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명은 여기까지다. 15분 후에 출발할 테니, 그때까지 장비를 정검하거나 볼일을 보고 와라. 잠깐 해산."
"네, 대장." 첫 임무다. 소대장으로서 맡게 된 첫 임무. 이번에 내 밑으로 배속된 인원은 5명이고 그 중에서는 익숙한 얼굴도, 아직은 낯선 얼굴도 있다. 퐁- 하며 작은 연기와 함께 그들이 각자 흩어진다. 장기임무로 한동안 마을을 떠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나의 스승이신 츠나데 님의 배려로 첫 임무의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다. 이 정도는 승급하기 전, 중급 닌자 시절에도 얼마든지 수행해왔다. 그러나 '대장'이란, 듣기만 해도 참으로 어깨가 무거워지는 이름이다. 보통 팀의 일원일 때는 크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일들까지 전부 신경쓰지 않으면 안 된다. 아, 떨려 죽는 줄 알았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다. 리더로서 부하들 앞에서는 한결같이 베테랑처럼 행동해야 했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임무가 시작되면 무려 다섯 명의 사람이 목숨을 걸고 내 지시에 따르게 된다. 내게는 그들을 마을로 안전히 복귀시켜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 만에 하나라도 그러지 못했을 경우에는, 마땅한 책임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문득 과거의 하타케 군이 떠오른다. 그렇게나 작은 어깨로 그는 어떻게 이 무게를 견뎌냈을까. 혼자 남겨져서 가뜩이나 서러운 마당에 내게 심한 말까지 듣고 얼마나 속이 상했을지. 같은 입장이 되어보니 지금은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이런 생각은 하면 안 되겠지만, 만에 하나, 천만 분의 일이라도, 나의 팀원 중 누군가 죽었다고 치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그 일에 대해 나를 탓하고 원망하며 '죽어버려' 같은 말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끔찍하다. 아마도 나는 모든 것을 다 그만두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물론 그러한 시련들을 견뎌내는 것이 산 자의 의무이기 때문에 실제로 그만둘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절망적인 기분일 것 같다. 당시의 하타케 군은 이미 성숙한 닌자였기 때문에 결코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그가 상처를 받았고, 두려움을 갖게 되었고, 나와의 관계를 지금 이상으로 발전시키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와 내 사이의 문제는 '다름'으로 인한 '오해'였다. 엘리트인 그를 그렇지 않은 내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무엇이든 비뚤어진 시각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에, 오비토와 린이 죽은 지 한참 뒤에도 계속 미워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승급만 하면, 일단 같은 위치에 서게 되면 어떤 유형으로든 관계를 개선할 길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바뀐 것은 많지 않았다. 직급이 오르고, 봉급이 오르고, 여러 가지 좋은 변화가 있었지만 정작 그와 나의 관계는─. "대장, 길에서 뭐 하시는 겁니까? 보기 좀 민망하네요." "!!!" 지금 시점에 나를 대장이라고 부를 사람이라면 아까 분명히 전원 뿔뿔이 흩어졌다. 벌써 돌아왔단 말인가. 아직 5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건만.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키며 부랴부랴 자세를 고쳐잡는다. 누구지? 여기서 잠시, 팀원들의 이름과 성격을 살짝 돌이켜본다. 임무의 성격에 따라 팀원은 매번 바뀌지만 그들은 내 직속 부하, 기본적으로 모두 내 밑으로 배속되어 있다. 따라서 언제든 내게 우선적으로 배치된다. 앞으로 누구보다 볼일이 많을 것이다. 마키 ♂ (보고 있으면 오비토나 나루토가 떠오른다. 활발하고 명랑하다. ) 아이리 ♀ (여자지만 사스케와 비슷하다. 냉정하면서도 차분한 소녀다.) 유우마 ♂ (약칭 유마. 말투가 조금 거칠지만 가슴은 따뜻한 녀석.) 후우 ♂ (강아지 타입이다. 몸집에 비해 애교가 굉장히 많은 녀석.) 리노 ♂ (나와 같은 의료 닌자. 나를 보면 어째서인가 얼굴이 붉어진다.) 