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계속 들떠 있었기 때문인지 습관처럼 일찍 눈을 떴다. 밤이 완전히 물러가기 전, 출근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

 새벽의 옅은 조명이 창가로부터 하얀 머리칼을 비춘다. 천재 닌자가 무방비하게 잠든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나만이 가진 특권이다.

 그렇다면 마음껏 즐겨야지 않겠는가. 어느덧 나이 서른의 아저씨가 되었지만 자는 얼굴만은 언제 봐도 귀엽다.

 매일 마주하는 얼굴인데도 질리지 않는다. 무심코 푹 빠져서 손에 턱을 괴었다. 이제 보니 러브러브 파라다이스가 조금 전의 나처럼 카카시의 한쪽 팔을 베고 곤히 잠들어 있다. 깨지 않도록 조용히 치우면서도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지었다. 잘 때만이라도 그 애인은 좀 치우자.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명성은 높아지고 있다. 특별한 이변이 생기지 않는다면 6대로 취임하는 것은 확정이나 다름없다. 야한 소설을 읽든 뭘 하든 내게는 귀여워 보일 뿐이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생겼다.

 그런데도 예전과 똑같이 행동하고 다니니까, 오히려 점점 애 같아지니까, 요즘에는 내가 도리어 카카시를 걱정한다.

 단지, 러브러브 시리즈에 대해서 만큼은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얼마 전 작가…이기 전에, 많은 닌자들의 우상이신 지라이야 님께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내 남자의 소울 메이트인 러브러브 시리즈의 후속작은 앞으로 영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가슴 한구석이 허전하겠지. 남들 보기엔 대수롭지 않은 일이겠지만 나만은 그를 이해할 수 있다. 가슴이 저릿할 때마다 쓰담쓰담 만져주면 뭐지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도 조용히 기대어 위로 받곤 한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극성맞은 것처럼 보이려나. 사실 나는 집안일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들에 있어서 여전히 그에게 의지하고 있다. 카카시가 내 보호자라고 말해도 딱히 이상할 것이 없다. 생각하는 와중에 다시 졸음이 밀려온다. 일단 좀 더 자둘까.

 간질─.

 에이, 뭐야? 귀찮게. 훠이훠이.

 간질간질─.

 뭐하는 거야? 저리 치우라고. 훠이훠이.

 눈을 떠보니 환한 아침이 되었다. 아까부터 코가 간지러워서 자면서도 손사래를 쳤는데 다름 아닌 앞치마 끈이다. 카카시가 허리에 두르고 있는 앞치마의 끈을 흔들면서 내 얼굴을 간지럽힌 것이다.

 연인을 깨우는 방식치고 묘하지만, 이것은 요리하는 남자만의 특권이라 할 수 있겠다. 가끔 확 당겨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물론 당겨봤자 아무것도 없다.

 "늦잠 잘 것 같으면 새벽에 깼을 때 내 얼굴 쳐다보지 말고 다시 잠들기 위해 노력하지 그랬어. 얼른 일어나서 밥 먹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분명히 자고 있었는데. 이불에 코를 감추자 강도를 높여서 이번에는 귀를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간질간질. 간질간질. 목덜미로 옮겨가는 순간 더는 참지 못하고 몸을 벌떡 일으켰다.

 현명한 내 아ㄴ… 남편은 내가 짜증낼 것 같은 타이밍에 맞춰 유연함을 발휘한다. 아리따운 얼굴로 평소보다 상냥하게 웃으며.

 "당신을 위해서 만들었는데 안 일어날 거야?"

 여자인 내가 정중히 배워야 할 것 같다. 이럴 때 보면 그냥 여시라서… 뭐, 이제는 그러느니 하는 편이지만 가끔은 알면서도 진심으로 사랑스럽다고 생각해버릴 때가 있다.

 "잠깐 앉아봐요."

 시트를 탁탁 두드리며 말하자 카카시가 침대에 걸터앉는다. 원래 집에서도 꼭 마스크를 썼는데 이사한 뒤부터는 벗고 있을 때가 더 많았다. 마주보면서 고맙다는 말을 꺼내기가 어찌나 쑥스러운지. 대신 다정하게 뺨을 쓰다듬는다.

 "오늘 일찍 들어올 수 있어요?"

