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네 방에서 약 가져다 줄까. 병원까지 업어 줄까. 지금 해 줄 수 있는 일은 그 정도야. 솔직히 나는 내가 너한테 뭘 해 줄 수 있는지 모르겠어. 도와주고는 싶지만 나보다는 스즈카 쌤에게 말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해."

 "이타도리 군도 말이야. 내가 하는 말을 언제나 도와줘로 알아듣지는 말아 줘.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 아픔은 내 친구야. 말하자면 나는 친구와 싸우고 있는 거지. 매번 그녀가 나 대신 친구와 화해시켜 줄 수는 없잖아."

 "어쨌든 스즈카 쌤은 할 수 있잖아. 나는⋯⋯ 그렇네. 내 마음대로 그렇게 듣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그래서 뭘 할 수 있냐고 물으면 할말이 없는데. 그래도 뭐 없을까 생각하면, 또 생각하게 되고, 자꾸 신경 쓰여. 그게 조금 답답해."

 "이렇게 등을 두드리면서 괜찮냐고 물어봐 주는 것만으로 충분해. 이타도리 군이야말로 너무 부담 갖지 마."

 누가 뭐래도 이타도리는 상냥한 남자애다. 위기에 처한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가리지 않고 모두를 돕고 싶어하니까. 사람들은 그렇게 마음의 짐을 덜기도 하지만 도움이 절실한 이들에게 계기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선한 마음이건 악한 마음이건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것이다. 다른 이를 구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도 많이 봤다.

 이제부터 내 운명은 자신에게 달렸다. 스즈카 덕분에 한 번 살아났지만 마지막까지 나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스즈카도 이타도리도 아닌 자신임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상냥한 사람에게는 나도 모르게 약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있잖아, 이타도리 군. 여기서 잠깐 쉬었다 가자."

 "응."

 사실, 이 정도 아픔은 아무것도 아니다. 적어도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는 만큼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산책을 하다 이따금 숨이 막히는 정도의 가벼운 통증이다. 능숙하게 얼굴에서 괴로움을 지우고 근처 너럭바위에 앉았다.

 "나는 심장이 약해. 통증을 느낄 때마다 머리가 어지럽고 숨이 막혀. 그러면서 어떤 감정이 커지는데 요즘에는 스즈카의 존재가 분명하게 느껴져. 이타도리 군처럼 도움을 받기 보다는 어떡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더 생각해."

 "근데 . 스즈카 쌤은 너랑 거래를 했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 그러니까 너는 딱히 빚을 진 게 아냐."

 "우와. 이타도리 군도 가끔 재수없는 말을 하는구나. 나도 너처럼 착한 아이가 되어서 칭찬받고 싶단 말이야. 거래라도 상관없어. 내가 손해를 보고 싶은 거야. 돕고 싶은 거야. 스즈카는⋯⋯ 어쩐지 별로 기뻐하지 않는 것 같지만."

 "그런 부분⋯⋯ 스즈카 쌤이 왜 냉정한 반응을 보이시는지 알 것 같아. 나도 네가 지금처럼 말할 때는 마음이 별로 좋지 않아. 그래도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단순히 좋아서라거나 고마워서라는 거라면, 한편으로는 안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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