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연한 거지만 너도 지치는구나."
"헤헤헤." "하하하. 잘 웃네애. 솔직히 지금도 네가 왜 웃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렇게 웃는 게 기분 좋다는 건 알아. 실은 지난번에 못했던 말이 있거든. 부끄러워서. 나도 그런 거 같아. 안심할 수 있어. 네가 옆에 있거나 없거나. 웃는 얼굴밖에 생각할 수 없잖아. 그만큼 우는 얼굴이 충격적일 거 같긴 하지만⋯⋯ 뭐, 괜찮겠지. 무진장 행복해 보이고." 모두에게 될 수 있는 대로 듬직한 모습만 보여 주고 싶으니까. 그런 간절한 마음이야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일찍이 소진되어 버린 몸이었다. 기숙사로 돌아갈 때까지만이라도 버티고자 허리를 세워 봤지만 다시 축 처지고 말았다. 이타도리가 픽 웃으며, "바람 빠진 풍선 같아." 하고는 바록거렸다. 이타도리는 도리어 씩씩하게 비쌔는 한이 있더라도 좀처럼 지친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나보다 훨씬 고된 훈련을 받고 있겠지만 그의 부드러운 인상은 잠들기 전까지 그대로일 것이다. 분하도록 강하다.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대신 스즈카의 고상한 표현을 빌리자면 삼두육비의 몸과 광풍제월의 마음이다. "걷기 힘들 정도야? 업어 줄까?" 이렇다 보니, 때로는 이타도리의 듬직한 말도 나를 놀리는 것처럼 들린다. 물론 실상은 내 질투일 뿐이거니와 조금도 밉지는 않다. 다만 비교되는 만큼 속상할 따름이다. 나는 괜스레 뾰루퉁한 표정을 하고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말만으로도 고맙지만, 정말 나를 업어서 기숙사에 데려다 줄 수 있습니까, 이타도리 씨?" "어부바라면 이미 해 봤어. 물론 얘기는 스즈카 쌤과 했지만. 너를 업은 것도 맞지. 멍때리고 있다고 해서 아닌 건 아니니까. 사람들이 너랑 나를 보면서 료멘스쿠나와 스즈카고젠을 생각하는 거랑 같은 거야." 그는 한쪽 어깨를 주무르면서, "솔직히 나도 싫지만은 않았어. 스쿠나를 핑계로 스즈카 쌤한테 응석부리는 건.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분할 것 같기도 해. 어차피⋯⋯ 예를 들어서. 고죠 쌤은 다른 여자들한테서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아." 하고 좀 더 길게 말꼬리를 늘렸다. "응! 맞아! 엄청 사랑받을 거야!" "역시 웃는구나⋯⋯ 질투 안 나?" "질투 안 나! 나도 고죠 쌤이 좋아!" 히죽해죽.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칭찬받은 것처럼 기분 좋았다. 그야 고죠 쌤은 여자들한테 인기도 많을 것이다. 잘생겼고, 상냥하고, 멋있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니까. 더욱 기분 좋은 건 이타도리가 농담처럼 말해도 부탁하면 정말 덤덤하게 업어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도 오늘은 응석부리지 않기로 했다. "그렇지! 이타도리 군은 지치지 않았어?" "음⋯⋯ 뭐, 조금. 오늘도 훈련이었으니까." "잘됐다! 내가 이타도리 군을 업을게! 이제 나도 어린애가 아니니까 좀 더 마음이 뿌듯해지는 일을 할 거야." "하하하. 나, 80kg 넘어. 그래도 상관없다면." 웅크리고 앉아서 기다리자 이타도리가 두 팔로 내 목을 감았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은 뒤 벌떡 일어났다. 유연하게. 힘을 쓸 때는 저만의 요령도 있어야 하고 프로라면 과학적 원리를 이용해야 한다. 문제 없음. 그렇게 생각했다. "으라차차!" "어? 어어? 일어났⋯⋯ 우와!" "꺄아! 이타도리 군 무거워어!" "진짜 업으려고 할 줄은 몰랐어!" 안 되는구나. 오랜만이라 좀처럼 균형을 잡지 못하고 무너졌다. 지금은 이래도 예전에는 힘에 자신이 있었다. 여자애들 사이에서 으뜸임은 말할 것도 없고 한때는 역도 선수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열심히 훈련해서 조금씩 회복하고는 있지만 과연 80kg 이상은 아직 무리인 것 같다. 예전의 나였다면 거뜬했을 텐데. "이타도리 군, 놀랐어?" "으응. 놀랐어. 괜찮아?" "나는 괜찮아. 오랜만에 힘썼더니 내 코어 근육이 빵빵해진 거 같아. 다음에는 꼭 방까지 업어 줄게." "그럴 필요 없을 거라고 생각해. 그때 가서 보자. 억지스럽긴 한데 어쨌든 살아난 것 같아서 다행이야." 적절한 자극이었다. 머리로 피가 몰려서 얼굴이 빨개졌을지언정. 근육이 긴장했을 때 죄어드는 아릿함도 나는 좋아한다. 제대로 업어 주지 못해 민망했지만 뜻밖에 이타도리가 허둥대는 모습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유쾌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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