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야? 설마하니 귀여운 하타케 군에게 또다시 파렴치한 일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나 무서운데."

 "평범하게 밥 쏘기 내기를 하려고 했는데 하타케 상닌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식사 정도로는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전보다 더 파렴치한 짓을 해야겠습니다."

 자기도 그 후에 내게 맘껏 파렴치한 짓을 했던 주제. 무서운 게 아니라 기쁜 거겠지. 말투만으로도 알 것 같다. 과거라고 해도 자신을 3인칭으로 표현하다니, 그런 귀여운 짓은 어디서 배운 거야 또.

 "눈빛도 말도 끈적하잖아. 밥 짓기도 전에 먹을 생각부터 하는 거야? 웃겨… 하…!"

 손으로 입을 가리며 이쪽을 지그시 쳐다보는 표정이 새침하기 그지 없지만서도 은근히 부끄러워 하고 있는 게 보인다. 이번에는 러브러브 택틱스의 원고도 없어서 솔직히 자신없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지도.

 "제가 방울을 지키는 쪽, 하타케 상닌이 빼앗는 쪽입니다. 그래도 좋겠습니까?"

 "입장이 바뀐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어. 10분 안에 빼앗아주지."

 "10분이요…?"

 상급 닌자와 중급 닌자의 승부인 만큼 분명히 패널티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는 이 사람에게 상당히 얕잡아보이고 있구나.

 그 정도로 촉박한 시간이라면 점점 희망이 짙어지는데. 어디 당신 말대로 그리 쉽게 될지 두고 보자.

 "제가 이기면 하타케 상닌께서 오늘 저녁 다시 한 번 어린 시절 모습으로 변해주십시오."

 "내가 이기면 선생이 오늘 저녁 다시 한 번 어린 시절 모습으로 변해."

 그리고 하타케 군은 핑크색의 프릴이 달린 앞치마 차림으로 나를 맞이한다. 나를 위해 식사를 차린다. 나를 위해 밤의 봉사를 한다. 이것으로 나의 어린 신부 판타지는 완벽하다. 식사 목욕 아니면 나 대사까지 빠뜨리지 않고 말하게 해주지.

 (…)

 그리 하야 승부 시작. 지난 번과 똑같은 장소, 같은 나무 위에 올라 하타케 상닌의 동태를 살핀다. 10분밖에 없는데 이 와중에 러브러브 택틱스를 읽다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나를 방심시켜서 먼저 접근해오게 할 셈인가.

 아무리 뭐래도 그건 너무 위험하다. 의료 닌자로서 지난 20여년 동안 전투에서 싸우는 대신 눈치를 봐왔는데 기만전술 따위에 넘어갈쏘냐. 오히려 더 멀리 달아나주지. 그렇게 생각하며 몸의 방향을 돌리는데─.

 두둥──.

 맙소사, 그의 분신이 바로 뒤에 있었다. 오늘은 새의 울음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유령도 아니고 도대체, 어떻게 바람보다 더 조용히 움직일 수 있는 거지. 피하기엔 너무 가깝다.

 "오늘은 일찍 들어가자. 너에게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잔뜩 떠올랐어. ''."

 그가 은근히 야릇한 느낌으로 내 몸을 끌어안는다. 어째서 갑자기 이름으로 부르는 거지. 심지어 강조했다. 잔뜩이라니, 평소부터 온갖 수치를 당하고 있는 내게 뭐 얼마나 더 부끄러운 일을 시키려고. 안 돼, 이렇게 허무하게 끝낼 수는 없어.

 "(주섬주섬)"

 "응?"

 허리춤에 달고 있던 방울을 자신의 손으로 떼어낸다. 그리고 입안에 넣는다.

 "뭐, 뭐 하는 거야? 뱉어! 퉤!"

 "음…! 음음…!"

 끽 하면 삼킬 수도 있다는 식으로 버티자 그가 주춤거린다. 좋아, 당황했어. 그 동안 수많은 적들을 상대해오면서 이런 경우는 아마 처음이겠지. 처음이 아니라고 해도 실제로 적이 아닌 내게 뭘 어떻게 할 수 있으랴. 방울을 뱉어내게 하기 위해 폭력까지 쓸 수는 없을 테고.

 핥짝-. 자신의 기지에 스스로 감탄하는 순간 뜨겁고 매끄러운 무언가 귓등을 핥고 지나간다. 발끝에서부터 찌릿 하고 올라와 하마터면 그의 손가락이 입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할 뻔했다. 일단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깨닫고 보면 본체의 그가 바로 옆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

 "으으음…!"

 "난  너의 약한 곳을 전부 알고 있어."

 "으음…! 으으음…!"

