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슬아슬 했지만 무사히 츠나데 님께 과제를 제출할 수 있었다. 한숨 돌리고 나서, 다음날 바로 개인적인 연구에 돌입했다.
사실, 훨씬 전부터 해왔던 연구인데 본격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한 것은 얼마 전부터다. 지금이라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비밀연구가 가능하니까. 요즘 나는 여가시간을 모르고 지낸다. 퇴근하자마자 집이 아닌 연구실로 발길을 돌리는 건 기본이다. 어떤 날은 소득이 너무 없어서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밤을 새고, 어떤 날은 저도 모르게 책상에 엎드려 잠들어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때로는 집사람(너무 자연스레 나와서 어쩔 수 없다)에게 얘기도 하지 않고 밖에서 날을 새버렸다. 카카시에게는 비밀 연구이기 때문에 자세히 가르쳐줄 수 없다고 얘기해 두었다. 거짓말은 아니다.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니까. 지금까지는 그렇게 넘어갔지만… 슬슬 의아함을 품을 법도… 덜컥─. 갑자기 문이 열려서 당황했다. 오늘밤 야근이 예정되어 있었던 시즈네라든지… 이길 바랐는데, 카카시가 말릴 틈도 없이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흐음, 이래서 집에 들어올 생각을 안 했구나? 생각보다 쾌적한 연구실이네. 지난번 그곳보다 넓고 깨끗해. 단지 분위기가 조금… 음습한데?" 보아하니 카카시는 '비밀'이라는 단어를 더는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일부러 내가 좋아하는 간식까지 챙겨온 사람에게 계속 변명을 하자니 마음이 불편했다. 게다가 '음습'은 뭐란 말인가? 이 어두운 곳에서 자기가 모르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고 있다는? 어쩌면 '다른 쪽'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는?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고 순순히 사실대로 불라는? 뭐, 그런 상황인가? 에이, 설마. 너무 지나친 생각… 아니, 이미 매의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대체 뭘 연구했길래 이렇게 어질러져 있어?" "……." 아저씨 보고 계세요? 며느리가 이렇게 꽉 잡혀 살아요. 멋대로 비밀을 만들고 외박한 건 잘못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연구를 핑계로 몰래 바람이라니요. 언감생심 그런 일은 꿈도 꾼 적 없어요. "흠흠, 일단 앉아 봐요. 천천히 얘기를…" "어디 보자." "잠ㄲ…" 2대 호카게 님의 예토전생. 그리고 치요 님의 전생인술. 지금까지 부단히 감추려 애써온 사실이건만. 눈 깜짝할 사이에 전부 들통나 버렸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나에 대한 것이라면 집요하리 만큼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니까. 숨긴다는 것 자체가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다. 하다못해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했는데. 이제 그것마저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차라리 터놓고 얘기하는 편이 좋을까. 아아, 사실은 그랬다. 나는 남몰래 금술을 연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 비밀로 했는지 알겠죠…? 바람 따위…" "그건 중요하지 않아." 방금 전까지 당신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 아니었던가요. 카카시는 근처의 의자를 끌어다 앉고 조용히 팔짱을 꼈다. 쌔한 분위기였지만 화가 났다기보다는 나를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이제 중요한 얘기를 시작할까. 첫째, 예토전생은 하시라마 님께서 영원히 땅속에 묻어두라고 말씀하신 금술이야. 어기면 탈주닌자와 다름없는 처벌을 받게 되지. 둘째, 치요 님께서 5대 카제카게를 살려내시고 어떻게 되셨는지 잊지 않았겠지?"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잊을래야 잊을 수 없었다. 술자의 생명을 대가로 본래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을 실현하는 것이다. 토비라마 님의 예토전생과 치요 님의 전생인술에는 분명히 그런 한계가 있었다. 통칭, '전생술'이라고 일컬어지는 그것은… 소환술, 봉인술 등 다른 수많은 것들과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는 술법이다. 맥락적으로 보면 치료인술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앞선 연구에서는 충분한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특히 모래마을은 의료관련 기술이 부족한 탓에 지금까지도 동맹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치요 님께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니 다시 한 번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심도 있는 연구가 가능하다면, 아직은 여지가 남아 있다. 