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교정을 걷다 이타도리와 만났다. 매일 볼 수밖에 없는 얼굴도 우연히 마주치니 반가웠다.
"이타도리 군. 뭐해?" 쪼르르 달려가서 물어보았다. 이타도리는 싱그레 웃는 얼굴로 먼저 대답했다. 조금도 거리낌 없이. "나 그냥 걷고 있었어. 너처럼 두리번거리면서. 좀 궁금했거든. 네가 뭘 보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헤헤헤. 그래서? 맞춰 봐!" "어? 지금? 문제 내는 거야?" "응! 재밌잖아! 많이 틀려 주라!" "문제는 맞혀야지. 틀리는 건 싫어. 좀 더 고민해 보고 대답할게. 단순하게 생각하려니까 오히려 더 어려운 거 같아. 이 시간에는 만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딱 마주쳤네. 지금 산책 중이면 같이 하자. 혼자 걸으니까 심심해." "나를 잘 봐. 그럼 알 수 있어. 힘내." "그래. 보는 건 별로 어렵지 않으니까." 이제 유월이지만 여전히 봄 같다. 기위 다가오는 여름도 햇볕에 가슴이 훗훗하니 지근하다. 본래 남자애들과 보폭이 비슷한 나는 일부러 이타도리에게 맞추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종종걸음으로 걸었다. " 너는 어디서 살다가 온 거야?" "어렸을 때는 도쿄에서 살았는데 초등학생 때 후쿠오카로 이사해서 그 후로는 계속 후쿠오카에 살았어." "그렇구나. 여긴 내가 살던 동네보다 조용하니까 별로 실감이 안 나는 거 같아. 아, 나는 센다이에서 왔어." "노바라한테 들었어. 둘이서 얘기할 때만 사투리 쓰는 것 같더라. 별로 티도 안 나는데 의식하는 거 귀여워." "나는 이제 긴장도 풀렸고 신경쓰지 않으니까 딱히 숨길 생각 없는데. 어쩌다 보니? 반강제로? 그렇게 됐어." "나도 센다이에 가 볼래! 센다이의 유명한 온천에 가고! 최고급 와규 먹고! 노바라의 고향도 궁금해!" "다 좋은데 쿠기사키의 고향은 몰라도 돼. 말해도 모를걸. 네가 TV에서나 봤을 법한 그런 시골 동네야." "부럽다, 동향이라는 거. 지방에서는 그런 의식이 강하잖아. 낯선 곳에 가도 금방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 "말처럼 쉽지 않아. 쿠기사키는 지방에서 왔다는 걸 감추고 싶어 하는데 내가 일부러 사투리를 쓰게 했거든." "헉. 못됐어." "쓸데없이 필사적인 사람은 그냥 놀리고 싶잖아. 시골에서 왔으면 어떻고 사투리로 말하면 어때. 나름⋯⋯." "나름?" "아무것도 아냐. 그보다 너 입원 생활을 했다며. 쌤이 없으면 얼마나 위험한 거야?" "이타도리 군이니까 솔직하게 말할게! 죽어. 꼴까닥. 스즈카 씨 덕에 겨우 살아났어." "너한테 있어서 쌤은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구나. 아까 휴게실에서는 솔직히 조금 놀랐어. 과자를 둘이서 번갈아 가며 먹고 있었잖아. 무슨 의미가 있나 싶으면서도 감탄했어. 뭐, 먹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건 별개라고 봐야겠지." "게다가 전보다 과자가 훨씬 맛있어. 물론 나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아. 아니, 그렇다고 아무 느낌도 없는 건 아니고. 너무 재밌어. 밥 먹을 때도 그래. 스즈카 씨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이미 많이 알고 있어." 어느덧 익숙해진 감각을 떠올리며 나는 실쭉샐쭉 웃었다. 그녀가 먹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그저 기분 탓일지 몰라도 되우 흐뭇하고 만족스럽다. 중요한 점은 그녀와 내가 서로에게 양보함으로써 큰 즐거움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부담되지는 않아? 전부 나눠야 한다는 게. 그게 뭐든 원래라면 온전히 네 것이 되어야 하잖아." "지금은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아. 스즈카 씨가 제일 소중해. 내가 줄 수 있는 건 다 주고 싶어." 스즈카에게는 내가 없어도 되지만 내게는 그녀가 필요하다. 굳이 그 이상의 이유를 찾을 필요는 없었다. "사실, 고죠 쌤도 그렇고 아무렇지 않게 지내는 게 의아했어. 뭐라 말해도 스즈카 쌤은 스쿠나 같은⋯⋯." "이해해. 이타도리 군이라면 그렇게 생각해도 더욱 이상할 게 없지. 근데 스즈카 씨는 정말 나한테 잘해 줘." "나도 내가 보고 있는 걸 믿어. 두 사람 다 연기하는 걸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아. 참, 훈련은 받는 거야?" "아직 모르겠어⋯⋯ 내가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타도리 군을 생각하면 조금은 용기가 날 것 같기도 해!" 시선을 정면에 둔 채 천천히 걸으며 이타도리는 흠 콧숨을 쉬었다. "나는 지금도 네가 온 뒤로 외롭지 않아서 좋거든. 그래도 같이 훈련을 받으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 "정말?" "아⋯⋯ 너한테 의지하겠다는 뜻은 아니야. 기왕이면 서로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려는 거지." "그렇구나. 이타도리 군은 왠지⋯⋯ 나를 자꾸만 도와주고 싶어 하는 거 같아! 내가 아파서 그런 거야?" "솔직히 나는 돌려 말하는 거 진짜 못 해. 그러니까 이건 진심인데. 너를 도와줄 때 더 힘이 날 거 같긴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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