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끝나고 배를 채우는 등의 이런저런 시시한 일들을 해치우고 나면 영락없이 그 일정이 반복된다. 훈련, 또 훈련. 진력이 나도록 준비운동을 해도 덜컥 덜컥 쥐가 난다. 내 다리지만 힘에 겨운지 투정이라도 부리는 것 같다.

 달리는 동안에는 아픈 줄도 몰랐다. 아마도 아픔을 잊을 만큼 몰두했기 때문일 것이다.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순간의 쾌감에는 그만한 힘이 있다. 내가 가끔 헤실헤실 웃으며 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참을 뛰다가 좀 쉴까 하고 휘청휘청 계단으로 걸어갈 때였다. 그제서야 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를테면 누가 내 다리를 도끼로 사정없이 내려찍고서 아주 떼어내자고 왁살스레 잡아당기는 그런 느낌이다.

 나는 멀리서 달리고 있는 이타도리를 불렀다. 그가 잽싸게 달려오더니 자세히 보고는 굳은 얼굴이 다시 폈다. 다리에 쥐가 났음을 알고는 싱그레한다. 그래도 너 때문에 놀란 것에 비하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말하는, 여낙낙한 눈.

 "가만히 있어."

 말랑말랑한 뺨이, 아주 웃는상이다.

 "있잖아, 이타도리 군. 뭐가 재미있어?"

 "이럴 줄 알았지. 설마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던 거야. 미안. 근데 어쩐지 오늘은 무리하는 것 같더라. 바닥에 먼지가 날릴 정도로 달리던데. 되게 신나 보이고. 다칠지도 모르잖아. 그래서, 아까부터⋯⋯."

 아무런들 차분하게 대답은 하면서도 마무리가 어정쩡하다.

 "오늘은 기운이 넘쳐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어."

 "그래. 힘 빼. 심하면 이틀까지 갈 수도 있으니까 지금은 참아."

 흔히 쥐났다고 하는 경련은 근육이 수축되어 뭉친 것이다. 스트레칭하듯이 펴 주어 이완시키면 통증이 차차 가라앉는다. 이타도리가 그것을 도왔다. 두 다리를 펴게 하고 조금씩 부드럽게 늘어뜨리는 느낌으로 마사지를 했다.

 "아야!"

 "아니, 힘 빼라니까. 아픈 건 알겠는데."

 "너무 아파! 알고는 있지만 진짜 너무해!"

 "5초만 더. 내가 세 줄게. 4, 3, 2, 1⋯⋯ 끝."

 "하아⋯⋯ 하아⋯⋯ 이제 그런 바보 같은 짓 안 할 거야."

 " 너는 언제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 또 다칠 것 같아."

 "맞아."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다리의 통증은 이제 많이 가셨다. 그래도 덧나지 않게 하려면 좀 더 마사지를 해 주어야 한다. 말 안 해도 척척. 된통 당한 뒤 맥없이 늘어진 다리를 이타도리가 자분자분 주물러 주었다.

 그러더니 흘깃 쳐다보고는 내 이마에 어설프게 꿀밤 먹이는 시늉을 한다.

 "뭐 하고 있어. 멍하니 보지 말고 반대편은 직접 해. 어떻게 하는지 알겠지."

 "헤헤헤. 안 가르쳐 줘도 알아. 그냥 해 주는 게 더 좋아서⋯⋯ 나도 할게애."

 눈물은 고였지만 나는 손등으로 쓱쓱 닦으며 여유를 되찾고는 헤벌쭉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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