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일찍 등교해서 엎드린 채 잠이 들었다. 일어났을 때는 이타도리가 바로 옆 책상에 걸터앉아 있었다.
"좋은 아침! 안녕 이타도리 군!" "안녕. 아직 다른 사람 아무도 안 왔어. 더 자도 돼." "아냐, 이제 됐어. 이타도리 군이 왔잖아. 잘 잤다아!" 기지개를 켜고 보니 어쩐지 위화감이 들어 두리번거렸다. 잠이 덜 깼는지 교실 풍경이 평소와는 달라 보였다. 묘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그야 제대로 찾아가서 앉았다면 그저 어제와 같은 교실이었을 것이다. 내 자리는 저기다. "음⋯⋯ 헤헤헤. 나 왜 이타도리 군 자리에 앉아 있지?" "괜찮아. 너는 어디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얼마 전에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도 봤고, 화단에 웅크리고 있는 것도 봤어. 내 자리쯤이야. 왜 앉았는지 생각나면 가르쳐 줘. 네가 제대로 문제를 낼 때까지 기다릴게." 새벽에 눈을 떴을 때 다시 잠들었다간 일어나지 못할 것이 뻔했므로 억지로 몸을 일으켜 나왔다. 비몽사몽한 채 비틀거리며 교실로 들어왔던 것까지는 확실히 기억이 난다. 아무리 그래도 자리를 착각했을 리는 없다. 까닭 모를 일이다. 어차피 아무도 없겠다 남의 자리에도 한 번 앉아 보고 싶었나. 생각해 보면 간밤에 어지러운 꿈을 꿨던 것도 같다. 이슥한 새벽이 오늘따라 으스스했고 교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 자리가 좀 더 안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나 보다. "스쿠나 씨도 안녕하세요." 무언가를 소망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 즐거운 일이다. 그러니까 나는 인사를 돌려받지 못해도 웃을 수 있다. 그래도 이타도리는 무시당하는 나를 보면 공연히 무안해지고 답답한 마음이 드나 보다. 지켜보기만 하는 것도 어색한지 조금 머뭇거리다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기죽지 마. 힘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서 더 기분 좋았다. 나는 일어나려다 말았다. 그 사이 이타도리도 내 자리로 가 서슴없이 앉았기 때문에 그럴 필요는 없었다. 그가 책상에 기대어 하품을 했다. 자그맣게 눈물이 맺혀 너울거리고 웃을 적마다 어렴풋이 산드러지는 아랫부분이 검붉었다. "이타도리 군, 숙제 다 했어?" "응." "이타도리 군도 자. 깨워 줄게." 이번에도 응 하고 대답하며 이타도리가 얼굴을 묻었다. 나도 조용히 다가가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가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러더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와 눈이 마주쳐 웃어 보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으흠!" 그때 귓가에서 천둥 같은 기침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제자리에서 껑충 뛰었다. 나는 물론 이타도리도 아니었다. 내 손이 저절로 향한 곳. 내 뺨이었다. 이타도리도 눈이 동그래졌다가 그런 나를 보고 씽글 웃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싶어 벙쪄 있었지만 그의 웃는 얼굴을 보니 어쩐지 어색하고 쑥스러워서 능청스럽게 먼눈을 팔았다. 우왕좌왕하다 걸음을 옮긴 나는 창문 하나를 열었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에 부딪히고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넘겼다. 샛별을 품은 하늘이 보라빛에서 점차 하얀빛으로 변해 갔다. 근처에서 누군가의 발소리 말소리가 들렸다. "고죠 쌤이다! 쌤!" 나는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고죠 쌤 그리고 함께 다니는 이지치 씨가 건물 앞에 서 계셨다. 아직 날이 완전히 밝지 않았으므로 으스레하고 검푸른 두 사람의 모습만 설핏하게 보였다. 쌤이 손으로 하트를 만들었다. 솔직히 알아볼 수 없었지만 앞으로 모아 내미는 게 하트 아니면 뭐겠는가. 나는 웃음꽃을 활짝 피우며 더 큰 하트로 답했다. 고죠 쌤이 이지치 씨와 함께 있다는 것은 출장 때문이든 무엇 때문이든 외부에서 근무를 하셨다는 뜻이다. 설마 지금 돌아오신 걸까. 피곤할 텐데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면 한편으로는 역시 굉장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고죠 쌤과 인사를 나누고 다시 교실 쪽으로 돌아섰을 때 이타도리는 잠이 달아났는지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는 표정으로 그는 눈썹을 찌푸리기도 하고 입 꼬리를 살짝 올려 웃기도 했다. 그는 가방을 들고 일어나며, "내 자리에 앉을래." 하고는 유유히 자리를 옮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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