일순간 팀원들의 얼굴이 차례로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런데 막상 고개를 돌려보니 생각치도 못했던 뜻밖의 인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카카시 선생님." 무심코 예전처럼 '하타케 상닌'이라고 부를 뻔 했다가 간신히 삼켰다. 새로운 호칭에는 아직 익숙치 않다. 다른 친구들도 모두 밖에서는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그의 경우 워낙 오래 전부터 직급으로 불렀던지라,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언제 돌아오셨어요?" "오늘 아침에." 그는 보름 전에 장기 임무를 떠났었다. 내 승급시험이 끝나자마자 거의 바로 그에게 임무가 내려와서 함께 기뻐할 틈도 없었고, 친구들끼리 모여 축하할 때도 그는 자리에 없었다. 그 동안 내 수행을 봐주느라 일이 잔뜩 밀려 버렸으니 별 수 없는 노릇이었다. "평범하게 말을 거세요. 깜짝 놀랐잖아요." "미안, 힘없이 주저앉아 있는 걸 보니 어떻게든 해줘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언제나와 같은 나른한 웃음. 놀랍게도 경직되어 있던 내 얼굴이 금세 그를 따라서 부드럽게 변한다. 나이는 점점 먹어가는데 그는 오히려 최근 들어 외모에 물이 올랐다. 과거에 하타케 군을 보고 천사라고 생각했던 어린 자신이, 어른이 되어서는 그저 우습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이상한 비유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내 기분은, 단테의 베아트리체처럼 마치 자신의 뮤즈를 만난 듯하다. 단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무엇보다 굉장히 안심이 된다. "저 좀 안아주세요." "이리 와." 두 팔을 벌려 품을 내어주는 그에게 강아지마냥 쫄랑쫄랑 다가가 안긴다. 가끔 무섭기도 하지만 그에게 안기면 더할나위 없이 마음이 편안하다. 지난 몇 년 동안 좋아했고 의지해왔으니 당연하다. "밥 든든히 먹었어?" "(끄덕끄덕)" 그가 정해준 철칙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킨다. 딱히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저 때가 되면 끼니를 챙겨먹는 것. 오늘 아침에도 별로 입맛이 없었지만 꿋꿋이 먹었다. 이제는 당연한 일이 되었지만, 그가 따뜻한 손길로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황하지 말고 다음 수를 생각해야죠." "내가 준 매뉴얼 읽어봤어?" "네, 전부 외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매뉴얼이란 것은, 그가 작은 수첩에 적어 준 '위기 대처법 알고리즘'이다. 각각의 위기 상황에서 중요한 판단을 내리기 전에 어떻게 사고를 진행해야 하는지, 어떻게 실행에 옮겨야 하는지를 간단히 알려준다. 나는 이 남자와 같은 천재가 아니다. 부족한 만큼 노력을 해야 한다. 일일이 도움을 받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가끔 힘들기도 하지만, 그가 말했듯 모든 것은 나를 위한 일이다. 행여라도 내가 크게 다치거나 돌아올 수 없게 되면, 그는 또 다시 상처를 입게 된다. 다음 번엔 극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무사히 그의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 "돌아오면 소원 한 가지 들어줄게." "정말입니까?" "응." 그가 내게 좀 더 가까이 다가선다. 그의 손이 나의 뺨을 지나, 머리를 부드럽게 감싼다. 나를 똑바로 향해 있는 눈동자. 그를 바라보며, 밝게 웃으며, 저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럼, 정식으로 사귀어주세요. 현재 내 소원이라 함은 단지 그것 뿐이다. 이런 기회를 이용해서 억지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정말 간절하게 원한다. 이 사람의 여자가 되고 싶고, 이 사람을─. "대신, 지금 내 소원을 들어줘." "무엇입니까…?" "말하지 않아도 알 거야." "에…?" 그가 마스크를 내리자 붉은 입술이 보인다. 내게 천천히 다가온다. 따뜻하게, 부드럽게 포개어져 나를 만지고 위로한다. 저릿한 느낌이 나의 몸과 마음을 동시에 휘어잡는다. 깨닫고 보면 머리가 몽롱해서, 감각이 무뎌져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다. "저, 저기……." 이 목소리는, 마키? 유마? 이렇게 밝은 톤은, 으음, 아무래도 마키인 것 같다. 그런데 왠지 당황한 듯한 목소리… 응? 잠깐, 지금 나, 키스하고 있지? 아직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어? 어어? 쪽-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비로소 멀어져, 카카시에 의해 가려지고 있던, 그의 뒷쪽 풍경을 본다. 