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일더위가 찾아왔다. 이제는 보일듯 말 듯 아지랑이도 눈구석에서 앙증맞게 일렁인다. 커다란 태양에 햇귀가 사정없이 뻗는다. 풀과 나무가 끝없이 자라나고 봄비를 가득 품고 있던 흙내가 곳곳에 넘쳐난다.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여름은 사계절의 클라이막스 같은 느낌이다. 태양을 비롯한 모든 생명력의 절정. 어지러울 만큼 화려한 번성이 끝나면 바로 겨울이다. 그것도 물론 좋지만 추위를 무사히 견뎌야지만 내년 여름을 볼 것이다. 이대로 아무런 준비 없이 괜찮을까. 요 며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애들은 애초에 주술사로서 입학했거나 그에 지지 않을 만큼 열심히 훈련받고 있다. 나는 몸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느라 고민하는 정도로 그쳤다. 좋게 말하면 신중한 것이지만 친절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안주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주술사도 아니고 주령만큼 강하지도 않다. 한편으로는 자신을 일깨워 줄 무언가 절실했다. 강압이어도 좋다. 그러나 이타도리와 나를 대하는 고죠 쌤의 상반되는 태도만 봐도 그건 어렵다. 그는 내게 겁을 주지 않는다. 부탁하지 않는다. 이쪽을 돌아보지 않는 것 같다. 선생님의 마음은 알지 못해도 괜찮다. 솔직히 알기도 두렵다.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또래 아이들이 이런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다. 이타도리는 내가 훈련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쩌면 조금 게을러 보일지도 모르겠다. 따끔한 한마디를 각오할 정도면 그냥 물어봐도 되지 않나. 일리 있는 말이다. 일일이 묻지 않으면 모르는 바보인가. 그렇다. 바보인 나는 이타도리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입을 여는 순간 바람이 따끔했다. 눈물이 찔끔 났다. "아야." "왜 그래?" "눈에 먼지가 들어갔어. 왜 하필 내 눈에 들어온담." "그러게. 눈이라면 여기도 있는데 왜 거기로 갔을까." 이타도리의 농담에 훌쩍이는 와중에도 알콩달콩했다. "불어 줄까." 꽤 아파서 부비적거리던 손을 내리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어 걸음 떨어져 있던 이타도리가 다가와 후 불어 주었다. "빨개졌다. 괜찮아?" "응. 고마워. 헤헤헤." 흐늑흐늑 눈물을 닦고 웃자 이타도리가 보였다. 뿌옇게 변한 시야가 밝아지고 아픔도 금세 지나갔다.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도리어 선명해졌다. 어떤 의미에서는 짓궂은 그의 상냥함. 아프지 않으면 그만인데도 얼굴이 뜨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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