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속했으면서」 번외편입니다.
원래 본편에 포함되는 내용인데 포타 유입을 고려해서 R18 부분만 떼어내 번외로 돌렸습니다. 소설을 읽지 않으셔도 읽는 데 큰 무리는 없습니다. 그냥 하고 있을 뿐인 이야기입니다. by. 공갈이 “다녀왔습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면 이제는 도착하기 전부터 예상할 수 있는 것들이 하나둘 씩 나를 반겨 준다. 밝은 거실, 맛있는 냄새, 그리고 따뜻한 온기까지. 매일 같은 것을 보고 들으면서도 카카시가 장기 임무로부터 돌아올 때면 그것들이 얼마나 자신에게 소중했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늦었네. 접수대 업무는 진작에 끝났을 텐데. 뭐 하다 온 거야?” “어, 그게, 집에 오는 길에 라이도우랑 마주쳤어. 당신도 알지?” “그럼, 잘 알지. 미나토 선생님을 호위했던 세 닌자 중 한 명이잖아.” “오랜만에 둘이서 겐마 놈 호박씨 까는 게 너무 재밌어서 말이야. 어렸을 때부터 느끼한 낯짝을 하고는 여전히 인기가 많다니, 하하하하하…. 흠흠, 내가 뭐 도와줄 거 없어?” 자기가 주방에서 땀 흘려 요리하고 있을 때 수다나 떨고 있었다는 말을 들으면 아니꼬울 만하다. 나는 카카시가 대놓고 불평하는 것보다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게 더 무섭다. 무표정의 그가 말 없이 차를 따라 줘서 냉큼 받아 마셨다. 몸이 따뜻해졌다. “식사 먼저 할래? 좀 식었는데….” “잘 먹겠습니다. 으음, 맛있겠다.” 실은 라이도우가 고민이 있다고 해서 들어 주다 온 거지만 얘기해 봤자 궁금해지기만 하겠지. 지금 카카시의 표정이 딱딱한 이유도 대충 얼버무리고 있음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자리에 앉기 전 뺨에 입맞추자 차가웠던 그의 눈빛이 그나마 온화하게 변했다. “아부 떨긴.” 예전에는 나도 애인에게 궁금한 것이 꽤나 많은 여자였지만 그와 나의 다른 점이 있다면 그래도 카카시는 내가 피곤해질 정도로 꼬치꼬치 캐묻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이대로 끝나는 게 아니다. 그의 앞에서 잔머리를 굴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아이고, 어깨야. 얼른 먹고 씻어. 그런 다음 두고 보자.” 내 남편은 누가 뭐래도 완벽하다. 단지, 이따금씩 장점인지 단점인지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 요즘 말로는 그…. 낮져밤이라고 하나. 아무튼 그렇다. 흠흠. ‘그럼 나도 씻고 올게. 먼저 잠들면…. 알지?’ 하지만 배도 부른데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이불 속에 들어가 있으니 과연 졸렸다. 경건한 마음으로 기다리다가 그만 잠들어 버렸다. 카카시는 아직인가. 그런데 뭔가, 이불이 불룩 솟아 있길래 들춰 보니 사랑스러운 생물이 무릎 위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안녕, 내가 잠들지 않게 감시하러 온 거야?” “아니, 기다리느라 지루할까봐 놀아 주러 왔어.” 분신까지. 여유가 넘치네.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따뜻한 욕조가 그리웠구나. 그래, 오랜만에 집에 들어왔으니 목욕 정도는 여유롭게 해야지. 부드럽게 쓰다듬자 녀석이 기분 좋은 듯 웃었다. “, 나 귀여워?” “응.” 지금과는 달리 서클렛을 똑바로 쓰고 있는 이마부터 천천히 훑어내렸다. 일단, 상의는 검정색 바탕으로 측면에 하얀 일 자 무늬가 있다. 