나의 팀원들이 일제히 얼굴이 빨개져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그들의 시선이 차마 이쪽으로 향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한다. "너, 너희들… 왜… 벌써……." "대장… 죄송합니다… 그런데… 15분… 훨씬 지났습니다……." 아아아아아아, 나의 소리없는 외침이 속에서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진다. "방해하지 말고 어딘가 가 있으라고 말하고 싶지만 지금으로서는 내가 방해를 하고 있는 것이 되는구나. 어쩔 수 없지." 유유히 마스크를 올리고는 그가 뒤돌아서 나의 팀원들과 마주선다. 어느덧 내 허리가 그의 팔에 감겨 있다. 아주 자연스레. 당연한 것처럼. "아, 안녕하십니까! 하타케 상닌!" 꾸벅-. 말하자면 대선배, 롤모델, 동경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을의 영예를 향해, 비슷한 성격의 아이리부터 시작해 모두가 허리 숙여 정중히 인사를 한다. 다들 놀란 기색이 영력한 걸 보니 나와 키스를 하고 있던 남자가 돌아서기 전까지는 누구인지 몰랐던 모양이다. 왼쪽의 사륜안을 가리기 위해 비뚤어지게 쓴 서클렛을 보고, 그야말로 깜짝 놀라서, 갑자기 몸에 바짝 긴장이 들어가며 모두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아아, 내가 잠시 잊고 있었다. 나뭇잎 마을 안에서 이 남자의 파급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통은 기척을 숨기고 다니기 때문에 지나가도 알아차리지 못하는데, 지금 나의 카카시 선생님은 아주 당당히, 숨길 것 따윈 없다는 듯이 그들 앞에 서 있다. 평소에 그를 존경하던 아이리는 마치 아이돌을 본 것처럼 황홀한 표정이고, 리노는 어째서인지 울 것 같은 표정이다. 나머지는 슬슬 저들끼리 눈짓을 주고 받으며, 무언가 짓궂은 일을 도모하는 것처럼 (?) 웃는 얼굴을 감추고 있다. 그야, 자기들이 굉장한 광격을 목격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 그들이 본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6대 호카게가 될 가장 유력한 인물로서 거론 되고 있는 남자, 단 한 번도 대놓고 여자를 만난 적이 없는 그가, 나와 키스를! 키스를 하는 모습이었다! "하나 같이 믿음직한 얼굴들이라 안심이야." 문득 내 허리를 감싸고 있던 그의 팔에 약간 힘이 들어간다. 그리고 또 한 번, 이번에는 그가 내뱉은 말 한 마디가 나의 의식을 강하게 후려친다. 정말이지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뭐라 해야 할까, 감격의 순간이다. "내 여자친구 잘 부탁해." 흐아아아아알렐루야아~! 비명인지 환호성인지 모를 소리가 아까와 같이 메아리로 울려 퍼진다. 내가 지금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르겠다.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에라, 모르겠다. 그냥 흐름에 맡겨 버리자. "자, . 더 늦기 전에 출발해야지." "예…? 아… 네……." 얼떨떨한 얼굴로 대답하자 잘 다녀오라며 그가 내게 또 한 번 가볍게 입을 맞춘다. 물론 지금은 다들 이 광경을 놓칠세라 두 사람을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다. 스스로도 도무지 주체할 수 없는 달달함에 몸서리가 쳐진다. 대체 이 사람은, 어디까지 나를 몰아붙일 작정이지. 이제 더는 빼앗길 마음도 없는데. "다들, 출발한다…!" "네!" 우르르-. 반짝이는 눈물을 뿌리며 팀원들을 리드해 목적지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나간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나무 위로 높이 뛰어오르며 뒤를 슬쩍 돌아본다. 나른하게 웃는 얼굴로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그리고 잠시 마스크를 내리더니─. 사 랑 해. 그가 입모양으로 내게 말한다. 단 한 번도 해준 적 없었던 말, 심지어 나도 직접적으로는 표현한 적 없었던 감정을, 지금에 이르러서는 너무나도 가뿐하게 전한다. 나도 대답을 돌려주고 싶다. 하지만 나중으로 미뤄야 한다. 무사히 돌아와서 전해야겠지. 킁. 고개를 정면으로 되돌리며 조용히 코를 삼킨다. 팀원들이 빨갛게 부운 내 눈만은 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가슴이 떨리고 좀처럼 진정되질 않는다. "너희들… 오늘 본 것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도록…!" "예, 노력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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