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어디?"

 "내가 떼 줄게."

 나는 이타도리의 교복에 붙은 머리카락 한 올을 살며시 떼어냈다. 햇빛 아래로 가져오니 색깔로 보나 길이로 보나 영락없이 내 거였다.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겼는데,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노바라가 사색이 된 얼굴로 말했다.

 "으으, 뭐야아. 왜 의 머리카락이 이타도리 너한테 붙어 있는 거야."

 이타도리가 무어라 대꾸하기 전에 노바라의 옆에서 후시구로가 끼어들었다.

 "머리카락 한 올쯤은 스치면서 우연히 붙을 수 있지. 오바하지 마, 쿠기사키."

 "저번에도 봤단 말이야. 의 옷에도 저 녀석의 멍게카락이 붙어 있었어!"

 "멍게카락? 그게 사실이야? 한 번은 우연이라 쳐도⋯⋯ 점점 수상쩍어지는데?"

 두 사람은 미리 짜기라도 한 것처럼 새초롬한 눈초리를 하고 이타도리와 나를 힐끔 쳐다봤다. 이쪽도 똑같이 어리둥절하다가 괜스레 낯뜨거운 일이 될 것을 알아챘다. 후시구로가 이타도리의 찜부럭한 표정을 보고는 실쭉하며

 "우리는 그저 의문을 품은 것뿐이야. 왜 하필이면 거기? 둘이서 부비적거리기라도 했을까?"

 하고, 이타도리의 따가운 눈빛을 받으면서도 과감히 능청을 떨어댔다. 이타도리는 조금도 휩쓸리는 기색 없이 팔짱을 끼고 짝다리를 짚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시치미를 떼거나 웃어넘겼을 법한데 조금 날이 선 것 같기도 하다.

 "야, 내 옷에 네 머리카락이 붙었으면 내가 너랑 부비적거렸다는 의심을 받아야 되는 거야?"

 "물론 아니지.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야. 남자들끼리야 자주 왕래하니까. 하지만 너희는⋯⋯."

 "우리는 뭐? 딱히 사귀고 있지 않아도 기분 내키는 대로 들러붙는 녀석들이라고? 맞고 싶어?"

 "아니, 그만둘 거야. 어쨌거나 네가 의심받지 않으면서 감싸려 한다는 건 이미 알았어."

 후시구로가 얄밉도록 덤덤한 얼굴을 하고 혓바닥을 빼꼼 내밀었다. 그러더니 보란듯이 이쪽과 거리를 두며 노바라에게 붙었다. 그런 행동까지 포함해서 둘의 모습도 이렇게 보면 나름 훈훈하고 재미있는데 그건 모르나 보다.

 "미안, ."

 "괜찮아, 이타도리 군. 오해를 풀 방법은 대화 말고도 많은걸. 이렇게 된 이상 한 명씩 맡자. 헤헤헤."

 매번 똑같은 장난에 당할 수는 없으니까. 소매를 걷어 올리고 팔짱을 끼자 후시구로가 뒷걸음질치더니 아예 노바라의 뒤로 숨어 버렸다. 그마저도 장난이다. 노바라가 후시구로를 보호하듯이 두 팔을 크게 벌리고 우리를 막아선다.

 "뭐야. 후시구로를 괴롭히려면 내가 없는 데서 해. 이건 나에 대한 도전이야, 이타도리. 덤벼. 덤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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