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날 카카시의 입장이 되어 보고나서 그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후로도 츠나데 님의 제자 4인방은 타인의 꿈을 통해 정보를 얻어내는 연구를 계속 이어갔다.
덕분에 지금은 여러 가지 면에서 그때보다 발전되었다. 예를 들면, 카카시의 꿈속에서 그와 내가 함께 움직일 수 있다. 도중에 내 꿈으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연구 특성상 이번에는 야마나카 일족인 이노의 영향이 가장 컸다. 한때 아카데미에서 나의 수업을 들었던 이노지만 이쪽 분야에 대해서는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 함께 연구에 매진할 때면 종종 그녀에게서 교사 시절 이노이치 선생님의 모습이 보이곤 한다. 물론 이노뿐 아니라 내 동료들은 모두 대단한 능력자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나 역시 어느 때보다 뜨겁게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다. 오늘은 오랜만에 휴일을 얻어서 다시 한 번 카카시와 연구실을 찾은 것이다. 이유는 지난번과 같다. 그저 상대방을 좀 더 이해하고 싶다는 것. 모처럼의 기회니까 샘플도 수집할겸 연구를 십분 활용하기로 했다. 카카시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 예전에 비하면 많이 솔직해진 편이다. 덧붙여 게을러지고, 애기 같고, 완전 아저ㅆ…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경험이 되었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카카시의 꿈에 먼저 들어가 보기로 결정. 내친김에 일생동안 가장 행복했던 꿈을 꾸도록 했다. 지금 내 눈앞에는 한 소년의 로망이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다. 아무리 뭐래도 이렇게 은밀한 부분까지 알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성인이 되기 전부터 야한 소설 읽기가 취미였던 내 남자의 판타지는 정말 러브러브 시리즈 그 자체였다. 챕터1: 러브러브 파라다이스 ~부끄럼쟁이 그녀~ 딱히… 당신의 모습이 며칠 동안 보이지 않았다고 걱정했던 건 아냐… 뭐, 뭐야, 그 표정… 전혀 다르니까, 얼굴을 보려고 했던 게 아니니까, 멋대로 감동받지 마… 나, 나는… 당신 따위… 정말 싫은걸… 하지만… 그래… 당신이 멋있다는 것만은 인정할게… 솔직히 반해버릴 것 같아… 있잖아… 오늘부터 이름으로 불러도 돼…? 안 된다고 하지 않을 거지…? 카… 카카시 군……. 챕터2: 러브러브 택틱스 ~뭐든지 용서하는 선생님~ 당신… 이런 시간에 아카데미에서 뭐 하는 거야…? 아, 아니… 책을 읽고 있다는 건 보면 알지만… 갑자기 아카데미의 분위기가 그리워지기라도 했나 보지…? 뭐… 여긴 나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니까 마음대로 해… 그런데 당신은 예전부터 정말 변함 없구나… 후후… 아, 지금 웃은 건 별로… 그, 그래… 선생님이니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은 누구라도… 당신이라도 귀여워 보이는 것뿐이야… 하지만… 이렇게 훌륭한 남자에겐 어떻게 칭찬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는걸… 당신이 나한테 가르쳐줄래…? 잠깐… 이건… 선생님한테 너무 가혹한 거 아니야…? 이, 이런 거… 나는… 모르겠… 아……. 챕터3: 러브러브 바이올런스 ~애인의 뜨거운 수프~ 오늘도 임무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돌아온 거예요…? 정말이지 집밖에 모른다니까… 나한테도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구요… 아아, 그렇다고 다시 나가버리겠다니, 싫어… 모처럼 수프가 완성됐는데… 당신이 맛을 봐줘요… 아앙-.♡ 앗…! 괜찮아요…? 당신을 수프에 데이게 하다니… 난 정말 뜨거운 것밖에 모르는 못된 여자야… 그래도 나를 사랑해…? 그치만 카카시가 또 데어버릴지도 모르는걸… 그런 건 위험하니까 그만둬… 안 돼… 아아……. 뭐, 나름 귀엽네. 이만하면 충분히 본 것 같으니까 그만 내 꿈으로 넘어가자. 간절히 남고 싶어하는 카카시의 뒷덜미를 붙잡아 억지로 끌고 나왔다. "뭐야, 남자의 로망인데 설마하니 수위를 예상 못했어?" "아무리 그래도 정도가 있지, 당신은 평범한 모습인데 어째서 나만 처음부터 끝까지 미니스커트 차림인 거예요? 팬티가 보일 것 같은 그런 옷을 입고 임무를 수행한다든지, 학교에 나갈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당신의 꿈에서는 얼마나 현실적인 이야기가 펼쳐질지 어디 보자고. 어차피 짜증나는 검푸른색으로 도배가 되어 있겠지. 진짜 그 녀석은 당신에게 관심도 없었는데 말이야." "말 다 했어요? 