어쩌면 그때와 다른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대체 무슨 배짱으로 금술을 두 가지나 연구하고 있었는지, 그렇게까지 해서 누구를 살려내고 싶었는지, 내게 설명하지 않아도 돼. 듣고 싶지 않아." "……."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여기서 멈춰. 넌 잠시 위험한 호기심을 가졌던 거야. 이만큼 했으면 충분하잖아. 이제부터 나를 생각해. 나만 생각하라고. 그게 눈 감아주는 조건이야." "아무리 뭐래도 들어주지도 않는 건 너무하잖아요… 만약 누구도 희생하지 않고 죽은 사람을 되살려낼 수 있는 방법이 진작에 발견되었다면… 토비라마 님이라 해도 저와 같은 일을…" "그럴지도 모르겠네. 불행히도 당시에 토비라마 님께는… 내가 너를 생각하는 만큼, 그를 생각해 주었던 사람이 없었던 모양이니까." "솔직히 말하면요… 아주 오래전부터 꿈꾸었던 일이에요… 어렸을 때는 아무런 방법도 찾을 수가 없었죠… 이제 겨우 한줄기 희망이 생겼는데… 기필코 내가 연구를 그만둬야만 마음이 놓이겠어요?" "……." 침묵속에 카카시의 미간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차마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힘 없이 고개를 떨어뜨린 나는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 걸까. 내 꿈… 눈물로 잠드는 것 외에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왜냐면, 내가 포기하려는 순간마다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엄마, 아빠. 오비토, 린, 미나토 선생님, 쿠시나 씨, 아스마, 지라이야 님, 모두─. "…당신의 그런 표정은 오랜만에 보네. 아직도 마음이 흔들린다니, 나도 참 지독한 것 같아. 아아, 그래. 아내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서 스스로 목숨까지 끊은 남자의 아들이니까 당연한 건지도 모르지. 누군가 내 뺨을 세게 때려서 정신차리게 해줬음 좋겠다." "미안해요……." 동거를 시작하면서 나는 이전에 자신이 보지 못했던 많은 부분들을 볼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천재라고 불렸던 카카시. 그런 사람이 겨우 나 같은 여자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카카시에게 콤플렉스였다. 사랑하는 만큼 원망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를 닮고 싶지는 않았겠지. 누가 뭐래도 콤플렉스는 콤플렉스다. 그러한 자괴감으로부터 끈질긴 괴롬힘을 당해온 것이다.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져서 건드리면 부서져 버릴 것 같다. 어쩌면 나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한 여자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은가, 천재의 프라이드에 이렇게까지 상처를 입히다니. 이렇게 되어 버린 지금까지도 내가 슬픈 표정을 짓는 것만으로 동요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면 그가 누구보다 내게 강하고, 누구보다 약한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역시 나는 혼자 살다가 죽는 편이 나아." "아니, 잠깐만요. 그렇다고 헤어지자는 말을 꺼낼 생각은 아니죠? 조금만 더 가면 결혼에 골인인데 차버리는 건 너무하잖아요. 당신과 행복하게 살 수 없다면 차라리 목 매달고 죽을래요." "감히 내 앞에서 그런 말을……." 그동안 벼르고 벼린 칼날이 내게 날아와 꽂히는 것 같았다. 카카시가 나를 노려보는 순간에는. 그러나 머잖아 그의 마음속에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났다. 희한하게도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도 모르게 그런 허탈한 웃음이 나와버린 것 같았다. "농담처럼 들리나 본데, 나도 사랑할 때는 장난 아니게 집착해요. 그러다 애인한테 두 번이나 잔인하게 차였거든요. 한 번 더 차였다간 끝장이에요. 그땐 정말 죽는 것밖에 답이 없다고요." 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없지만 알고 보면 내 프라이드가 망가지는 것을 무엇보다 즐거워하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전염이라도 된 건지 입술 사이로 피식 웃음이 새어나갔다. "죽은 녀석을 20년 넘게 잊지 못하는 여자가 어련하시겠어. 어쨌든 연구는 일단 멈춰야 해. 지금의 내게… 당신을 지켜줄 힘은 없으니까.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지." "네… 잘 알겠어요." 미래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이대로 순조롭게 흘러간다면… 아아, 카카시의 말은 더 이상 말리지 않을 테니 하다못해 '너를 지켜줄 수 있는 힘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라는 뜻이다. "그밖에 내게 숨기고 있는 비밀은 없어? 최근 반의 새로운 일원이 될 사람을 물색하고 있는 것 같던데. 그중에서 특별히 마음에 드는 녀석을 발견했다든지." "물론, 진작에 발견했죠. 하지만 당분간 비밀이에요. 미리 얘기하면 재미없잖아요." "뭐, 대충 짐작이 가긴 해. 당신은 그런 터무니없는 부분을 꽤나 마음에 들어했지. 그녀라면 나도 반대할 생각은 없어. 다만 쉽지 않을 테니까 이번에는 단단히 각오해야 할 거야." "걱정 마세요, 이래 봬도 '대장'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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