 "그래, 이제 5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 솔직히 방울을 빼앗지 못해도 난 별로 상관없어. 어차피 목적은 정해져 있으니 그냥 이 자리에서 하지 뭐."

 "으으으으음…!!!"

 "내 분신과 둘이서 일어설 수 없게 될 때까지 귀여워해줄게. 후후후."

 이것도 기만전술인가. 뭐가 되었든지 간에 이 상태로는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 그래, 내가 졌다! 가져가라, 가져가!

 퉷─. 뱉어내진 방울이 하타케 상닌의 손에 안착함과 동시에 승부가 끝났다. 그가 너무 진지한 표정으로 협박을 해서 어쩔 수 없었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둘에게 당하는 것보다는 하나가 낫지 않은가.

 (…)

 사실을 말하자면 처음에는 그저 하타케 상닌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집 밖에서 언제나 상사와 부하로밖에 있을 수 없는 우리에게는 방울 뺏기로 내기를 했던 지난 날의 하루가 그나마 데이트와 비슷한 것이었으니까.

 그와 내기에 대한 얘기를 했을 때는 행여 방울을 빼앗겨서 그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후회막심이다. 그래도 조금만 더 버텨볼걸.

 욕실에서 나와 차가운 물을 한 잔 마신 뒤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본다. 당연한 것이지만 12살 여자 아이의 몸은 정말이지 작다. 이런 몸으로도 그 동안 여러가지 일을 해왔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고개가 절로 저어진다.

 ", 아직 멀었어-?"

 나보다 먼저 샤워를 마쳤던 하타케 상닌이 나를 부른다. 설마 설마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도 점점 불안감이 커져간다. 자신의 방 앞에 이르러 닫혀있던 문을 열자, 침대 위에 편하게 누워 있는 그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어째서 하타케 상닌까지 어린 시절의 모습이 되어 계시는 겁니까?"

 "선생도 나와의 내기에서 나름대로 애썼잖아. 기특해서 주는 상이야."

 그가 몸을 일으켜 앉더니 능청스레 웃으며 탁탁 옆자리를 두드린다. 그리고 내가 침대에 걸터앉자 내게 가까이 다가온다. 이런 센스쟁이 같으니. 문득 괜한 걱정을 했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진다.

 지금 그의 모습은 모든 면에서 흥미롭지만 솔직히 내 눈에는 얼굴밖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그는 귀엽다기보다도 예쁘다는 느낌이다. 오죽하면 내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라고 생각했을까.

 하타케 군은 언제나 무뚝뚝한 아이였고 가끔 웃는다 해도 그 웃음은 지금과 상당히 달랐다. 아름다운 소년의 얼굴로 평소와 같이 나른하게 웃으니 그야말로 진짜 천사라는 느낌이다.

 지금이라면 나도 나름 귀여운 소녀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하타케 군의 맨얼굴 앞에서는 명함도 못내밀 수준이다. 괜한 자괴감이 들기 전에 인정할 건 깨끗이 인정하고 마음을 내려놓지 않으면.

 그보다 두 사람 모두 아이로 변해 있으니 지난 번의 일이 계속 떠올라서 아까부터 묘하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는 순간부터 점점 심장의 고동이 빨라지는 것 같다.

 "……."

 문득 그의 손이 어깨 위로 올라오기에 뒤에서 안아주려는 건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내가 목에 두르고 있던 수건을 슬쩍 치운다. 뭐지. 나도 누우라는 건가. 아직 잠들기에는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핥짝─. 목덜미를 타고 올라오는 관능적인 혀의 감각. 깜짝 놀라 몸에 경련이 일어나고 그와 동시에 바짝 긴장이 들어간다.

 "하나 더 찾았네."

 "뭐, 뭘 말입니까."

 "성감대."

 그가 같은 곳을 다시 한 번 핥자 조금 전보다 강한 전류가 찌릿찌릿 전신에 흐른다. 하마터면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터무니없는 소리를 낼 뻔했다.

 안도감을 느낄 새도 없이 그가 내 납작한 가슴을 만진다. 당황해서 몸을 움츠리면 오히려 내게 바짝 붙어서 집요하게 자극한다. 뒤늦게 저지하려 해보지만 아이라고 해도 그는 나보다 힘이 강하다.

 "그만두십시오."

 가만히 놔두면 내가 저항할 것을 알았는지 그가 내 허리를 끌어안는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금의 사양도 없이 내 목과 어깨 등에 키스를 한다.

 "그, 그만…!"

 대체 이게 무슨.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 여러가지 의미로 위험하달까, 아무리 안쪽이 어른이라고 해도 교사로서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모르겠다. 괜찮은 건가.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건가.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알겠는데, 이상한 오해 말아. 난 12살짜리 꼬마가 아니라  너에게 욕정하고 있는 거야."

