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태연하게 걸어다녔네. 안색이 안 좋은데 오늘은 그만 하고 쉬어. 더 심해질지도 모르고 무리할 필요 없잖아. 음⋯⋯ 방에 가서 기다리고 있을래? 나한테 쿨링 스프레이가 있거든. 일단 그거라도 괜찮으면 가져다 줄게."

 "정말? 잘됐다!"

 그가 방문하는 건 처음이다. 차라도 준비해야겠다. 일순간 아픔도 잊고 그렇게 생각했다. 방심한 것이다. 휘청거리며 발을 내딛다 발목이 홱 꺾였다. 깜짝 놀라 잠깐은 아픈 줄도 모르겠더니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우리 이렇게 하자. 내가 너를 방까지 부축할게. 그런 다음 얼른 내 방에 다녀오는 거야. 그게 좋을 거 같아."

 "응⋯⋯ 미안해."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아팠다. 어떻게든 견뎌냈지만 울먹이며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금세 잊어버리는 이유는 내가 스즈카에게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때로는 이렇게 이타도리나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타도리 군, 아까보다 기분 좋아 보여. 다행이다. 헤헤헤."

 "뭐가 다행이야. 친구가 다쳤는데 기분 좋아 보이면 안 되지."

 "그게 아니라.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어서 기뻐하는 거 같아."

 "그래도 나는 내가 그런 표정 짓고 있는지 몰랐어⋯⋯ 와⋯⋯."

 나는 부축을 받아 방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걸터앉아 이타도리를 기다렸다. 잠시 후 그가 들어와서 내 발목에 쿨링 스프레이를 뿌려 줬다. 아프긴 했지만 통증이 빠르게 가라앉았다. 묘한 쾌감이 있어 그에게 더 뿌려달라고 졸랐다.

 "한 번만 더."

 "마지막이다?"

 나는 시원함을 만끽했다. 그리고 나만큼이나 산뜻한 웃음을 띠고 있는 남자애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타도리 군도 시원해 보여. 나처럼."

 "네 표정이 그 느낌을 되게 잘 살려서."

 너무 티났나. 나는 자신의 얼굴이 얼마나 솔직하고 바보 같아 보이는지 모른다. 하지만 기쁨은 온몸으로 표현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만족할 수 없다. 내가 지금 느끼는 기분과 감각들을 그와 나누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당분간 멀리 산책 나가지 마. 알았지?"

 "응!"

 나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이타도리가 소리내어 웃었다. 스스로 안 된다고 말했으면서도 말이다.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그가 낯빛을 고치고 내 발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러나 나는 분명히 전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