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타케 상닌, 일어나십시오."
햇빛을 가리기 위해 얼굴에 덮고 있던 책을 치운다. 아직 졸린 듯 몽롱한 얼굴의 그가 흐릿한 초점으로 나를 지그시 바라본다. "사람을 불러놓고 주무시고 계시면 어떡합니까?" "오늘 새벽에 임무로부터 돌아왔어." 그래서 며칠 동안 얼굴도 보이지 않고 집에 아무런 기척이 없었던 거구나. 내게 말도 없이 떠난 걸 보면 츠나데 님께 갑자기 호출을 받아서 불려나갔던 모양이다. "선생도 요즘 바쁜가보구나. 오늘 아침 일찍 갔더니 이미 출근하고 없더라." 그의 말에 가슴이 살짝 두근거렸다. 집으로 돌아와서 거의 바로 나를 보러 왔었다는 것 아닌가. 평소보다 한 두 시간 일찍 출근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지만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든다. 힘드셨지요.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이예요. 그밖에도 해야 할 말이 많다. 그런데 왠지 쑥스럽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단지 속으로 생각하며 얼굴빛은 그대로 둔다. "네, 보시다시피 아주 바쁩니다. 지금도 상급 닌자에게 따로 지시를 받았다는 얘기를 해두고 나온 겁니다. 시키실 일이 있으면 지체 말고 말씀하십시오." "별일 아니야. 이번에 마을의 큰길에 보수 공사가 있을 예정인데, 츠나데 님께서는 먼저 근처에 아이가 사는 집이 몇이나 되는지 호구조사를 하라고 하셨어. 행여 아이들이 등하교를 하는 데 불편을 겪지는 않을까 해서 말야. 그런 것이라면 차라리 학적부를 참고하는 게 빠를 것 같아서. 선생이 도와줬으면 해." "츠나데 님께서도 히루젠 님 못지 않게 아이들을 소중히 여기시는군요." "말씀으로는 미래에 자신을 위해 발 벗고 뛰어다닐 뛰어난 일꾼을 양성하기 위한 큰 그림이라고 하시지만, 뭐가 어쨌든 호카게의 일을 하고 계시는 거겠지." "아무리 뭐래도 이제는 하타케 상닌께서 호구조사 같은 일까지 하시는 겁니까? 임무에서 돌아오자마자…" "여기도 저기도 전부 인력난으로 골치를 겪고 있어. 닌자 마을에서는 지금이 제일 바쁠 때니까 어쩔 수 없지." "아카데미에 다니는 아이들의 거주지라면 전부 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사는 확실하게 해야 하니까, 아카데미에 가서 학적부를 가져오겠습니다." "부탁해. 나는 조금만 더 잘게." "이런 곳에서 자다니, 대장의 체면이라는 걸 조금은 생각하십시오." "zZZ…" 책으로 다시 얼굴을 덮고는 그새 잠들었는지 대답이 없다. 정말이지. (…) "전부터 궁금했는데 말야." "예." "선생은 어쩌다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어?" "에… 그건 말이죠……." 하타케 상닌과 나란히 길을 걷고 있다. 앞으로 공사가 있을 예정인 장소와 근처의 집들을 돌아보기 위해서지만, 줄곧 안에서 업무에 시달리다 밖으로 나와서 뜻밖에 여유로운 산책의 시간이 되었다. "아시다시피, 저는 어렸을 때 구미에 의해서 가족을 전부 잃었습니다." 이제는 오래 전의 이야기가 되었지만 여전히 내 주변에는 그들의 빈자리가 남아 있다. 그래서 이따금씩 바로 어제의 일처럼 허전함이 느껴지곤 한다. "제가 순탄치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앞으로는 어떤 아이도 그런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 "전쟁이 끝나고 시간이 흘러서 요즘 아이들에게는 보통 생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만… 그래도… 혹시라도 저와 같은 아이가 생기게 되면… 힘이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그랬구나." 쓰담쓰담─. "엣, 하타케 상닌?" 문득 그가 내게 손을 뻗는가 하면, 손끝을 살짝 세워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큰길이라 제법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는데, 그들의 시선이 신경쓰이지 않는 걸까. 생각해보면 상사가 부하에게 하는 행동으로는 조금 어색할 수 있지만, 딱히 있을 수 없는 일도 아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마음을 놓고 조용히 그의 손길을 느낀다. "실은 예전에 네가 나루토의 머리를 이렇게 쓰다듬어주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했거든." 정면에 시선을 두고 걸으며, 그가 말을 잇는다. "아까 어린 시절의 꿈을 꿨는데, 눈을 떴을 때 네 얼굴을 보고 기억이 났어. 나에게도 그런 네가 필요했었다는 걸." "……." 요즘 아이들에겐 드문 일이라고 해도, 닌자 마을 안에는 나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사람이 제법 많다. 하타케 상닌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모친을 잃은데다 머지않아 부친 마저 잃고 혼자가 되었다. 마을의 영예로서 나루토처럼 외면을 당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밖에도 많은 아픔을 겪으며 외롭고 괴로웠을 것이다. 뭐라고 해도 하타케 상닌도 그때는 아이였는데. 나는 그런 작은 아이에게 따뜻한 손길은 커녕 오히려 상처만 더 주었다. 지금부터라도 잘해주고 싶지만 그의 부하로서는 차마 손을 뻗을 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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