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어떤 데이트를 말하는 걸까나…?"

 "말 그대로입니다. 저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주십시오."

 "선생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나도 기뻐. 그치만 뭘 할 생각인지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말해봐."

 "오늘 밤 아카데미에서 근처의 숲으로 체험학습을 갑니다. 이번에는 츠나데 님께서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이벤트를 준비하셨는데, 밤이 되면 불꽃놀이를 한다더군요. 그때부터는 교사들도 자유시간입니다. 잠깐이라도 좋으니 와주십시오."

 "그런 거였어? 난 또 단둘이서 오붓하게라는 건 줄 알았지."

 "단둘입니다. 다른 사람들과는 멀찍이 떨어져서 구경할 거예요."

 데이트라고 말하기엔 보잘 것 없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마음 편히 함께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설령 누군가 두 사람의 모습을 본다 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테니까.

 "마을 안에서 그런 이벤트를 하는 건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네. 선생, 불꽃놀이 좋아해?"

 "솔직히 별로 흥미 없습니다."

 물론 하늘에서 터질 때는 알록달록한 빛이 예쁘다고 생각한다. 다만 저기서 펑 펑 하면 여기서 웅성웅성 해대니까, 노는 것은 좋아하지만 시끄러운 장소를 싫어하는 나로서는 별다른 감흥이 없다.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번 데이트에 무슨 의미가 있어?"

 "몰라서 물으십니까."

 "소란스러운 틈을 타서 내게 파렴치한 짓을 하려고?"

 "……."

 어서 부정해, . 넌 그냥 둘이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 뿐이라고 말해. 어째서 입이 떨어지지 않는 거냐며 스스로를 질책하려다 그만둔다.

 원래 데이트라는 게 알콩달콩 노닥거리다 틈틈이 파렴치한 짓도 하고 그러는 것 아니던가. 아직 젊은데 그 정도는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까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나보다는 오히려 상대방 남자가 두 손으로 뺨을 살며시 감싸고 있다. 이것도 그저 능청을 떠는 것 뿐이지만.

 (…)

 초조한 마음으로 숲을 서성거린다. 이제 곧 불꽃놀이가 시작될 텐데, 그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임무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고 하더니 결국 못 오는 건가. 다른 것도 아니고 일 때문이니 어쩔 수 없겠지.

 아쉬움을 느끼며 돌아서는 순간,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기척 없이 나타나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갑자기 덮쳐와서 깜짝 놀랐는데 의외로 굉장히 편안한 느낌이다. 마치 연인의 품처럼.

 "다녀왔습니다. 늦어서 미안해."

 줄곧 듣고 싶었던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그런데 뭐지… 이 낯설지 않은 비릿한 냄새는─.

 뒤돌아서 하얀 머리카락의 암부와 마주선다. 가까이서 보니 얼굴에 쓴 동물 탈에 피가 약간 묻어 있다.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지 고민하다 속으로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조용히 미소를 지어보인다.

 나로서는 그가 암부로서 어떤 일을 했는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분명 끔찍한 일이었겠지.

 지금쯤 마음이 꽤나 심난할 텐데, 그래도 나를 위해 약속을 지켜준 그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미안, 임무가 끝나고 집에 들를 시간이 없어서 옷을 갈아입지 못했어. 냄새가 조금…"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듯이 손을 뻗는다. 무서운 암부의 탈을 머리에 걸쳐놓으니 감추어져 있던 그의 얼굴에 달빛이 드리운다.

 "불꽃이 잘 보이도록 좀 더 높은 곳으로 자리를 옮기자."

 (…)

 자주 오는 숲이지만 길치인 나는 솔직히 어디에 가도 그곳의 지리를 잘 모른다. 그래서 하타케 상닌이 이끄는대로 그냥 따라왔다.

 도착한 곳은 그야말로 하늘이 가까워 보이는 곳. 이런 곳을 어떻게 알았을까. 나무기둥에 기대어 앉으니 더할나위 없이 편안하다.

 아까부터 줄곧 손을 잡고 있었다. 불꽃의 화려함을 구경하다 은근슬쩍 그에게 시선을 옮긴다. 나는 불꽃놀이에 별로 흥미가 없다.