몸집이 작아서 조금 헐렁해 보였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칼을 보관하기 위해 어깨에 걸친 X 자 벨트도, 팔토시도 그때 그대로였다. 우~ 이건 제법 불타오르는걸. 미소년 취향은 없지만 내 남자라면 어떤 모습이라도. “근데, 린이 좋아했던 카카시는 좀 봐주라…. 그래도 내 단짝의 첫사랑인데…….” “귀찮게스리. 그럼 호칭을 바꿔 줄게. 선생님, 녀석들 오기 전에 나랑 재밌게 놀자.” 우우~ 그거 좋지. 웃음을 참기 힘들지만 상황극이란 유치할수록 재밌는 것이다. 카카시가 내 허벅지에 뺨을 부비적거리는 걸 보고는 여러가지 의미로 놀랐다. 경악할 때는 하더라도 모처럼이니 좀 더 놀고 싶어졌다. “카카시는… 흠흠. 인기 많지? 여자애랑은 이런 연애 안 해?” “뭐야, 그 AV 배우에게나 할 법한 질문은. 네, 안 해요. 안 해.” “어쩌다가 벌써부터 그런… 흠흠. 선생님을 놀리는 게 재밌어?” “헛기침은 왜 하는데. 응, 재밌어. 내 선생님이 훨씬 귀여우니까.” 그치만 부끄러운걸. 나는 당신처럼 능청스럽게 연기할 줄 모른단 말야. 생각하기 무섭게 눈빛이 변했다. 카카시가 내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자 뜨거운 입김이 얇은 천으로 스며들었다. 무어라 형용하기 어렵지만 등골이 오싹하며 하반신에 긴장이 들어갔다. 할말을 잃어 버린 나는 그가 내 파자마를 내리고 작은 혀로 속옷 위를 핥아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기분 좋아?” “아, 안 돼. 그만해.” 더럽게 말 안 듣고, 하지 말라면 더 하고, 그만두라는데도 속옷을 제끼고 혀를 넣는 아저씨. 아이러니하게도 당황해서 잊어버렸던 것을 떠올리고 나니 더는 당황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할 것 같으니까!” “응, 해도 돼. 할 수 있으면.” 문턱 위까지 올라서는 넘아가지 못했다. 이 인간이 진짜. 따질 틈도 없이 갑자기 이불이 크게 불어나서 놀랐다. 으아아앙. 화내야 할 타이밍이었지만 지난 며칠 동안 애정이 쌓일대로 쌓여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또 상황극인가. 그가 탈 위로 검지를 가져갔다. “목소리를 줄이지 않으면 들킬 거야.” “읏…….” “누가 너를 이렇게 만들었어? 당할 뻔한 거야?” 끄덕끄덕. 어떻게 좀 해 줘. 눈빛으로 대답했다. “잘 봐. 나는 너랑 같은 편이야. 어때, 무섭지 않지?” 살벌한 탈을 쓴데다 말하면서 하의를 풀어헤치는 남자애라면 당연히 소름끼치지만 참을 수 없었다. 야한 책 좀 적당히 읽으라고 구박하는 나도 비현실적인 부분이 불필요하게 리얼한 건 싫어하지 않는다. “구해 줬으니까, 답례로 기분 좋게 해 줘. 어떻게든 넣지 않는 선에서 끝내 줄게.” 쓰레기 연기가 왜 이리 잘 어울리는 거냐며 마음 속으로 울면서도 심장이 빠르게 뛰어댔다. 믿고 싶지 않지만 변태 녀석이 무슨 짓을 시키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딱딱한 것이 계속 허벅지 안쪽을 들낙거리고 있는데 사정감은 느끼지 못하니 엉엉 울고 싶었다. “하아…. 하아…. …….” “또… 이름… 불렀잖아…. 바보…….” 설마하니 이것도 상황극의 일부는 아니겠지. 실제로 첫경험을 치렀던 날과 달리 그야말로 해소 중으로밖에 보이지 않아서 싫어도 그런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치심과 흥분이 뒤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리니 쓰레기 같은 암부 자식이 탈을 머리 위로 올렸다. “들켜 버렸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암부와 마주칠 일도 없다 보니 탈을 얼굴처럼 인식하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같은 이유로 카카시의 탈이 벗겨질 때 겪게 되는 짜릿한 경험이 있다. 