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급닌자가 되면 보통 3~6명의 닌자가 소대원으로 배속된다.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지만 그 안에서도 팀의 기동력과 결속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제 막 대장이 된 나는 아직 여러 모로 부족하다. 그 부족한 부분을 대신 채워 줄 수 있는 카카시가 곁에 있어서 어찌나 다행인지 모른다. 애인 관계를 떠나서 카카시에게는 언제나 고마워하고 있다. 그렇지만 동시에 경쟁의식이랄까, 약간의 위기감을 느끼기기도 한다. 언젠가 나 혼자 모든 것을 해내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대로 맘 편히 있어도 괜찮은 걸까. 나는 마음을 조급하게 먹으면 잘할 수 있는 일도 망쳐버리기 일쑤다. 그러니까 늘 그랬듯 욕심부리지 않고, 작은 일부터 하나하나 시작해 보기로 했다. "이걸 여기에 넣고… 마지막으로 이걸 얹으면… 끝!" 어린 시절 연애를 할 때도 이런 일은 그다지 하지 않았는데. 무엇을 하면 휴일을 보람있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했던 나는 오늘 서툰 솜씨로 몇 가지 음식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막 도시락을 완성했다. 얼마 전 회식 때 듣자하니 의료닌자인 리노가 오늘 병원에서 연수를 받기로 했다고 한다. 다른 팀원들은 모두 쉬고 있을 텐데, 휴일 날까지 수양에 정진하는 녀석이 기특해서 대장으로서 확실하게 응원을 해주고 싶다. 그런데 만들어 놓고 보니 내 애인에게는 더 해준 게 없는 것 같아서 괜시리 신경이 쓰인다. 다음 번에는 카카시에게도 만들어 줄까. (…) ??? : 어이, 점심 먹으러 가자. 리노 : 난 오늘 도시락 가져 왔어. 너희들끼리 먹고 와. ??? : 뭐, 도시락? 지금까지 싸왔던 적 없잖아. 갑자기 그런 게 어디서 난 거야? 리노 : 대장이 주셨어. ??? : 너희 대장이라면… 아아, 그러고보니 얼마 전 선생님이 상급닌자로 승급하셔서 새 팀이 만들어졌지? 근데 너 들었어? 소문으로는 선생님과 하타케 상닌이 그렇고 그런 사이래. 넌 좋겠다, 미래에 호카게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과 안면이 트여서. 리노 : 대장의 팀에 들어가서 굉장히 기뻤어. 하지만 하타케 상닌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 그 분과 나는 활동분야가 전혀 다른데다, 닌자로서의 성향도 맞지 않아. 내가 믿고 따르는 사람은 오직 대장뿐이야. ??? : 예전부터 변함없구나 너는. 여전히 의료닌자로서 츠나데 님이나 시즈네 씨 보다 선생님을 더 존경하는 거야? 리노 : 그래. 지금까지 줄곧 그랬고 앞으로도 변함없을 거야. 내가 의료닌자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대장 덕분이니까. ??? : 의료닌자는 어떤 스승을 만나는지에 따라 길이 갈린다고 하지. 솔직히 난 갈대마냥 이리저리 휘어지는 녀석들 보다 심지 하난 기가 막히게 굵은 네 미래가 더 기대된다. 너만은 자신이 굳게 믿는 것으로 꿈을 이뤘으면 좋겠어. 진심이다. (…) 리노 : (대장이 직접 만든 도시락이라니… 심지어 병원까지 직접 가지고 오셨어… 부끄러워서 제대로 감사인사도 전하지 못했는데 어쩌지… 다음에 뭔가 답례를…) 카카시 : 너도 이제 점심 먹는 거야? 아카데미를 졸업한 이후에도 계속 공부하랴, 연수받으랴, 힘들겠다. 리노 : 하, 하타케 상닌? 갑자기 어디서 나타나신 겁니까? 아니, 병원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혹시 또 차크라 고갈로 쓰러지셨던… 카카시 : 아하하, 아니, 아니, 이번엔 아니야. 볼일이 있어서 잠깐 들렀다가 점심 먹으려고 근처에서 도시락 사 왔어. 리노 : 그렇습니까. 카카시 : 아까 말이야, 아, 그러니까, 일부러 엿들으려고 한 건 아닌데, 너는 우리 를 꽤나 가슴 깊이 흠모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리노 : 멋대로 하타케 상닌의 이름을 언급해서 죄송했습니다. 제가 선생님의 부하가 되어서 기뻤던 건 오직 그 분을 존경하기 때문이라고 확실하게 말해두고 싶었거든요. 카카시 : 그래, 네 친구는 너의 그런 점을 높이 샀지. 나도 듣고 꽤 감동 받았어.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은데, 물어봐도 될까? 리노 : ……. 카카시 : 아, 물론 네가 나한테 얘기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고 말야. 대장의 애인이라는 것으로는 안 될까나-.(웃음) 리노 : 저는 아카데미에 다닐 적부터… 그러니까, 완전히 꼬맹이었던 시절부터… 의료반 특기생으로 선출되어서 오로지 의학 공부에만 매달렸습니다. 카카시 : 그때만 해도 네가 아카데미에서 제일가는 수재였다며. 그런데 어쩌다 아이리나 마키 보다 졸업이 늦어진 거야? 리노 : 어떤 사건이 있었습니다. 교육 도중에 제가 작은 실수를 했는데… 그때 누군가 제게 말했죠… 저 같은 놈이 의사가 되면… 분명 살 수 있는 사람도 죽어버릴 거라고요……. 카카시 : 엘리트에 대한 질투로 보자면 그 정도는 약과지. 난 더한 일도 많이 겪었어. 다 말하자면 끝이 없다고. 리노 : 압니다, 그냥 잊어버릴 수도 있는 일이죠. 하지만 그때까지 전 자신의 능력을 상당히 과신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믿었던 것들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기분을 느꼈달까요. 카카시 : (그래, 그것도 '엘리트'라 불리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겪게 되는 시련이야.) 