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나뭇잎에서 그다지 세력이 큰 편은 아니지만 그 뿌리가 깊어서 나름 명문으로 인정받고 있는 일족이지.”
“그 노하라 일족에도 혈족 계승 능력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어요?” “아니, 린에게 그런 얘기는 들은 적이 없는데.” “그야 그렇겠죠, 얼마 전 일족의 어르신께서 생신을 맞아 분가의 사람들까지 전부 본가로 모이게 되었는데 저도 그때 들어서 알았어요. 너도 이제 알 때가 됐다 하면서 말씀해주시더라구요.” “그렇구나.” “네, 그런데 그 능력이란 것이 제가 알고 있는 다른 혈족 계승 능력들과는 차원이 다르달까,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라서…….” “대체 어떤 능력이길래?” “한 마디로 말하자면 ‘분열’이예요.” “응?” “능력을 이어받은 자가 무언가를 강하게 열망하면 오로지 그 목적만을 위한 자신의 복제가 만들어진대요. 분신과 달리 진짜 살아 있는 인간으로서 밥을 먹거나 잠을 자야 하고 나이도 먹기 때문에 그걸 ‘분열한다’라고 표현하나봐요.” “확실히 신선한 충격이네. 나 역시 그런 능력은 들어본 적도 없어. 딱히 비밀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어째서 지금까지 바깥에 알려지지 않았지?” “그게 말이죠,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을 때만 아주 희박한 확률로 발휘되는 능력이래요. 설령 능력자가 태어나더라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거죠. 저는 분가의 사람이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본가에서 태어난 린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면서 어르신께서 엄청 안타까워하셨어요.” “분가라고 해도 피를 이어받는 건 마찬가지니까 상관없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어. 린의 경우에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선생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면…….” “?” “만에 하나 혼수 상태에 빠지더라도 희망이 있어…….” 그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의 표정을 보면 알 것 같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은 얼핏 이성적으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더 이상 소중한 것들을 잃고 싶지 않다는 집착을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닌자라면 그 깊이가 다를 뿐 누구나 이러한 광기를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 내가 오비토에게 가진 집착도 그와 비슷한 것이다. 그래서 가슴이 아려온다. “복제된 인간은 최초의 목적을 이루면 사라진대요.” “사라져?” “네, 과거의 기억을 대부분 잃어 버린 채 오로지 자신의 목적만을 위해 살다가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고 하더라구요. 1분 뒤가 될지, 1년 뒤가 될지, 10년 뒤가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만.” “…….” “실망하셨어요?” “아니, 사람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지고 있는 목적 따윈 없어. 굳이 있다고 한다면 그저 먹고 자고 숨쉬고 그렇게 살다 가는 것 뿐이지. 복제라고 해도 본체로부터 태어난 거라면 새로운 자신으로서 살아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그렇습니까.” “만약 그런 존재가 내 앞에 나타나서 오로지 목적만을 위해 살아간다고 한다면, 난 그 목적이란 것을 포기하라고 할 거야. 만약 바보 같은 선택을 한다면… 기억을 지워서라도…….” “안 돼요, 그 사람에겐 목숨보다 중요한 것일 수도 있잖아요. 어찌보면 꿈이란 것도 목적의 하나이고… 다른 사람이 멋대로 관여할 수 있는 게 아니예요.” “몰라, 그런 거. 뭐라고 해도 죽는 거보단 낫잖아. 죽으면 다 소용 없는 거잖아.” “네, 네. 만약 제게 그런 능력이 있어서 저의 복제가 태어나면 하타케 상닌의 맘대로 하세요. 이제 됐죠?” “목적 따윈 아무래도 좋다고 말할 때까지 우리 집에 가둬둘 거야.” “가둔다니, 너무해요. 제가 죽기 전에 가질 목적이라고 해봤자 꽃미남 파라다이스에 가는 것 정도일 텐데.” “선생 꿈이 혹시 꽃미남 파라다이스야?” “엣… 에에… 네에… 뭐 그런 거죠… 헤헷…….(쑥스)” “그래, 그 정도로 터무니없는 목적이라면 절대 이뤄질 리 없으니 안심해도 되겠네.” 째릿, 어째 말과 달리 그의 눈빛이 날카롭다. 흠칫 놀라 시선을 피하고, 그도 토라진 듯이 고개를 돌려 버린다. 그러다 문득 그의 눈동자가 커진다. “잠깐…….” “왜 그러세요?” “선생 말야, 어렸을 때 엄청난 고열 때문에 한 번 생사를 넘나들었던 적이 있었지?” “네, 그랬지요.” “그때…….” “?” “아니, 아니야. 신경쓰지 마.” 방금 전에 뭔가 무서운 일을 상상한 것처럼 얼굴이 경직됐었는데… 뭐지…? 물어보고 싶지만 깨닫고보면 어느덧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나른한 웃음을 짓고 있다. |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