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도. 계속 앉아 있으니까 그럴 만도 한가."
"이타도리 군! 지금 내가 무슨 생각 하는지 맞춰 봐." "반짝거리는 눈으로 나를 보고 있네. 그건 맨날 똑같은데. 글쎄애. 음⋯⋯ 뭔가를 바라는 거 같기도 하고? 아, 혹시 어깨를 주물러 줬으면 좋겠어? 아니, 이 정도의 반짝거림은 착한 일을 하고 싶을 때잖아. 그럼 그 반대? 맞아?" "와, 이타도리 군 똑똑해. 정말 정답을 맞힐 수 있게 됐구나." "이번에는 문제가 쉬웠어." "헤헤헤. 안마해 주고 싶은데, 내가 너를 이렇게 막 만져도 돼?" "친구한테 안마를 해 주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나는 좋아." "잘 됐다! 이따가 교대해 줘!" "어어, 잠깐만. 내가 막⋯⋯ 아니, 안마를 해도 돼? 아플지도 몰라." "너무 아프면 말할게. 근데 괜찮을 거야. 예전에 마사지 샵 다니면서 남자 선생님들한테도 많이 받아 봤거든. 그리고 나 간지럼을 많이 타는 편이라. 살살 하면 자꾸 웃음이 나와서 안 돼. 이타도리 군도 어깨 아프지. 일단 주무를게." 생각해 보면 이타도리는 종종 한손으로 자기 어깨를 주무른다. 뭉쳐 있는 걸까. 원체 단련된 몸이라 오히려 뭉친 곳이 어딘지 찾기 힘들었다. 그래도 한때 다른 애들 어깨를 신나게 눌러댔던 경험으로 능숙히 안마를 해 나갔다. 맘껏 주무르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동복은 하복에 비해 확연히 두꺼워서 힘을 주어 꾹꾹 눌러야 한다. "어때?" "음⋯⋯ 모르겠어." "이러면?" "더 세게 주물러 봐." "가감 없이 갑니다아." "아야!" 학교는 공간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 보니 방과후 훈련을 할 때는 종목이 다르더라도 한곳에 모여서 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운동부 애들끼리는 남녀불문 친하게 지냈다. 네 근육이 내 근육이요 네 아픔이 내 아픔이라. 한때는 안마가 내 애정 표현 방식이기도 했다. 애들은 내게 부탁할 때만 특별히 안마라 말하지 않고 꾹꾹이라 말했다. 일설에는 마사지가 근육이 자리잡는 과정을 방해한다는 말도 있고 오히려 근육이 뭉쳤을 때 이를 풀어 준답시고 무리하다가 다친다는 말도 있는데 어느 쪽이 맞는지 혹은 둘 다 맞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러쿵저러쿵해도 마사지는 언제나 기분 좋다는 거다. 좀 더 힘을 주면 짤막한 신음이 들린다. 그래도 시원한 것 같다. "오오. 안마 잘 하는구나. 아니, 역시, 조금 아픈데. 그래도 시원해. 으응." "이래 봬도 여자애들 중에서는 센 편이야. 노바라를 안아 올린 적도 있어." "그렇게 자존심 강한 여자애를? 번쩍? 되게 웃겼겠다. 다음에 보여⋯⋯ 윽!" 아무렇게나 주무르는 듯해도 내 나름대로 상대의 반응을 주의깊게 살피면서 힘을 조절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만족감이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약하게 하면 간지럽히는 것이 되고 강하게 하면 고문이 되니 꽤나 어려운 문제다. "이타도리 군, 많이 아파? 무리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아. 다시 살살 할게?" "진짜 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 강해. 이제 됐으니까 바꿔 주세요. 어우." 이타도리는 여운을 떨어내듯이 목선을 죽 늘리며 일어났다. 가량가량한 그의 손이 내 어깨를 그러잡고 멋없이 그러나 좀 애교스럽게 나근나근 주물렀다. 아픔이나 쾌감보다는 아늑한 느낌에 오밀조밀 눌러 보는 손이 다정했다. "아하하! 간지러워어!" "그래? 알았어. 음⋯⋯." 어쩐지 거꾸로 된 듯하다. 새삼스럽지만은 굳이 따지자면 여자인 내가 이랬어야 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뭉툭한 손에서 발톱이 튀어나오는 것마냥 목과 어깨 사이로 오목이 파인 연한 살을 푹 찔렀다. 코끝이 찡하고 힘이 딱 풀려서 시원한 줄도 몰랐다. 무뎠던 감각이 불끈 일어나며 입술이 오무러지고 머리가 띵하도록 아찔했다. 그러더니 씻은 듯 가붓해져 고개가 스르르 흘러내렸다. 기우뚱기우뚱, 그리고 눈앞이 반짝 빛났다. "시원하십니까." "네, 시원합니다." 그렇게 한동안 주무르다 두드려 주기도 했다. 내 좁직한 어깨 따위보다는 제 팔다리를 우악스럽게 주물렀을 법한데 어쩐지 소리도 내지 않고 달막달막 얌전히 두드린다. 그래도 내가 여자애라는 점을 조금은 의식하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몹시 가깝다. 딱히 의식하지 않아도 귓가에 코끝에 아른거리고 온기마저도 느낄 수 있는 거리다. 이리저리 눈을 굴리다 보니 안마가 끝났다. 부러 힘쓸 필요도 없이 아릿하고 좋았다. 다음에도 꼭 부탁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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