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방과후 자습은 이타도리와 나뿐이다. 그가 잠든 사이 나는 머리도 식힐 겸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왔다. 그는 여전히 미동 없이 자고 있다. 자는 얼굴도 귀여워. 조용히 웃으며 그의 책상 한켠에 캔을 놓아 두었다.
눈 밑에 또 눈이 있다. 새삼 신기하고 조금 귀여워 보이기까지 한다. 뺨에 나오는 건 스즈카도 마찬가지인데, 내게 이타도리처럼 다른 눈 같은 건 없다. 언제쯤 받아 줄까. 매번 바람에 그치지만 자못 기대하면서 평소처럼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스쿠나 씨." 그랬더니 놀랍게도 오늘은 닫혀 있던 또 하나의 눈꺼풀이 열렸다. 게다가 입도 나왔다. "오냐." 기대했다지만 예상 밖의 일이었다. 무심코 멍해졌다가 자는 이타도리를 흔들어 깨웠다. "이타도리 군! 이타도리 군!" "음⋯⋯ 어⋯⋯ 뭐야, 왜 그래?" 이타도리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아직 잠이 덜 깬 그에게 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스쿠나 씨가 내 인사 받아 줬어!" "어? 어, 언제⋯⋯ 뭐라고 했는데?" "이타도리 군이 자고 있을 때, '안녕하세요, 스쿠나 씨'라고 했는데, '오냐'라고 하셨어! 굉장하지?" "⋯⋯." 머리 위로 물음표 세 개. 딱 그런 표정이었다. 그는 작게 신음하며 허리를 펴고 내가 가져다놓은 음료수 캔을 집어들었다. "그게 그렇게 기뻐할 일이야? 적어도 수십 번은 무시당하고 난 뒤에야 겨우 돌려받을 수 있는 게 '오냐'인데?" "그래서 더 기쁜 거야. 마지못해서가 아니라, 그냥 아는 여자애한테 대답하는 느낌이니까. 아는 여자애라구. 내가, 내가." 마침내 인사를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저주의 왕 료멘스쿠나와. 그동안 수십 번 무시당한 것쯤이야 이 순간의 희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굉장하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가슴이 괴로울 만큼 벅차올랐다. "뭐, 깜짝 놀라긴 했어. 다른 의미로. 너만 좋다면야, 나도 딱히 방해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그래도 스쿠나잖아. 최소한 경계심 정도는 가져 주면 안 될까. 방금처럼 내가 쿨쿨 자고 있을 때라든지⋯⋯ 응? 부탁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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