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래도 나의 닌자인생은 지금부터가 서막인 것 같다. 운 좋게 츠나데 님의 제자가 되고, 상급닌자로 승급하고, 대장이 되며 그런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전부터 츠나데 님의 곁에 있었던 시즈네에 비하면 아직 한참 멀었다. 실제로 승급시험이 끝난 이후에도 줄곧 시즈네에게 수행의 도움을 받아 왔고, 독극물 분야에서는 여전히 그녀를 따라갈 자가 없다. 그래서 오늘 츠나데 님께 조금 '특별한' 심부름을 받았을 때는 내심 기뻤다. 상급닌자, 그중에서도 호카게의 신뢰를 받고 있는 사람이나 암부의 일원만 출입이 가능하다는 기밀서고! 문앞을 지키고 있던 암부들에게 당당히 출입증을 건네주고 난생 처음으로 들어와 봤다! 와우! 작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 한 줄기가 어두운 방안을 비춘다. 바깥과는 분위기부터가 다르다. 스읍- 하아-. 이 공기, 베일속에 감춰진 수많은 진실을 담고 있구나. 무겁다, 무거워. 엄격·근엄·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보다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본다. 츠나데 님께서 주신 심부름은 필요한 물건을 가져가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뭐라도 하나 더 들여다 보고 싶다. 자료가 너무 많아서 찾는 데 제법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금방 찾았다. 조금 더 있다 나가도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겠지. 일부 상급닌자들의 프로필은 이곳에서 따로 관리되고 있다. 역시, 미래의 호카게라 불리는 내 남자의 이름이 빠질 리 없다. 익숙한 글자로 표시되어 있는 서류를 꺼내 조심스레 훑어본다. 예상했던대로 태어나기 전의 기록부터 상세하게 적혀 있다. 하타케 일족은 원래 북방민족의 한 줄기였는데 과거 불의 나라의 영토로 내려와 정착했다는 것 같다. 이 또한 대부분의 백발 유전자가 북방 출신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헉, 페이지를 넘기다 정말 뜻밖의 부분에서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되었다. 다른 어떤 정보도 아닌, 가장 기본적인 인적사항이 기록되어 있는 부분이다. 카카시의 생년월일이, 태어난 년도가 나보다 1년 느리다. 이런 중요한 자료에 잘못 기입되었을 확률은 극히 적다. 그렇다는 건 즉, 카카시가, 나나 친구들과 같은 해에 입학하고 같은 교실을 썼던 녀석이, 사실은 우리들 보다 한 살 어렸다는 것이 된다!!! 연 하 였 어 ~ ???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그러면서 왠지 입꼬리가 올라가고 비식비식 웃음이 새어나오는, 무어라 딱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다. 오늘은 집에 빨리 들아가고 싶은걸. 큭큭큭. 언제나 그렇긴 하지만 퇴근 시간이 기다려진다. (…) 카카시는 저녁 즈음이면 임무가 끝날 거라고 했는데, 퇴근 후 집에서 기다려도 오지 않기에 밖으로 나왔다. 혹시 눈치채고 도망갔나.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터덜터덜 한산한 길을 걷는다. 사람을 찾고자 하면 상식적으로 큰길부터 천천히 둘러 보는 게 맞지만 소란스러운 것을 싫어하는 그 사람은 이처럼 조용한 장소에 있을 확률이 더 높다. 말하기 무섭게 저기 하얀 통수 발견! 두 사람은 마음으로 이어져 있다며 무작정 찾으러 나왔던 나지만 설마하니 정말로 딱 마주칠 줄은 몰랐다. "카카시-." 상급닌자로 승급한 이후에도 나는 바깥에 있을 때 그에게 늘 '-선생님'을 붙여서 불렀다. 오늘만은, 내 입에 특별한 자유를 주고 싶다. 찻집 앞에서 주인이 내어주는 봉투를 건네받은 카카시가 이쪽을 돌아본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얼마 전 내가 먹고 싶다고 했던 간식이 봉투 안에 들어 있다. 이걸 사서 들어오려고 했었구나. 