 "왜, 먹고 싶은 것 있어?"

 이렇듯 요리는 언제나 카카시의 일로 결정된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민망함이 밀려온다. 익숙해지다못해 당연한 것처럼 되어 버렸잖은가. 카카시도 그렇다. 가끔은 내게 맡겨도 좋을 텐데.

 "아니요, 저녁에는 내가 요리할까 해서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나는 돌려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으니까 바라는 것이 있으면 지금 얘기해. 듣고나서 생각해볼게."

 나도 모르게 울컥 하며 손에 힘이 들어갔다.

 "바라는 것 따위 없고 그냥 내가 요리한다구요."

 당신이 경제권을 쥐고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꼭 바라는 게 있을 때만 나서는 건 아니란 말야. 아, 하지만 용돈은 좀 올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용돈에까지 호봉제를 적용합니까 인정없게…….

 "올해 협상은 이미 끝났으니까 얘기해도 소용없어."

 "그럴 수… 가, 아니라! 남의 마음을 멋대로 읽지 마세요! 마음대로 쓰다가 갑자기 제약이 생기면 궁해지는 건 어쩔 수 없잖아요!"

 "소비에는 제약이 생겼지만 대신 '나'를 얻었잖아. 그런데도 궁하다니, 는 나보다 돈이 더 소중했던 걸까나?"

 그가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다. 앞치마로 눈물 훔쳐내는 시늉까지 한다. 월급 받자마자 뺏기는 건 내 쪽! 불쌍한 사람은 나인데! 우물쭈물하다가 또 의문의 1패를 당했다. 경제권도 이러다 뺏앗겼던 거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렵다.

 이렇게 된 이상! 나는 당신으로 본전을 뽑아야겠어! -라는 저질스런 외침이 내 안에 울려 퍼짐과 동시에 입술을 덮쳤다. 스킨십에 소극적인 카카시가 두 팔 벌려 나를 받아들인다. 바로 지금이 물러설 때인 것이다.

 이 사람이 나를 휘어잡는 방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협상 때는 일관적인 태도로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다가, 내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을 때 수용적으로 바뀐다. 그리고 비로소 원하는 바를 들어준다. 물론 이때 쯤에는 최소한의 요구만 들어줘도 감사하게 된다. 언제 한 번 제대로 파업할까 벼른 적도 있지만 이미 나는 경제권을 잃고 전의를 상실했다. 정말 치사해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이러다 지각하겠어."

 아아, 그래도 나는 자신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차마 부정할 수 없다. 아침마다 깨워 줘, 밥 차려 줘… 아니, 다 집어치우고 얄미울 정도로 잘생긴 이 얼굴이 만사형통이다. 젠장, 간이고 쓸개고 다 내어주마.

 "어쩌지, 지금 남아 있는 시간으로는 식사와 나 둘 중 하나밖에 취할 수 없는데. 어느 쪽인지 확실하게 정해줄래?"

 물어볼 필요도 없이 당신이야. 고민할 여지를 주려거든 부스스한 머리에 세수도 하지 말고 나왔어야지. 내 대답쯤은 당신도 이미 알고 있을 거야. 허나 오늘은 식사를 택하겠어. 당신이 손수 준비한 음식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는 없으니까. 그런 잔인한 짓은 내 가슴이 더더욱 허락하지 않아.

 (…)

 보건 수업 시간이다. 칠판을 하얀 글씨로 채워가며 열심히 설명하다 무심코 아이들 쪽을 돌아보았더니 묘한 위화감이 느껴진다. 분명 저기 쯤에 빈자리 하나가 있었는데. 어느새부터인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앉아 있다.

 이 교실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러나 결코 낯설지 않은 얼굴이다. 저 인간이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나와 눈이 마주친 하타케 군이 웃으며 손을 흔든다. 당장 손에 쥐고 있는 분필을 던져서 쫓아낼까 하다 그다지 좋지 않은 생각임을 깨닫고 그만두었다.

 짧은 침묵이 지나간 뒤 흠흠 헛기침을 한다. 다시 칠판 쪽으로 돌아서는 찰나 뒤에서 들려오는 천연덕스러운 목소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선생님, 질문이 있는데요-."

 "지금은 질문 시간이 아니에요-."

