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거기서도 잘 지내길 바랄게!"

 "이타도리 군, 너무 쿨한 거 아니야?"

 이대로 발걸음을 돌려 떠나면 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 만큼 담백한 작별인사에 서운한 목소리가 나왔다. 말하자면 '이것은 반 학기가 지나도 이름밖에 모르는 같은 반 동급생의 전학을 평범하게 응원하는 것이다'라는 느낌.

 뭐, 이제는 초등학생 중학생도 아니고. 전학 가는 것 정도로 격한 반응을 기대하기에는 이른감이 있다. 그런 생각으로 마음을 달래고 있으니 이타도리가 양손을 제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엉너리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 나도 아쉬워. 하지만 그렇잖아, 주술사니 주령이니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이해해."

 농담이 아니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다기 보다는 막상 실험을 해 본다면 정말 극소수의 사람만 남지 않을까. 그러니까 나름 그럴싸한 변명이 될 것이다. 외람된 얘기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때 이타도리가 덧붙였다.

 "겁쟁이."

 확실히. 뭐라 말해도 지금 전학 가면 도망가는 꼴이라는 사실은 변함없겠지. 알고 있지만 눈은 커다래졌다.

 "겁쟁이 아냐! 안 무서워! 아니, 무섭지만, 안 도망쳐! 거짓말이었는데! 그냥 장난쳐 본 건데! 이타도리 바보!"

 나를 위해서라면 겁쟁이라는 말은 필요 없지 않습니까. 억울한 마음에 두 손 꼭 쥐어 가며 열변을 토했다.

 "나도 아무런 각오 없이 고전에 온 게 아니거든! 조금 자신이 없었을 뿐이야! 결정했어! 나도 훈련 받을래!"

 "전혀 모르는구나. 이런 식으로 휘둘리면 안 돼. 진심이면 더 신중하게 결정해. 적어도 너한테는 고민할 기회가 있잖아."

 "이타도리 군은 고민할 수 없었어?"

 "나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니까."

 "그게 무슨 뜻이야? 어째서 그런⋯⋯."

 "무서운 게 없다는 뜻이야. 너랑 달리."

 그는 덤덤하게 대답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무아레로 흩어진 조경수의 빛과 그늘을 받으며 나도 따라갔다.

 "잠깐⋯⋯ 이, 이타도리 군."

 "왜? 진짜로 전학 간다고?"

 "아냐, 그게 아니라. 같이 가!"

 "기다려 줄 거라 생각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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