리노 : 그날의 일이 트라우마가 되어 의료인술을 쓸 때마다 손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차크라가 조금이라도 흩어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의료인으로서 그보다 치명적인 문제는 있을 수 없죠. 카카시 : (엘리트란 어떤 의미에서는 다른 이에게 의지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야. 너는 나보다 더 자신을 의지하고 있었구나. 마치 스스로에게 배신당한 기분이었겠지.) 리노 : 잊으려 했지만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이러다 정말 누군가 죽어버리는 건 아닐까 점점 불안해졌어요. 카카시 : ……. 리노 : 그러다 결국… 사고가 났습니다… 응급환자를 치료하던 도중에… 손이 떨리는 바람에… 돌이킬 수 없는… 더는 가망이 없다고……. 카카시 : 이봐, 진정해. 지난 날의 이야기일 뿐이잖아.(내가 남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리노 : 그때 환자는 오랜 투병생활로 의지가 상당히 약해진 상태였습니다. 치료과정이 워낙 고통스러운지라 그냥 퇴원을 시켜달라고 하셨어요. 카카시 : (에게도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이제 알겠군.) 리노 : 다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병원에서 근무하고 계셨던 대장… 선생님께서 수개월 동안 그분의 곁에서, 딱히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간병인을 자처하시고, 희망을 주셔서… 환자가 치료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줬고, 병세가 호전되어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어요. 카카시 : (는 의료반 모두가 서로 끈기 있게 협력한 덕분이라고 말했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던 거지.) 리노 :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전 의사가 사람의 병을 고칠 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저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내 의료인생은 끝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좌절했던 거예요. 카카시 : ……. 리노 : 근데 그게 다가 아니더라고요. 선생님께선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셨어요. 의사는 언제나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모두들 말하지만 마음이 없으면 기계를 고치는 사람과 다를 게 없잖아요. 아니, 장인도 제가 고쳐야 하는 물건에는 최소한 애착을 가집니다. 난 사람인데, 의사도 어디까지나 사람을 대하는 직업인데 그걸 무능력이라고 여겼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물론 그런 의사를 더 신뢰하는 환자들도 있겠죠. 하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원할 거예요. 선생님처럼,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줄 의사를요. 카카시 : 그래, 맞아.(기술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건 희망이야. 몸이 아픈 환자들에게… 특히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에게 그것보다 더 힘이 되는 건 없겠지.) 리노 : 대장은, 자신이 동기들 중에서 가장 늦게 승급한 말단이라고 언제나 스스로를 낮추십니다. 하지만 전 그런 대장을 존경합니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여전히 환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실수투성입니다만… 언젠가 꼭 대장과 같은 의료인이 되고 싶습니다. 카카시 : (이러니 나 같은 게 눈에 들어올 리 없지. 만약 내가 의 애인이란 걸 밝히지 않았다면 이 녀석에게 나는 아마도 '행인1' 정도로 보일 거야.) 카카시 : 조금 분한걸-. 나도 앞으로 좀 더 분발해야겠어-. 리노 : 하타케 상닌께서는 지금도 충분히 훌륭한 닌자십니다. 카카시 : 으응, 고마워-.(원래 이런 칭찬에는 그다지 호응하지 않는 편이지만, 너의 말이라면 잠깐 으쓱거려도 좋겠지.) 카카시 : 그럼 리노 군-. 나랑 도시락 바꿔 먹지 않을래-? 리노 : 네…? 카카시 : 이거 무지 유명한 집에서 산 거야-. 제일 비싼 메뉴-. 그러니까 체인지-. 응-?(웃음) 리노 : 아, 안 됩니… 홱─. 리노 : 헉!!! 도, 돌려 주십시오!!! 카카시 : 미안-. 언제나 세상만사 아무래도 좋다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나 이래 봬도 독점욕 무지 강하거든-. 내 여자가 만든 음식은 전부 독차지하고 싶어-. 그럼 굿점 하도록-. 이만-. 리노 : 하타케 상니이이이인!!! (…) : 카카시─!!! 카카시 : 아이구, 귀청 떨어지겠네-. : 아니 왜 우리 애 먹으라고 싸준 걸 당신이 홀랑 뺏어 먹어요─!!! 당신이 그러고도 상급닌자예요─?!!! 이 사람이 정말─!!! 이리 와─!!! 좀 맞자─!!! 카카시 : 그러니까 처음부터 나한테 싸줬으면 이런 일 없었잖아. : 다음 임무에 싸주려고 했던 도시락 취소──!!! 카카시 : 헐, 너무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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