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한테 물어보고 싶었던 게 있긴 해. 지금도 그럴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타도리가 내 안색을 살폈다. 딱히 어떤 이유 때문에 주저하는 듯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이야기를 꺼내기 전부터 무언중 신경 쓰고 있던 것 아닐까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는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저기, . 역시 나랑 얘기하기는 좀 그래? 스즈카 쌤의, 그, 상대에 대해서 말이야."

 "상대?"

 "내가 그걸 뭐라고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데이트, 썸, 그런 상대를 말하는 거야."

 "다, 다른 얘기 하면 안 될까? 그건 뭐랄까, 사생활인데⋯⋯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봐⋯⋯?"

 "왜냐면⋯⋯ 이럼 어때? 나한테는 숨길 필요 없어. 그래 봤자고. 그냥 얘기하고 싶었어. 너랑."

 처음에는 어째서 얘기할 필요가 있는 걸까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지금까지 그것에 대해 고민조차 하지 않았던 까닭은 그런 얘기를 해서 좋을 게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굳이 말하자면 숨기려고 했던 건 맞다.

 보아하니 어디선가 눈치챈 모양이다. 그나마 오늘은 한적한 길을 따라 걸어서 대화에 끼어들 사람은 없었다. 더운 바람만 겸연쩍게 둘 사이를 나릿나릿 지나간다. 흔들림 없는 낯빛. 이타도리가 생글생글 웃으며 단마디를 던졌다.

 "답답하네."

 서로를 향해 의뭉스럽게 웃는 꼴이 좀체 시원스럽지가 않다. 평소와 사뭇 다름은 이타도리도 그렇지만 내가 이 남자애 앞에서 스스로도 이상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어색하고 서름서름한 태도를 취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난 말이야, 이타도리 군. 스즈카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생각했어. 실은, 지금도 마찬가지야. 그녀와 내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면, 뭐라도 좋아. 받아들일 거야. 그게 우리의 계약이니까."

 "그 계약, 갈수록 너한테 불리해지고 있는 거 같은데. 아직은 괜찮아도 하나둘 씩 네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점점 늘어 갈 거야. 지금도 쌤보다 너 자신이 더 필요로 해야지, 네 몸인데. 안 그래. 둘이 같은 마음이라면 또 몰라."

 "헤헤헤. 그런 거 아냐. 전에도 몇 번 얘기한 적 있었지. 나도 좋아⋯⋯ 응. 정말 말할 필요도 없이 좋아하지만. 나는 스즈카와 내 삶을 동일시한 적 없어. 착각 안 해. 그리고 그게 무엇이든 내 일방적인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실제로 착각했고 조금도 곤란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스즈카가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하고 싶었다. 애초에 나는 수많은 선택지 중의 하나였을 뿐. 스즈카 또한 나를 존중해 왔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이타도리의 말대로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희생이라면 그녀도 마찬가지다. 다만 정면으로 마주할수록 가슴에 얹히는 느낌은 있다. 정말 그것밖에 방법이 없냐 묻는다면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타도리 군도 스즈카의 연애는 반대하지 않았지. 지난번에는 소개팅까지 주선하지 않았던가."

 "언제라도 스쿠나가 멈춰야만 한다면 죽어도 그렇게 만들 거야. 마침 그게 내 역할이기도 하고."

 지금도 가끔 고개를 갸웃거리다 괜스레 뒤숭숭해지는 일이다. 잘 되지는 않은 것 같지만 만에 하나 되기라도 했다면, 정말 그렇게 돼 버리는 건데애. 그런데도 너는 상관없었단 거잖아. 거기에 대한 설명은 설마 그게 다인가요.

 "사실, 상대가 누군지는 별로 신경 안 써. 나는 그냥 똑같이 울리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은 거니까."

 서로를 덤덤하게 바라볼 때 내 눈동자에 일말의 두려움과 망설임이 비쳤다면 이야기는 사뭇 다르게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걱정해 주었던 걸까. 그때부터. 스즈카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그런 어색함도 어쩐지 싫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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