간단히 말해서 이런 얼굴이라면 쓰레기라 할지라도 사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안에… 넣고 싶어…….” 괴로워할 것 같으면 그냥 해 버리지. 일부러인 것처럼 이쪽을 보지 않아서 조르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그대로 넣어도 될 만큼 미끄러운 것을 아플 정도로 문질러대니 소리까지 자극적이었다. “낼게…….” “나도… 더는…….” “좋아… 좋아해…….” “아아아… 아아아앗…!” 잠깐, 얼굴에 낼 건 없잖아. 마지막으로 그렇게 생각하고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시야도 약간. 넋을 놓은 채 숨을 고르다가 진정되었을 때쯤 몽롱함으로부터 깨어나 카카시와 눈이 마주쳤다. “잘 먹었습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어느새 목욕을 마치고 돌아와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 ‘잘 먹겠습니다’가 되겠네.” 익숙함 +10 편안함 +10 듬직함 +10 노련함 +10 섹시함 +10 그것만으로 사기급이라 할 수 있는 남편 버프에 젖은 머리카락이나 붉게 상기된 뺨의 파급력은 상당히 강력했다. “카카시.” “응?” 때로는 풋풋하던 시절이 그리워지고 이 능구렁이가 솔직히 징그러울 때도 있지만 밤에는 무엇을 주문하든 OK라는 여유로운 태도가 뭐니뭐니해도 좋다. 좀처럼 이쪽의 바람대로 따라 주지 않아서 얄밉기는 해도 사실 내가 뭘 원하는지 다 알고 있다. “아까, 나는 말 못했어.” “뭐를?” “나도 좋아해.” “으응, 알고 있어.” 뭐라 말해도 결국에는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다시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어떤 모습을 고르든 지금은 지금 나름의 사랑스러움이 있다는 걸 슬슬 인정해 줘야 할 것 같다. “하타케 군도 좋아해.” “아저씨 눈물 나겠다.” 기억을 되찾고 나서 잠깐 소홀했던 것도…. 뭐, 인정한다. 사실은 별 거 아닌 능청스런 연기일지라도 괜히 미안해서 축축해진 내 속옷을 가지고 놀리는 것 정도는 참았다. “귀여운 건 취향이 아니었는데, 확실히 나도 나이가 들었나 봐.” 다행이네. 당신 때문에 더러워진 얼굴을 보고 귀엽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진심으로 때릴 거니까. 이렇게 수치스러운데도 속옷이 벗겨지며 다리에 스치는 감각만으로 더 민감해졌다. “느긋하게 시작하자.” 그가 베개에 기대어 있던 내 몸을 끌어내렸다. 아직 물기가 어려 있어 약간 축축한 그의 손이 뻣뻣하게 굳어 있는 나를 살살 어루만지며 달랬다. 다리에서부터 긴장이 빠져나가 몸이 축 늘어졌다. "그렇지." 가끔은 더러운 것도 거친 것도 뭐 좋다. 단지 언제라도 상냥함에는 기뻐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내 남자라지만 갑자기 다리를 확 벌리면 울컥한다. 기분은 둘째치고 불필요한 저항력이 생긴다. 그러니까 이렇게 여유로울 때는 더할나위 없이 편안하다. "오늘도 잘 자 토닥토닥 해 줄게." 그는 허리에 두르고 있던 수건을 벗은 뒤 내게 허락을 구하듯 몸을 밀착해 왔다. 나와 시선을 마주치며. 그리고 내가 눈빛으로 대답하자 최대한 느긋하게 자신의 것을 밀어넣었다. "풋내기는 어쩔 수 없네. 토닥토닥도 제대로 못하고. 안 그래?" 기억을 잃은 동안에는 육체적인 욕구가 충족되면 끝인 줄 알았다. 내 몸이 뭘 더 원하는지도 몰랐다. 이런저런 감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물론 어른으로 돌아온 뒤였다. “풋내기라고 하지 마…….” 