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중급 닌자로 돌아가고 싶은걸."
"어째서요?" "중급 닌자 정도만 되어도 먹고 사는 데 아무런 지장도 없잖아. 구태여 상급 닌자가 되어서 S 랭크의 위험한 임무를 떠맡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 편이 나을지도 모르지." "하타케 상닌이 중급 닌자로서 지낸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예요. 당신은 중닌 때라고 해도 어려서 아무도 힘든 일 시키거나 구박하거나 하지 않았죠? 전 지난 20여년 간 쭈욱 그렇게 살아왔어요. 전에도 말했지만 모든 상급 닌자들이 당신처럼 부하에게 상냥한 것은 아니예요. 솔직히 친구들이 감싸주지 않았다면 저도 여러 번 억울한 일을 당했을 거라고요." "요즘에도 그래?" "예?" "네게 일부러 힘든 일을 시키거나 구박하거나 하는 상급 닌자가 있냐고." "그러고보니… 근래에는 없네요. 어렸을 때는 정말 사소한 일로도 꾸지람을 듣곤 했었는데." "없다면 된 거 아냐? 시험을 보겠다는 생각은 그냥 버려." "의외네요, 하타케 상닌이라면 별로 반대하지 않으실 줄 알았는데." "내가?"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의 중급 닌자 시험 때는 그보다 더 혹독할 수가 없었잖아요. 전 애도 아니니까…" "상급 닌자 시험은 중급 닌자 시험보다 몇 배는 더 위험해. 당연히 불가피하게 죽는 사람도 훨씬 많이 나오고. 그렇게 되어 있는 시스템이라는 거 알고 있잖아." "제가 죽을까봐 그러시는 거예요?" "……." 그래, 솔직히 내가 좀 약하긴 하지. 의료반 중에서 딱히 특출난 것도 아니고. 하지만 나도 그 동안 필사적으로 일해왔는데, 나는 그렇게 믿음직스럽지 못한 닌자인가? 어렸을 때부터 천재라고 불려온 사람의 앞이기 때문인지, 괜한 열등감이 느껴진다. "전부터 궁금했는데요." "?" "하타케 상닌은 왜 나랑 같이 있는 거예요?"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갑자기." "그렇잖아요, 계급도 낮아, 얼굴도 평범해, 머리도 닌자치고는 그닥… 하타케 상닌, 솔직히 제가 바보 같아 보일 때 많죠? " "잠깐,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 질문은 하지 마." "전 괜찮으니까 바보 같다고 생각하시면 그냥 바보라고 말하세요.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보단 나으니까요." "점점… 그만두지 못해?" "아, 하타케 상닌 제가 여자라서 상냥하신 건가요? 오비토나 가이에게는 보류라든가 쓰레기라든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었죠." "어렸을 때잖아, 그때의 나를 만난다면 나라도 꿀밤을 때려주고 싶을 거라고." "하지만……." "그만해." 그의 손이 내 얼굴을 덮으며 나를 저지한다. 마지막에 들었던 목소리는 조금 차가웠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걱정하고 있는 거잖아. 왜 모르는 거야?" "……." 그의 손이 천천히 멀어진다. 그리고 내 뺨을 감싼다. "당신 말야, 상급 닌자를 목표로 하기 전에 교사 실격이라고." "네…? 그게 무슨……." "클래스에 한 명 쯤은 있을 거 아냐, 나처럼 유별난 녀석. 선생님으로서 그 녀석의 기분을 전혀 모르겠어?" "아……." 네지, 사스케, 그 밖에도 여러 명이 있었다. 지금 내가 맡고 있는 반에도 있다. 과거의 하타케 상닌과 비슷한 아이……. "난 어렸을 때 또래 녀석들의 수준보다 조금 어려운 책을 읽었어. 다른 녀석들보다 빨리 학교를 졸업했어. 왼쪽 눈의 카피 능력 덕분에 보통 사람보다 술법을 많이 알고 있어. 그게 뭐? 나도 평범한 사람이야. 먹고 자고 화장실 간다고. 그런데 종종 사람들은 나를 이상하게 쳐다봐. 자기들이랑 다른 것처럼 말야. 솔직히 외로웠어. 상처입지 않으려고 애쓰다보니 나쁜 버릇이 생겼어. 실은 똑같은 사람인데 마치 다른 것처럼 남을 무시했지. 하지만 속으로는 늘 걱정하고 있었어. 가이도 오비토도 그리고 너도." 고개를 들자 슬픈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하타케 상닌의 얼굴이 보인다. 생각해보면 천재라고 해도 그의 어린 시절에는 온통 우울한 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누군가와 함께 있는 시간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그냥 같이 있고 싶어… 이유 같은 거 묻지 마…….” 쓰담-. 문득 뺨을 어루만지는 손길이 조금 쓸쓸하게 느껴진다. “죄송해요… 저… 시험을 보는 것은 조금 더 생각해볼게요…….” “응… 고마워…….” 쓰담쓰담-. 그가 내 뺨을 조금 더 어루만지고서 내게 가까이 다가온다. 뺨을 감싸고 있던 손을 뒤통수로 보내며 그 자리에 입을 맞춘다. 쪽 하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그런 다음 안아주는 두 팔이, 넓은 품이, 너무나도 편안하고 기분 좋다. 가려져 있던 부분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점점 그의 깊은 곳에 닿는 기분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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