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드물게 저기압이다 싶더라니, 그런 일이 있었어?"

 "죄송합니다. 저의 우울함이 하타케 상닌의 기분 마저 처지게 만드는 것 같네요."

 "괜찮아, 괜찮아. 그럴 때도 있는 거지 뭐. 하하하."

 "아닙니다. 애도 아닌데 표정 관리가 안 된다니."

 "내 앞에서까지 가짜 표정 지을 필요 없어. 서운하게 왜 이래."

 "똑같은 상사인데 하타케 상닌께선 제게 웃어주시네요."

 "똑같은 상사는 아니지 않나? 혹시 그 사람하고도 자?"

 "자, 잘 리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난 특별한 거지."

 "……."

 임무로부터 돌아와서 어쩐지 보이지 않는가 하면 아무도 없는 숲에서 혼자 유유히 책을 읽고 있질 않나. 이 사람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그냥 습관처럼 나른하게 웃은 건지, 자신이 특별하다는 것에 기뻐서 웃은 건지. 얼굴의 반 이상을 가리고 책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으니 좀처럼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인데. 같이 자고 있는데. 남들처럼 데이트를 즐기지는 못해도 오랜 시간 동안 알고 지내온 사이인데. 지난 공백을 메꾸기엔 아직 부족한 걸까.

 "하타케 상닌께선 별일 없으십니까?"

 "글쎄, 아직까지는 없는 것 같은데."

 "혼자 있는 편이 좋으십니까?"

 "혼자도 좋고, 선생하고 같이 있는 것도 좋아."

 "이런 말 죄송하지만 정말 태평하시네요."

 "좋은 거야. 아니면 뭐 초조함을 느껴야 돼?"

 "……."

 말이 아니라 오늘은 정말 그의 분위기가 평소보다 더 나른하게 느껴진다. 왠지 말문이 막혀서 잠시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겨 오전에 있었던 일을 회상해본다. 그러고보니 상급 닌자에게 깨진 건 오랜만이구나.

 사실 그리 큰 실수도 아니였고, 얼마든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다. 상대방이 워낙 철두철미한 성격의 소유자인데다 하필이면 오늘따라 저기압 상태였던 것이 문제. 톡 까놓고 말해서 그냥 운이 나빠서 잘못 걸린 것이다.

 내 경력을 헤집는 것부터 시작해 은근한 인신공격까지. 도대체가, 지가 상사면 상사지 뭔데 내 인생에 왈가왈부 참견을 한단 말인가. 지금 다시 생각하면 분해서 버킷으로 물을 확 끼얹어 버리고 싶지만 늘 그렇듯 생각에 그친다.

 그런데 그 사람은 어째서 기분이 나빴던 거지. 혹시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 건 아니겠지. 그런 거면 확, 아주 그냥 확, 정중히 양해를 구해버릴까보다.

 "누구야?"

 "네?"

 "널 혼낸 사람 누구냐고."

 "그건 왜 물으십니까? 복수라도 해주시려고요?"

 "일단 누군지나 말해봐."

 "에… 그게……."

 설마하니 정말 복수를 해주려는 건가. 기쁘긴 하지만 양심적으로 그닥 좋은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이름을 내뱉는다.

 "음, 그 녀석이 원래 좀 괴팍하지. 이 바닥에는 권위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주의거든. 나쁘게 말하면 그냥 앞뒤 꽉 막힌 거지만."

 "잘 아시는 분입니까?"

 "나와 같은 암부 출신인데, 한때 이비키처럼 고문을 담당하기도 했으니까 그것 때문에 팍팍해진 부분도 없잖아 있을 거야."

 "그랬군요. 그런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사정을 알고나니 그래도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네요."

 "난 또 나를 짝사랑하고 있는 여자에게 질투라도 받고있는 줄 알았지."

 "뭐죠, 그 어처구니없는 생각은. 인기남의 자신감입니까."

 "물음표가 들어갈 자리에 마침표를 찍지 말아줘. 필요이상으로 차갑게 들린다."

 복수든 뭐든 묘하게 듬직하다고 생각하던 찰나였는데. 책에 시선이 고정된 채 능청스레 대화를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또 얄미워진다.

 뭐, 어렸을 때 만큼은 아닐지라도 여전히 인기남인 건 사실이니 그를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고 해도 딱히 이상할 것은 없다. 오히려 그게 정상 같다.

 "짝사랑이라니 안타깝긴 합니다만 양다리 걸치시면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나 선생이 생각하는 것보다 지금 행복해. 그러니까 다른 여자는 필요없어."

 이젠 아무렇지 않게 달달한 말을 내뱉고… 정말 모르겠다, 모르겠어.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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