 그가 내 다리를 열고, 그의 손가락이 얇은 속옷 안으로 들어온다. 너무나도 작은 아이의 손이 어른일 때와 조금도 다름없는 일을 하고 있으니 가슴은 놀라움을 넘어 경악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현실이 맞는 건지, 혹시 러브러브 택틱스의 꿈을 꾸고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 소설 속에서는 적어도 한쪽이 어른의 모습이었지. 그건 그것대로 무섭고 절대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하아… 하아……."

 절정이 지나간 뒤 고개를 떨어뜨린 채 자괴감에 빠져 있는 내게 그가 평범하게 입을 맞춰온다. 아직 숨이 채 가라앉지도 않았는데 혀를 섞어오니 머리가 어지럽고 몽롱하다. 이렇게 작은 몸으로도 가능하긴 하구나. 하지만 하타케 상닌은 분명 이 다음으로 계속하려고 할 텐데, 과연 거기까지 할 수 있을까. 우우, 도무지 상상이 되질 않는다.

 그가 나를 가볍게 들어올려 침대의 가운데로 옮긴다. 어느덧 그의 얼굴도 빨갛게 달아오르고 숨은 약간 거칠어졌다.

 화끈거리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듯 파자마의 앞섬을 풀고 팔까지 내려 어깨를 드러낸 그가 이번에는 상체를 조금 숙이고는 내 다리를 핥는다. 자신을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 양쪽의 무릎을 감싸고 있는 손의 끝은 그곳을 야릇하게 쓰다듬는다.

 "알고 있었지만  너 이때는 정말 말랐었구나."

 "그야……."

 어째서 하타케 상닌이 12살 시절의 나를 가장 좋아하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당시에 나는 오비토의 죽음에 대한 충격으로 거의 폐인 상태가 되어 있었다. 어린 나이에 마음의 병을 얻고 밥을 제대로 삼킬 수 있을 리가 없으니, 날이 갈 수록 몰골이 초췌해져 갔다.

 변신술을 쓰면서 구태여 사소한 단점 같은 것까지 구현할 필요는 없으니 지금은 평범한 소녀처럼 보이지만 아마도 당시에 주변사람들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은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전쟁통에는 그런 나를 신경써줄 만큼의 여유를 가진 사람도 그다지 없었다.

 "건드리면 부서질 것 같아서 다가갈 엄두도 못냈는데, 이제야 닿을 수 있게 되었네."

 "……."

 "계속해도 돼?"

 "네……."

 그가 내게 다가와 나를 감싸안고, 다시 한 번 입술이 겹쳐진다. 그때도 이렇게 체온을 나눌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타케 군은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분명 그도 쓸쓸했겠지. 가까운 이웃으로, 친한 친구로, 그렇게 지내다가 하루아침에 모든 게 달라졌으니.

 안타까운 손길로 내 몸을 훑으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그가 망설임 없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 될까 될까 했는데 정말로 된다. 그야 이론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무리없이 진행되어서 도리어 당황스럽다.

 그런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하타케 상닌의 왼쪽 눈에 흉터가 없다. 같은 12살이지만 그는 오비토가 죽기 전의 모습으로, 나는 후의 모습으로 변했다. 혹시 그가 원했던 것은 원래 건강한 모습의 나였을까. 본의 아니게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가 워낙 마른 상태여서 그런지 작은 손이라도 허리를 감싸는 느낌이 평소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의 말대로 힘이 조금 들어가면 부서질 것 같아서 약간 위협적으로까지 느껴진다. 그래도 움직임은 거칠어서 쾌감보다 아픔이 더 컸는데 다행인지 뭔지 오늘의 그는 상냥하다.

 "아팠어? 그래도 잘 참았구나."

 쓰담쓰담, 그가 칭찬하듯이 내 귀를 만진다. 이 작은 손길이 내 마음을 상상이상으로 두근거리게 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는 걸까.

 "오늘의  넌 굉장해."

 아아, 가슴이 두근거리다 못해 짓눌리는 것 같다. 그냥 평범하게 말하고 있는 건지 나를 부추기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그가 관계 중에 이런 말투는 썼던 적은 없었다. 야한 소설의 대사 같아서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약해져 있는 내 의식에 깊숙이 침투해 들어온다.

 그의 숨소리와 함께 잠시 텐션이 가라앉는다. 그가 문득 내 팔을 붙잡는가 하면 나를 끌어안은 채 침대맡의 반대쪽을 향해 눕는다. 지난 번처럼 내게 움직이도록 하려는 건가 싶었지만 허리를 감고 있는 팔에 힘이 들어가며 그대로 그가 움직임을 계속 이어나간다.

