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트레이닝을 한다. 운동장에서 트랙을 따라 달려도 되고 실내에서 운동을 해도 된다. 운이 좋으면 2학년 선배들에게 주구 취급 법을 배울 수도 있다. 지난번에는 마키 선배에게 가볍게 휘두르는 훈련을 받았다. 아무래도 처음이라 서툴렀고 나중에는 칼을 쓰는 게 아니라 발레하는 것 같다며 놀림을 당했다.
그도 그럴 게 제가 취급했던 것은 후프, 공, 곤봉, 리본 따위였는걸요. 이렇게 울먹이니 이누마키 선배가 등을 두드려 주었다. 마키 선배도 놀리는 것은 멈추었지만 주술사로서 훈련받게 된다면 단단히 각오하라는 충고를 들었다. 오늘도 나는 운동장으로 나왔다. 무리하면 안 된다는 건 알지만 정식 훈련을 받지 않는다 해도 기초 체력을 탄탄히 해 두고 싶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단연 스트레칭이다. 팔다리를 쭉 뻗는다든지 목을 돌린다든지. " 너도 운동을 되게 좋아하는구나. 훈련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무진장 설렌다는 표정이야." "체조 선수니까! 예전에는 이타도리 군처럼 불끈불끈했어. 오랫동안 쉬어서 지금은 말랑말랑해. 만져 봐." "와⋯⋯ 말랑말랑. 근데 여자애들은 이 정도가 보통 아닌가. 잘 모르겠네. 어쨌든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겠다." "이타도리 군. 지루해? 먼저 시작할래?" "기다릴게." 이타도리는 손사래를 치며 계단에 앉았다. "쿠기사키가 여기 있었다면 '앞서나가기 좋아하는 남자는 밥맛이야!'라고 했을 거 같아." "헤헤헤. 이타도리 군도 평소에 노바라를 자세히 관찰하는구나. 재밌다. 한 번 더 해 줘." "무서우니까 그만할래." 키득키득 웃으면서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그대로 두 눈을 감고 가슴을 활짝 펴며 스트레칭을 계속했다. 심호흡으로 준비운동을 마무리할 때까지 이타도리가 나를 지켜보는 것 같았다. 노바라처럼 나도 관찰하는 것일까. "끝났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트레칭하는 것뿐인데 멍하니 보게 되네. 역시 다르구나. 움직임이라든지 그런⋯⋯." "그런?" "여자애한테 말해도 되는 건가⋯⋯ 뭐라고 해야 되지⋯⋯ 하마터면 이상한 말 할 뻔했다." "이상한 말?" "그렇게 들릴 수도 있는 거. 늘 그다지 생각하지 않고 내뱉어서 어떤 말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 미안." "괜찮아. 나, 금세 다시 건강해질 거니까. 나중에라도 이타도리 군의 생각이 변하지 않는다면 꼭 말해 줘." 나도 한때는 운동선수였으니 경연 중이 아니라도 사람들의 시선이나 평가에는 익숙해져 있다. 제대로 단련된 신체에 대한 칭찬이라면 오히려 듣고 싶다.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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