 이래 봬도 나는 베테랑 교사다. 그동안 교실 안에서 산전수전 다 겪었다 이 말씀. 이제 와서 겨우 이 정도의 일로 동요할까보냐. 프로페셔널하게 수업을 계속 진행…

 "선생님 애인은 어떤 사람이에요-?"

 애들은 언제든지 돌발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건의 주동자는 언제나 한 명이다. 누군가 계기를 만들면 나머지 아이들은 그 녀석을 따라 우르르 움직인다.

 조용하던 교실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뒤엎혔다. 하나같이 선생님의 애인에 대해 궁금해하며 왁자지껄 떠들고 있다. 주동자는 아이가 아니다. 지긋한 나이의 아저씨. 저 능구렁이 같은 웃음에는 아무리 베테랑 교사라도 분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선생님의 애인은 잘생겼고, 똑똑하고, 강하고, 요리도 잘하고, 모두에게 존경받지만…(부들) 때로는 상식에 어긋나는 황당한 짓을 벌이는 골치아픈 사람이란다-."

 골치아픈 사람이래. 애들이 듣기에도 우스웠는지 뺨이 붉게 상기되어 까르르 웃는다. 그래도 저 인간은 싱글벙글이다. 어째서 민망함은 내 몫인가. 어쨌든 수업은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칠판을 쾅쾅 두드렸다.

 "자, 자, 여기 집중!"

 (…)

 퇴근하자마자 장보러 다녀오고, 주방에서 땀 흘려가며 요리했다. 애쓴 보람이 있어야 할 텐데. 그릇이 반짝일 정도로 깨끗하게 닦은 다음 완성된 음식을 예쁘게 담았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지만 나로서는 이 정도가 최선이다.

 "정말이지 곤란하다구요. 임무는 어쩌고 아카데미에 나타났던 거예요? 설마하니 농땡이를 친 건 아니겠죠?"

 지친 얼굴을 보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지만, 괜스레 비꼬듯 말하며 잔에 술을 따른다. 취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입맛을 돋우기 위해 가볍게 곁들이는 술이다.

 "츠나데 님 휘하에 있으면서 목숨 걸고 농땡이 칠 생각은 없어. 오전에 계획되어 있던 일정이 오후로 미뤄진 탓에 시간 죽이기 할 곳이 필요했을 뿐이야."

 입으로는 투덜거리면서도 평소에는 하지 않는 일(술을 따라 준다든지)을 하고 있으니 그런 내가 기특한 듯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오늘만 그냥 넘어가 주는 거예요. 한 번만 더 장난치면 교실에서 내쫓을 테니까 그런 줄 알아요."

 "그래, 그래. 하지만 나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 오랜만에 옛날 생각도 나고 말야, 교탁 앞에 선 당신 꽤 멋있었어. 나를 의식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컵에 술을 마저 따르다가 움찔해서 조금 흘려버렸다. 기왕이면 멋있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가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긴장되어서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베테랑 교사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피곤했을 텐데 세심하게 준비했네. 뭐라 말해도 남편을 사랑한다니까. 그래서 말인데, 이제 그 딱딱한 말투 좀 바꾸면 안 돼? 더는 눈치볼 사람도 없는데 일일이 존댓말 쓸 필요 없잖아."

 "그랬음 좋겠지만 이미 습관이 되어 버린걸요. 저는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타입이 아니라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요."

 "마음의 준비… 뭐, 갑자기 바뀌면 조금 허전할 것 같긴 하네. 천천히 연습해도 돼. 단, '하타케 상닌'은 이제 정말 그만둬."

 "알겠습니다, 하타케 상닌."

 "……."

 "장난이에요, 장난."

 (…)

 이불의 아늑함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짓는 시간이다. 오랜만에 두 팔 걷어붙이고 준비했던 저녁식사는 그럭저럭 성공이었다. 별 것 아니었지만 쓰담쓰담 받을 때 느꼈던 뿌듯함이 여운으로 남아 있다.

 "내 얼굴 그만 쳐다보고 자."

 퉁명스럽긴. 아카데미에서 나를 실컷 놀린 벌이라도 받은 건지 임무가 상당히 고됐던 모양이다.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카카시의 하얀 속눈썹은 언제 봐도 예쁘다. 가슴이 필요 이상으로 두근거려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머뭇거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대담한 일을 떠올려, 카카시의 귓가에 소곤거렸다.

