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닝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욕심부리다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도약하면 어떻게든 됐겠지만 그러다 인대라도 늘어나면 오히려 손해니 그냥 넘어지는 것을 택했다. 이타도리의 방 앞에서 노크를 하자 그가 문을 열고 나왔다.
나는 그에게 무릎의 불그스름한 훈장을 보여 주었다. 이타도리처럼 운동을 잘하고 또 즐겨하는 남자애라면 그 정도의 상처는 질리도록 보았을 것이므로 그도 놀라거나 걱정하는 기색 없이 한편으로는 놀리는 듯이 히물 웃었다. "넘어졌구나." "넘어진 거 아니다 뭐. 바닥이랑 쪽 한 거야." "바닥이 너한테 더 심한 짓을 하지는 않았고?"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준비운동을 바보처럼 열심히 하고서는 넘어졌대요 하면서 속으로 웃고 있지." "네가 준비운동에 혼신을 다하는 게 솔직히 조금 웃기긴 하지만 안전을 위한 거니까 바보라고는 생각 안 해." 남자 기숙사는 어떻게 다른지 문득 호기심이 생겨서, 나는 이타도리의 어깨 너머로 시선을 던지는 등 수선을 떨기도 하며 맥쩍게 웃었다. 현관과 마주보는 창가에 하얀 볕이 들고 반쯤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바람이 솔솔 드나들었다. "얼음 주머니 있어? 있으면 나 좀 빌려 주라아." "알았으니까 들어와. 아무 데나 앉아 있어도 돼." "실례하겠습니다! 이타도리 군의 방은 시원하네!" "그치." "와! 팬티 귀여워!" "하하하. 귀여운 팬티고 뭐고 빨래 개기 귀찮아." 이타도리가 앉아도 좋다 말했으므로 나는 그의 하나뿐인 의자에 망설임 없이 앉았다. 근처에는 전화기 외에 어떤 물건도 놓여 있지 않았다. 남자애의 방은 조금 지저분한 게 보통이라 생각했는데 빨래를 걷지 않았다는 것 빼고는 깔끔한 방이었다. 공연히 두리번거리는 동안 이타도리가 냉동고에서 얼음 주머니를 꺼내서 가져다 주었다. "뭔가 웃긴 모양으로 얼어 버렸어. 무릎 대." "꺅! 헤헤헤. 시원해애. 고마워, 이타도리 군." 내가 의자를 차지해서 이타도리는 자기 침대에 걸터앉았다. "왜 스즈카 쌤한테 부탁하지 않는 거야? 치료받을 수 있잖아." "그렇지. 스즈카는 굉장해. 어떤 상처도 아픔도 휙 날려 버려." 엉덩이를 들썩이며 달망대는 나와 달리 이타도리는 침착했다. 한편으로는 복잡한 기분인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스즈카가 필요하다 느낄 때 치료했으면 좋겠어." "쌤이라면 별로 신경 쓰지 않으실 것 같은데. 애초에 그 정도는 부탁해도 되지 않을까. 네 몸이니까." "어떤 상처든 순식간에 사라진다면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될 것 같아." "그럼 네가 참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는 거네. 짐이 되고 싶지 않은 기분도 알겠어. 그래. 그런 관계였지." 이타도리의 얼굴에서 복잡함이 사라졌다. 애써 웃는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그에게는 상당히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가 됐을지도 모른다고. 철이 견고해도 부러지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이타도리도 사람이니까 겉으로는 해탈한 것처럼 보여도 이따금씩 사색에 잠길 때면 충분히 고민할 수 있다. 한 번쯤은 필연적으로 스쿠나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이 온다. 그때도 지금처럼 당당할 수 있을까. 내가 반대 입장이었어도 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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