 그의 옆모습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약간 여성스러운 구석이 있다. 그러면서도 이목구비가 선명해서 무심코 시선을 빼앗긴다.

 "마치 축제를 보는 것 같아. 츠나데 님께서 아이들을 위해 준비를 많이 하셨구나."

 문득 가슴이 울렁이는가 하면 묘한 긴장감이 발끝에서 올라온다. 내가 지금 이 남자에게 욕정하고 있는 것인가.

 그는 마침 마스크를 내려 입술이 보이고 있다. 몸이 기억하고 있는 부드러운 감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바깥이지만 우리는 지금 데이트를 하고 있다. 키스 정도는 괜찮겠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 저거 봐."

 그가 가리킨 곳에 조금 전보다 더 화려한 불꽃이 퍼져나간다. 몸의 방향을 정면으로 되돌리자 일순간 달아올랐던 것이 허무하게 식어버린다. 왜냐면─.

 "예전에는 이렇게 둘이서 자주 하늘을 올려다 봤었지. 그치만 불꽃을 구경하는 건 처음이네."

 조금 전 하타케 상닌의 웃는 얼굴을 보고 어렸을 적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떤 고민도 없이, 미움도 없이, 서로에게 약간의 호감과 호기심만을 가지고 있던 시절.

 지금의 나는 그때와 같이 순수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하라는 구경은 않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속으로 자책하며 형형색색의 하늘에 덤덤히 시선을 던진다.

 (…)

 불꽃놀이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숲길을 걷던 중 뜻밖에 그가 먼저 내게 키스를 해왔다. 뒤에 있던 나무기둥에 등이 부딪혀 아픈데도 그런 것을 신경쓸 여유는 없다. 입술이 겹쳐져, 손이 이어져, 서로에게 닿아 있다는 감각만으로 가득 차는 듯하다.

 "음… 음음……."

 다리에 힘이 풀려 두꺼운 암부복을 꽉 움켜쥐자, 그가 나를 끌어안고서 가볍게 들어 올린다.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싸고 매달리니 몸이 바짝 밀착되어 아찔한 기분이 든다.

 "하타케 상닌…"

 "응?"

 "오늘 불꽃놀이… 즐거우셨습니까…?"

 "으음-."

 그가 생각을 고르며 내 뺨을 야릇하게 쓰다듬는다. 아무리 뭐래도 여기까지 바라지는 않았는데. 검은 장갑을 낀 그의 손이 오늘따라 조금 무섭다.

 "실은 나도 불꽃 같은 건 별로 흥미 없어. 어린애가 아니니까 말야. 단지 너와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좋았던 것 같아."

 "좀 더 빨리 말해주지 그러셨어요…"

 "모처럼의 데이트였잖아. 게다가 네가 먼저 나를 불러줬는걸."

 평소와 같이 말하고 있지만 어쩐지 오늘은 평소보다 여유가 없다는 느낌이다. 피 묻은 암부의 탈을 보니 어느정도는 이해가 된다.

 이제 닌자로서는 어떤 일에도 익숙해져 있다지만 마음 한구석으로는 괴로웠겠지. 그의 손길이 내게 따뜻한 체온과 위로를 바라고 있다.

 망설이면서도 두 팔을 벌려 그를 감싸안는다. 하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내리자 싫지 않은 듯 그도 내 품에 더욱 깊숙이 파고든다.

 "우리가 이런 관계를 시작한지 벌써 3년이나 지났구나."

 별로 체감이 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그토록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정식으로 데이트를 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의 두 사람, 여러 가지 의미로 참 대단하다.

 "나이를 먹었어도 지금 우리들의 모습은 예전과 그다지 다를 것이 없는데… 최근 들어서 나… 드디어 너와 닿을 수 있게 되었다는 기분이 들어……."

 암부의 하타케 군과 나. 분명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아픔이든 무엇이든 여전히 그때와 같이 느껴지는가보다. 지금은 다만 미움이 자리잡았던 곳에 애정이 있을 뿐이다.

 쓰담쓰담─.

 "우리는 같은 세계에 살고 있지…? 그리고… 이렇게나 가까워……."

 "예……."

 갑자기 데이트 얘기를 꺼냈던 것은 단순한 변덕심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어쩌면 내게도 조금은 앞으로 나아갈 자신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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