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시구로와 노바라가 오전에 일정이 있어 수업을 빠지고 남은 둘은 교실에서 자습을 했다. 문제를 풀다 보니 점심시간이 됐다. 나는 도시락을 등 뒤에 감추고 이타도리에게 다가갔다. 그는 평소와 같이 책상 위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타도리 군, 점심 먹자."

 "오늘은 뭘로 떼울까."

 "헤헤헤. 있잖아, 이거 봐."

 두 개를 감추느라 뒷짐을 지고 일단 한 개만 앞으로 내밀었다. 마침 정리를 마친 이타도리가 눈썹을 올리며,

 "도시락 싸 왔구나. 나 같으면 그 시간에 더 자겠다."

 하고는 나른한 표정을 지으며 위로 기지개를 쭉 폈다.

 "나도 아침에 졸려서 겨우 일어났어. 별거 없지만⋯⋯."

 같이 먹지 않을래. 말을 꺼내긴 한 것 같은데 우물쭈물하다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가 되어 버렸다. 이타도리는 한손에 턱을 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이 없었다. 그저 무덤덤하게 내 도시락을 쳐다보고 있어서 손이 부끄러웠다.

 "저기, 이타도리 군. 내 말 듣고 있어?"

 "아, 미안."

 "별로 먹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괜찮아."

 "그냥 뭐가 들었을까 하고 잠깐⋯⋯ 응?"

 그때까지 나는 분명히 알 수 없었다. 이타도리가 머뭇거리는 건지 아예 눈치를 채지 못한 건지. 애초에 내가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고 목소리도 작아 전달 방식이 좋지 않긴 했다. 어느 쪽일까. 아까보다는 흥미를 보이는 것도 같은데. 딱히 대답을 돌려받은 건 아니지만 어쩐지 멍해 보이는 표정과 동그랗게 뜬 눈이 귀여워서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다른 쪽 손으로 감추고 있었던 도시락을 이타도리에게 보여 주었다.

 "네 꺼야."

 "내 꺼? 나한테 주는 거야? 그렇구나. 뭐라고 해야 하나, 귀찮게 해서 미안."

 "내가 평소에 먹는 것들이라 힘들지는 않았어. 그래도 부담스러우면⋯⋯."

 "별로. 그냥 도시락이잖아. 고마워, 잘 먹을게. 답례는 나중에 생각해도 되지?"

 그렇게 말하면서 두 손을 내미는 이타도리를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줄 거면 빨리 줘. 배고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은 있었다. 내가 무안해지지 않게 배려해 주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그런 의심과 함께 조금 주눅이 들기도 했지만 그뿐이었다. 우리는 책상 두 개를 붙여 식탁처럼 만들고 마주앉아 도시락을 열었다.

 "잘 먹겠습니다."

 평범한 도시락도 나름 정성이 필요함은 물론 이타도리가 맛있다고 말해 주었기 때문에 나는 배시시 웃었다. 푼수 같아 보였는지 문득 그가 웃음을 참는 것처럼 보였다. 평소보다 한적한 교실이었지만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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