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돌아온 것만으로 기쁜데 기숙사는 처음이라 두근거림이 좀처럼 가라앉을 줄 모른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직 나의 이웃들과 아무것도 나눈 게 없었다. 필요한 것 리스트를 정리하다가 여름 하면 떠오르는 과일 수박을 한 통 주문하기로 했다. 원한다면 화채로 먹을 수 있도록 한입 크기로 자른 것을 통에 담아서 가지고 왔다.

 똑똑똑.

 "노크하지 말고 그냥 들어오라니까."

 덜컥

 "헛!"

 기분이 좋아 방심하고 있었지만 날카로운 본능으로 무언가 닥쳐 온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무섭게 돌진하는 문을 피해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자신은 물론 두 팔로 끌어안고 있던 용기도 지켜냈다. 부딪혔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는지 이타도리의 얼굴이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문이 활짝 열리고 그가 튀어 나오듯이 내게 바짝 다가와 물었다.

 "괜찮아?"

 "갑자기 확 열어서 놀란 것뿐이야."

 "하아⋯⋯ 하하하. 반사신경 좋네애."

 "엣헴."

 "후시구로랑 내 방에서 게임하기로 했거든. 하도 늦길래. 속으로 이거나 먹어라 생각했던 거야."

 "내가 후시구로 군 대신 문에 이마를 부딪혔음 되게 웃겼을 거 같아! 다시 노크할 테니까 들어가!"

 "풉! 하하하! 뭐하는 거야. 밀지 마. 이번에는 이마에 멍이 생길지도 모르잖아. 그보다 어쩐 일이야."

 "애들한테 수박 나눠 주고 있어. 어차피 혼자서 다 먹을 수는 없으니까. 나눠 먹는 게 인지상정이지."

 아직 여름이라 하기도 뭣하고 수박은 올해 처음이다. 사람이나 과일이나 일년 만에 다시 보는 반가움이라는 것이 있다. 먹을 때마다 씨는 조금 귀찮지만 빨갛게 익은 과육만 봐도 속이 시원해진다. 미리 냉장고에 넣어서 차갑게 해 두었다. 내게서 수박이 담긴 통을 건네받은 이타도리는 두 손에 닿은 것만으로 기분 좋은 듯 나른한 얼굴로 웃었다.

 "뭐 하는데 그렇게 시시덕거리냐 너네. 기숙사 안에서 아주 당당하네."

 "아, 후시구로. 너 어디 갔다 왔어, 인마. 다시 들어갈 거니까 노크해라."

 "뭐래. 땀 흘려서 씻고 왔다 왜. 땀냄새 풍기는 게 좋냐 그럼. 너도 좀 씻어. ⋯⋯수박이야? 안 그래도 더워서 짜증났는데 잘 됐다. 내 방에 우유랑 과일 통조림 있어. 화채 만들어 먹자. 네가 가져온 거지. 너도 먹고 가."

 "응! 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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