 "당신이 나를 지쳐서 잠들 수 있게 해주던가요."

 내가 생각해도 재미없는 농담이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건 없잖아. 아니면 이미 잠들어서 들리지 않았던 건가. 아쉬운 마음에 가만히 쳐다보고 있노라면 다시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네가 깨어 있으면 나도 마음 편히 잠들 수 없어. 야반도주 전력이 워낙 화려하신 아내 님이라, 다시는 혼자 남겨지고 싶지 않거든."

 "불안하면 손 잡고 잘까요?"

 그가 실소를 터뜨리면서도 얌전히 손을 내민다. 아무래 함정이었던 것 같다. 갑자기 팔을 덥석 붙잡더니, 홱 돌아서 내게 올라탄다. 당황할 틈도 없이 제압당했다.

 "많이 컸네, . 내일 아침 일찍 임무가 있다고 해서 그냥 재우려고 했는데 말이야. 이제 배려는 필요없나봐. 먼저 도발하는 걸 보면."

 "부, 부끄럽습니다… 수행을 시작하고 나서는 너무 건강해서 문제예요……."

 데헷, 스스로도 민망함을 주체할 수 없다보니 평소에는 하지도 않는 애교를 부리게 된다. 혓바닥을 살짝 내밀며 멋쩍게 뒤통수를 긁적였다.

 "훌륭해. 이제 정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내 여자야. 지금부터는 내가 지지 않도록 분발해야겠네. 이렇게 여유가 흘러 넘치시니."

 쓰담쓰담, 카카시가 아까처럼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민망함을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행복한 기분이 든다. 얼굴이 빨개진 채 얌전한 강아지마냥 그의 손길을 받아들인다.

 "흘러 넘칠 정도는 아니에요… 조금 남았어요……."

 "그럼 지쳐서 잠들 때까지 '조금만' 할까?"

 "(끄덕)"

 "정말 재우려고 했는데… 나의 패배."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그가 내 머리를 헤집어 놓는다. 손끝이 귀에 스치며 가슴이 쿵 뛰었다. 그와 입술이 겹쳐지는 순간부터 부끄러움 따위는 잊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감각만이 몸과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음……."

 연인의 따스함을 느끼기도 하고 탐하기도 하며 서두르는 듯하면서도 부드럽게 이어진다. 지금까지와 다른 리듬의 고조된 숨소리가 은밀한 속삭임처럼 귓가에서 다음을 부추긴다. 잠시 입술이 떨어지면 안타까움을 느낄 새도 없이 미끈한 혀가 만난다. 뜨겁게 달아오른 것들이 섞이며 조금씩 구분을 잃고 하나가 되어 간다.

 "아아……."

 허벅지 안쪽에서 등골을 타고 올라온 쾌감이 찌르르 전율을 일으키며 전신의 감각을 돋게 한다. 부딪힐 때마다 점점 더 분명하게, 고단함으로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 있던 몸을 뜨겁고 유연하게 태우고 녹인다.

 "하……."

 사랑을 나눈 뒤에 들리는 탄성치고는 그다지 로맨틱하지 않지만 기분 좋은 듯해서 나도 행복하다. 그가 내 위로 축 늘어지며 또 한 번 숨을 길게 토해낸다. 하반신에 잔류하는 쾌감으로 여전히 몸이 움찔 떨리고, 너무 민감해서 괴로운 듯 신음하는 음성이 숨결과 함께 떨어진다. 점잖지 못한 일을 끝낸 뒤에는 밤의 고요함이 찾아와 두 사람을 덮어준다. 그리고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기분 좋았어?"

 "(끄덕끄덕)"

 말하지 않아도 카카시라면 내가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이어진 것만으로 행복에 겨운 얼굴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나를 사뭇 다른 의미의 쾌감에 또 다시 몸서리치게 만드는 달콤한 속삭임이 들려온다.

 "사랑해."

 행복이 범람함과 동시에 나도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보다 먼저, 남편이 평소와 같은 나른한 목소리로 한 마디 한다.

 "…자자."

 하얀 머리칼에 쪼옥 입맞춘 뒤 대답해 주었다.

 "네-."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