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의 커다란 차크라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숲의 온갖 초목들과 땅을 부순다.

 구미의 꼬리. 그것에 의해 아찔하도록 깊은 협곡이 수십개 만들어져, 더는 싸울 수 없게 된 마을의 닌자들이 하나 둘씩 나락으로 떨어진다.

 지금까지도 누군가는 아직 저 곳에 묻혀 나오지 못하고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등골이 오싹해지며 한기가 느껴진다.

 두려움인지, 분노인지, 이제는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이렇듯 그때의 꿈을 보게 될 때면 그저 조용히 눈물이 흐른다.

 "……."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을 때, 뜻밖에 나를 내려다 보고 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뒤척이는 소리를 듣고 깼던 것일까.

 "괜찮아?"

 이제는 그때와 같은 어린애가 아니니까. 딱히 나만 겪은 아픔이 아니니까. 줄곧 그래왔듯이 괜찮은 척 대답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눈물을 차마 감출 수가 없고, 갑자기 슬픔이 넘쳐 흘러서, 그의 품에 와락 안긴다.

 "선생은 언제나 뒤척이면서도 좋은 꿈을 보는 것처럼 헤실헤실 웃으니까 괜찮은 줄 알았는데… 역시 악몽을 꾸는구나……."

 "……."

 평상시 내 꿈에는 꽃미남들이라든가, 어린 시절의 친구들이 나온다든가 해서, 자면서도 즐겁게 웃음을 짓곤 한다.

 아무리 깊은 아픔이라고 해도 시간이 지나고나면 별 수 없이 기억이 흐려진다. 무엇보다 지금의 나는 혼자가 아니다.

 그러니까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가끔 무서운 꿈을 볼 때 유난히 감정이 격해지는 것을 느낀다.

 "어이구… 가슴 쿵쿵거리는 거 봐……."

 내 가슴에 살며시 손을 얹어보고는, 그가 내 옆으로 다시 몸을 눕힌다.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나를 지그시 내려다 본다. 그리고 괜찮다는 듯, 팔을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나더러 침대가 좁다는 둥, 혼자 다리 쭉 뻗고 자고 싶다는 둥 은근히 면박을 주더니, 오늘도 나랑 같이 자길 잘했지?(웃음)"

 "네, 네… 같이 있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얄밉지만 이 남자가 곁에 있어 감사한 것은 진심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나 혼자 뿐이었다면, 그와 만나기 전의 자신이 그랬듯이 지금보다 훨씬 괴로웠을 테니까.

 "선생이 무서운 꿈을 꾸는 것 같으면 깨워줄게. 안심하고 자."

 "제가 잠들 때까지 안 주무시려고요?"

 "너의 헤실거리는 웃음소릴 들어야 나도 안심하고 다시 잘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그렇게 헤실거리나? 여기서는 하타케 상닌이 나를 놀리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예전에 야마토에게도 비슷한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내가 자면서 웃는 게 무지 바보 같지만 묘하게 귀엽다든가. (…)

 문득 얼굴이 조금 뜨거워진다. 자신의 자는 모습은 달리 확인할 방법도 없고… 아니, 그보다는 마치 아이처럼 보호받는 것이 부끄러우면서도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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