밸런타인 데이의 일이라면 이미 사과했고, 당신이 말하는… 하여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다 했잖아요. 애도 아니고, 어지간히 기분 풀어요." "흥……." 보아하니 단단히 삐친 것 같다. 방금 본 것들 중에 하나는 들어줘야 조금 풀어지려나. 생각만 해도 피곤… 아니, 은근히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경계를 넘어가자 꿈의 주인이 바뀌며 주변의 풍경을 비롯해 모든 것에 변화가 생겼다. 따뜻한 날씨와 느긋한 분위기… 역시 여자의 꿈이 훨씬 섬세하다. 조금 전과는 확연하게 다르지 않은가. 꿈속의 나는 17살 정도다. 당연히 이 시점에서 오비토와는 만날 수 없다. 예상과 달리 검푸른색이 전혀 보이지 않자 의외라는 듯이 카카시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나 역시 조금 당황해 버렸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어디서 많이 본 저 여우… 검은 손으로 탈을 들어 올리고는 하얀 머리 위에 걸쳐 놓는다. 과연 부정할 수 없는 절세미인. 천사 같은 얼굴에 시선이 향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잠깐, 저기 있는 나는 왜 탈 밑에 마스크를 안 쓰고 있지? 아, 당신 사정에 맞춰서 아예 벗겨 놓고 시작하는 거구나. 만만치 않구만. 이 꿈도 아주 재밌겠어." 내게 있어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상황이다. 시간이 흐르면 별 수 없이 과거에 무감각해지기 때문에 자신의 꿈인데도 새삼 낯이 뜨거워졌다. 아주 어렸을 때라면 상관없지만 17살 때… 더구나 '그 후'의 시점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뭐라 말해도 나는 마음속으로……. 시작부터 핑크빛 분위기 뭐야. 이 위화감 어쩔 거야. 당시만 해도 원수보다 못한 사이였는데 이런 분위기를 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아무리 꿈이라지만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크다. 챕터1: 두근두근 다이어리 ~미워할 수 없는 그녀석~ 이제 그만해… 나를 그런 눈으로 보는 건… 네 고집이 너 자신을 더 힘들게 만들고 있잖아… 같은 상처를 가진 우리가 왜 서로를 미워해야 하지…? 그만 내 어깨에 기대서… "아니, 내가 저렇게 느끼한 말을 한다고?" "조용히 좀 해봐요." 부끄러운 건 매한가지라 돌아서서 나갈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더 보고 싶었다. 당시의 감정이 새록새록 되살아나서 아련하고도 애틋했다. 절대로 들키고 싶지 않지만 여전히 설렌다. 챕터2: 두근두근 버스데이 ~거절하지 못한 선물~ 너의 생일…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어… 지금까지 모른 척하고 있었을 뿐… 또 그런 거짓된 눈으로 쳐다보고… 나는 당신을 초대한 적 없다 말하고 싶은 거야…? 그럼 하나만 물을게… 너는 왜 초대하지도 않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이렇게 어두운 밤까지… 오히려 하타케 군의 선물은 밤이 아니면 받을 수 없다고 생각… "꺄아아아아! 다음, 다음! 스킵!" "대체 무슨 선물이길래?" 카카시를 다급히 영상으로부터 돌아서게 한 뒤 소리도 듣지 못하게 두 귀를 막아버렸다. 진짜 스킵해버릴 수도 없고… 아니, 그래도 나는 계속 봐야지. "내 선물은 벌건 대낮에는 받을 수 없지. 왜냐면 그건 바로…" "따라하지 마요! 자꾸 놀리면 진짜 화낼 거예요!" 누군 뭐 놀릴 줄 몰라서 가만히 있는 줄 아나. 터무니없는 걸로 따지면 그쪽도 만만치 않거든요. 애당초 어째서 이렇게 주제에서 벗어나버린 거지. 내 의도는 단지, '가장 행복했던 꿈'을 보는 거였는데. 챕터3: 두근두근 허니문 ~당해낼 수 없는 남편~ 봐… 결국에는 모든 게 내 말대로 됐잖아… 너의 솔직한 눈… 정말 귀여… "보아하니 이건 최근에 꾼 꿈 같네?" "그, 그게 뭐가 중요해요?" "중요하지, 가 아직 꿈꾸는 소녀의 감성을 잃지 않았다는 거잖아. 당신은 좋겠다, 어려서.(너털웃음)" "연하 주제에! 집중하고 있으니까 조용히 해욧! ////" 아까처럼 돌아세워 귀를 막으려 했더니, 이번만은 봐야겠다는 듯 저항해서 하는 수 없이 그냥 놔두었다. 결국에는 둘이서 끝까지 다 봤다. 이 나이에 얼굴이 뜨거워질 만큼 설레면서도 민망함, 자괴감, 허망함이 동시에 휘몰아쳤다. "자기야, 여기 봐." 쪽─. 아까 그렇게 나를 놀리더니 웬일로 카카시가 뽀뽀를 해준다. 짜증나는 검푸른색이 아닌 하얀색으로 도배된 내 꿈을 보고 은근히 기뻤던 모양이다. 어쨌든 그의 기분이 풀려서 미니스커트를 입을 필요는 없게 됐다. 좋아하는 모습이 귀여웠는데 조금 아쉽기도 하고… 일단 보류해 두기로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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