내가 뭘 원하는지. 삽입 전의 과정은 상냥할수록 좋지만 다음 단계의 시작은 약간 거칠었으면 한다. 풋풋하지 않은 만큼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 주니 하반신이 바짝 움츠러들었다. 내 손톱이 그의 굴곡진 팔을 할퀴며 침대 위로 떨어져서 그대로 꽉 움켜쥐었다. “앗… 아아… 아아아…!” 시트가 엉망이 됐다. 쉬었다 하자는 눈빛을 보내도 카카시는 묘한 미소만 지었다. 그러더니 내 부탁을 무시하고 반대로 엉겨붙어서 키스라기보다는 숨을 틀어막는 것처럼 입술을 덮쳤다. “음…….” 향긋한 샴푸에 매끈해진 허벅지가 내 다리를 단단히 조이고 호흡을 위해 벌어진 틈으로 혀가 들어왔다. 이제 와서 무슨 생각인 건지 그의 손이 브래지어를 벗기려는 듯 등 뒤로 다가왔다. 세 번째 후크까지 풀어진 뒤에 나는 비스듬히 눕혀졌다. 그대로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와 고개를 뒤로 젖혔다. 카카시가 한손으로 내 가슴을 난폭하게 그러쥐면서 내 어깨에 자신의 잇자국을 남겼다. “아아아아…!” 불친절한 사정감으로 쇳소리가 섞여 나올 때쯤 카카시도 진득하게 숨을 토해냈다. 엉망이 된 시트의 절반은 이미 바닥으로 떨어졌다. 짙은 농도의 소리, 뜨거운 숨결이 끝 없이 귀를 자극했다. “당신 안…. 되게 뜨거워.” 부드러움은 질렸는지 가슴언저리의 손이 올라오더니 내 어깨를 붙잡았다. 무거워서 괴로웠다. 그것도 잠시, 그가 빠져나갈 것처럼 몸을 뒤로 빼고는 천천히 미끄러지듯 다시 들어왔다. “나한테 달라붙어서 두근거리는 것까지 느껴져.” 그야 몸은 솔직하니까. 예외 같은 건 없다. 단지 측면배위는 몇 번을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달까, 아파서 견디기 힘들었다. 다음날 내가 임무에서 더 힘들어진다든지, 이제 아무래도 좋나 보다. “있잖아.” 그의 갈라진 목소리가 문득 섬뜩하게 들려왔다. 그는 이미 어깨가 드러난 파자마를 벗겨내고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다른 손은 다리 사이 성감대로 향하면서 능청스레 말을 이었다. “안에다 전부 내도 돼?” 이쯤 되면 나를 임신시키고 싶은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도대체 어디까지 막 다룰 셈이지. 오늘은 이미 충분히 헌신하지 않았나. 어쩔 수 없이 눈을 질끈 감으며 대답했다. “응…. 내 줘…….” “고마워…. 사랑해…….” 그래도 첫경험 때 저질렀던 게 적잖이 마음에 걸렸는지 지금까지 웬만하면 내게 동의를 구하는 게 귀엽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는 더이상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거겠지. 동거까지 하게 된 마당에, 괜찮은데. 쿠레나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윽…….” 나도 느껴진다. 두근거림. 그리고 한 가지 더…. 내 안을 가득 채웠다. 아직 얼굴에 묻어 있는 무언가와 정확히 똑같은. 어쨌든 이대로 조금 더 만족감에 취해 있을 것이다. 숨이 진정될 때까지. “하아…. 하아….” 드디어 마주안을 수 있게 됐다. 카카시의 얼굴도 나만큼 뜨거워져서 땀방울이 뚝 떨어졌다. 아무래도 한 번 더 씻으러 가야 할 것 같다. 나도 따라갈까. 그의 눈동자에 애정이 비친다. 기호로 표현하면 ‘♡’려나. 남자아이, 소년, 남편까지, 뜨거운 숨을 떨어뜨리며 내게 쓰러지듯 기대어 오는 그와 살며시 이마를 맞댔다. 그리고는 대답했다. “나도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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