떻게 하면 돼?" "그대로 잠시만 가만히 있어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무릎을 구부리고 앉으니 서로 눈높이가 딱 맞는다. 그때 그 시절처럼. "지금부터는 어린 시절의 당신에게 하는 말이예요." "?" 후우, 심호흡을 하며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은 뒤 잠시 모로 향했던 시선을 그에게 되돌린다. 정면으로 보고 말하자니 과연 긴장되지만 눈을 보면서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당신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금방 잊어 버렸을지도 몰라. 내가 당신에게 했던 심한 말들… 그렇다고 해도 난 그때 당신의 앞에서 멋대로 떠들어댔던 것을 후회하고 있어." 그는 대답 없이 그저 내 말을 듣고 있다. 조금은 놀랄 수도, 당황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표정의 변화 조차 없다. 단지 그의 눈동자에 내 모습이 비치고 있을 뿐이다. "그때 비록 오비토 군은 떠났지만 당신이라도 살아돌아와서 정말 다행이야. 그리고 린의 죽음도 당신 탓이 아니야. 어쩌면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을지도 모르고, 설령 린 대신 당신이 죽었다고 해도 난 똑같이 슬펐을 거라고 생각해." 조심스레 그의 손을 잡는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어린 시절 그의 손은 정말이지 너무 작다. 이런 작은 손으로 그 모든 아픔과 괴로움을 혼자서 견뎌내야 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해봤자 의미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나, 당신이 악몽을 꿀 때 마다 무서워. 암부의 임무를 맡을 때 마다 당신의 손이 엉망이 되는 것도 싫고, 당신이 또 소중한 사람을 잃을까봐 마음에 벽을 쌓는 거… 그게 제일 싫어. 그러니까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된다면……." 그의 손을 살며시 놓아주고는 그대로 잠시 뜸을 들인다. 망설임은 없지만 조심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두 팔을 벌려 그의 작은 몸을 끌어안는다. 따뜻한 체온,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감촉, 닿아 있는 모든 곳으로부터 무언가 전해져와 한순간 내게 여러가지 감정을 느끼게 한다. 그 중에는 아픔도 있고, 두근거림도 있다. "미안해… 하타케 군……." 지난 날 의식을 잃은 그에게 같은 말을 했었다. 그때 전해지지 못한 말은 나 자신에게 돌아왔고, 깨달았다. 이 감정을 다시 한 번 그에게 제대로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꼬옥, 무심코 그를 안은 두 팔에 힘이 들어간다. 그러자 그가 조심스레 나를 마주안는다. 차갑게 식어서 허전했던 등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그의 작은 손에 도리어 자신이 위로를 받는 듯하다. 그런데 왠지 묘하게 밝은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 팡팡- 내 등을 호탕하게 두드리며, 그가 어린 아이의 앳된 목소리로 말한다. "괜찮아, 난 너한테 미움받는 것도 나름대로 좋았어." "농담이시죠…?" 진짜 어린 시절의 그였다면 절대로 그런 말투로 말하지 않았겠지만, 뭐가 어쨌든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이 하타케 카카시라는 것을 생각하면 밀려오는 허무함과 더불어 괜히 울컥하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런 장난은 잠시 뿐, 사뭇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그가 내 어깨에 살며시 머리를 기대어온다. "아니, 정말. 나 뿐이었잖아, 네가 화내고 때리고 원망하면서 솔직하게 자신의 상처를 내보이는 사람은." "………" "너와 내가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거, 우리에게도 닮은 구석이 하나 정도는 있다는 거… 난 단지 그거면 된다고 생각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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