기특해서 그냥 모른 척하고 넘어가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미 하이텐션이 되어서 참을 수가 없다. "안뇽하십네까~? 고거이 나 줄려고 산 설기과자입네까~? " "뭐야, 말투가 왜 그래?" 몸풀기로 일단 방정맞은 몸짓의 인사를 건넨다. 어릴 적 책에서 읽었던 북방신화 등을 떠올리면 '말을 타고 드넓은 초원을 달리며 백발을 휘날리는 전사들'이라는 막연한 이미지가 그려질 뿐이고 솔직히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뭐 딱히 중요한 것은 아니다. "지금 집에 있을 시간 아니야?" "임무 끝내고 돌아온 내 남자 마중하러 왔지요-. 모처럼이니까 조오~기 벤치에 앉아서 먹고 들어가요-." 봉투를 낚아챈 뒤 카카시에게 팔짱을 끼고 룰루랄라 벤치로 이동한다. 나란히 앉으니 장난기를 주체할 수가 없어서 먹는 것은 뒷전이다. "저녁 먹었어? 평소 같음 벌써 달려들고도 남았을 텐데, 이상하네." "내가 당신 없이 혼자 먹을 리 없잖아요. 그게 아니라, 오늘 기밀서고에 갔다가 알게 된 사실에 대해 당신과 긴히 얘기가 하고 싶은 거예요." "기밀서고? 어떻게 거길… 츠나데 님께서 심부름을 시키셨나 보구나. 근데… 뭘 본 거야…?" 아직 얘기를 꺼내기도 전인데 무언가 불온한 기운을 감지한 듯 긴장하고 있다. 표정의 변화는 없지만, 그가 평소에는 입도 대지 않는 달달한 카스테라를 크게 한입 베어 먹는다. "카카시 선생님. 당신, 닌자학교에서 조기졸업만 한 게 아니라, 입학도 일찍 했죠?" "(움찔)" 목이 메이는 듯 카카시가 입을 가리고 헛기침을 한다. 안 먹던 걸 갑자기 먹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보아하니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왜 진작 얘기 안 했어요!" "아, 아니…;;;" 으, 으흠, 계속 헛기침을 하며 안절부절 못하더니 손을 털고 은근슬쩍 자리에서 일어나려 한다. 어깨를 붙잡아 가볍게 저지한 뒤 다시 앉혔다. 어딜 도망 가. 이미 다 까발려졌쓰. "예전부터 그렇게 나를 어린애취급하더니~. 세상에~." "아무도 진짜 나이 같은 건 묻지 않았으니까 딱히 속인 게 아니야. 게다가 어렸을 때는 네가 워낙 약했으니까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러셨쎄요~? 연하셨쎄요~?"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다. 내 놀림에 당황한 카카시가 뜨거워진 뺨에 손을 갖다 대는가 하면 카스테라를 또 한입 크게 베어문다. 볼이 부풀어져서 우물우물 먹는 모습에 심쿵했다. "아유~~~. 귀여워~~~." "하, 하디 마…;;" 입안의 간식 때문에 어눌해진 발음이 심장에 확 날아와 꽂혔다. 너무 귀여워서 미쳐버릴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어이가 없지만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래 이거야… 이 기분이라고… 내 생에 더 이상 연하는 없을 줄 알았는데… 흑…" 깊은 감동과 함께 새삼스레 하늘에 감사함을 느낀다. 북방의 신이시여, 제게 하얀 복덩이를 보내 주셨군요. 집으로 돌아가면 당신이 계신 곳을 향해 무릎이 닳도록 절하겠습니다. 알고 보면 나도 연하랑 사귀는 여자다~! "호, 혼자만 알고 있어… 가이나 아스마 등에겐 비밀로 해 줘…" 기쁨에 겨워 말도 안 나온다. 걱정말라는 대답은 등을 팡팡 두드리는 것으로 대신하고, 벌떡 벤치에서 일어나며 외친다. "애기야 가자~!" 혹시나 누가 들었을까 얼굴이 빨개진 카카시가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본다. 평소에는 눈을 감은 채로도 기척을 알아차릴 수 있는데 당황해서 경황이 없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역시 연하는 뭘 해도 귀엽다니까. "애기는 무슨…;;"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 하타케 군은 또래 중에서 몸집이 작은 편이었던 오비토 보다 더 마르고 키가 유독 작았다. 그땐 그러느니 했지만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우리 카스테라 가자~!" "아아, 정말…;;;" |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