 체위가 달라졌기 때문인지 그에게 안겨 있기 때문에 그저 달달한 기분이 드는 것인지, 신기하게도 아픔이 사그라들고 평소보다 상냥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쾌감이 밀려온다. 더할나위 없이 몽롱해서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다.

 지금 상황을 보면 꿈이라고 해도 딱히 이상할 것은 없겠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는 여전히 묘한 자괴감이 가슴 한 구석에서 따끔따끔 나를 괴롭히고 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남자에게 안기면서 기분 좋다는 것은 차마 부정할 수가 없다.

 "하아… 하아… 하……."

 그런대로 듬직한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앳된 목소리를 숨기고 있노라면 그 기분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그가 내게 입을 맞춘다. 잠깐 동안 맘이 편안했는데 깨닫고보니 여러가지로 위험하다.

 목소리가 줄어든 대신 다른 쪽의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려오고, 혀가 얽히며 괜스레 더 달달한 기분이 들고, 숨이 부족해져서 머리가 멍해지고, 시간이 흐를 수록 몸이 점점 더 민감해져서 신음을 삼키는 것이 버겁게 느껴진다.

 어떡하지. 이제와서 원래의 목소리로 돌아가긴 그렇고, 그냥 체념하는 수밖에 없나. 어차피 둘 다 어른이고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상관없겠지. 괜찮겠지. 아니, 전혀. 행여라도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를까 무섭다. 크흑. 욕망의 무게란 참으로 무겁구나.

 ", 이대로 끝까지 해도 돼?"

 "끝까지라니, 안 돼…! 당신 그거… 언제나의 그거… 오늘은 안 했잖아…!"

 "미안, 도저히 12살 몸집의 남자가 쓸만한 사이즈가 아니라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냥 입다물고 있어…! 그리고 도중에 멈춰…!"

 그렇잖아도 뜨거운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능글맞게 웃고 있는 그의 가슴팍을 짝 때린다. 결혼은 커녕 연애도 하기 싫다는 사람이,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보호를 툭하면 생략해버리고,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딱히 위험한 날이 아니니까 괜찮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 너, 애기 목소리로 화내니까 무지 귀여운 거 알아? 하하핫-."

 "당신도 지금은 애기 목소리거든…! 애기 목소리로 터무니없는 소릴 하고 있…! 아…!"

 이번에는 퍽 소리 나게 때려줄까 했는데 그가 다시 허리를 움직여서 저도 모르게 날카로운 신음을 내뱉었다. 그러고보니 평소와 다름없이 말하고 있어서 의식하지 못했는데 그의 숨도 꽤나 거칠다. 언제 이렇게 여유가 없어진 거지. 내가 자신의 쾌락에 집중하는 동안, 그도 꽤나 필사적으로 쾌감을 쫓았던 것 같다. 쉬고 있던 몸이 갑자기 거친 움직임에 당황해 강하게 움츠러들고 그와 내가 거의 같은 순간 절정을 느낀다. 서로의 작은 몸을 꼭 부둥켜안으니 더할나위없이 달달하고 사랑스런 기분이 경직되어 있던 마음을 녹인다.

 "하아… 하아… 하아……."

 되는구나. 정말 됐구나. 아까는 자괴감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는데, 막상 끝나고나니 어째선지 스스로가 장하게 느껴진다. 속으로 실소를 터뜨리고는 무의식적으로 하타케 군의 가슴에 뺨을 부비적거리노라면 문득 아까부터 조금 신경쓰이던 것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러고보니 하타케 상닌도 이때는 말랐었네요."

 "나도 여러가지로 고민이 많았거든. 선생도 거기에 한 몫 했어."

 "천재 주제에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고백할 용기도 없었습니까?"

 "고백했으면 받아줬겠어?"

 "글쎄요, 지금 듣고 생각해보겠습니다."

 "뭐야, 그게……."

 그가 눈썹을 찌푸리며 나를 외면한다. 그런데 문득 따뜻한 손이 뒤통수를 감싸오고, 머뭇거리던 그의 목소리가 바로 귓가에서 들려온다.

 "좋아해… ……."

 "다시요."

 "좋아해, ."

 "다시."

 "……."

 뭘 더 어쩌라는 거야.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릴 법한 상황에 그가 잠시 고민을 하는 듯하더니 마른침을 한 번 삼킨 뒤 어린아이답지 않은 중저음의 목소리로 말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내 여자로 만들어야겠으니까 망할 오비토 자식 따위 잊어버리고 나를 따라와."

 꼬옥,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내가 몰아붙여서 뱉은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네, 합격입니다-. 헤헷-. ////"

 "하여간… 여자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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