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안녕. 너는 언제나 얼굴에 '헤헤헤'라고 쓰여 있네. 트레이드 마크 같은 느낌."

 "잘 모르겠어. 헤헤헤. 나는 그냥 모두를 위해 웃는 얼굴로 인사하려고 노력 중이야."

 "그렇게 말하면 웃을 줄 모르는 내가 이기적인 것 같지 않아? 나도 너처럼 웃어야 되나?"

 "아니야, 쿠기사키는 이미 사람들에게 힘이 되잖아. 단지 내가 지금은 웃는 거밖에 못하니까⋯⋯ 미안해."

 "사과할 것까지는 없어. 나야말로 무섭게 해서 미안. 나는 아직 너에 대해 잘 모르니까 알아 가는 중이야."

 "나에 대해?"

 "그래. 예를 들어 네가 그 착해 보이는 얼굴로 실은 나를 깔보고 있을 수도 있잖아. 일부러 조금 떠 본 거지."

 "그런 거였구나. 다행이다."

 "기숙사에서 스즈카 쌤을 뵀어. 너랑 인사하기 전에. 너도 이타도리처럼 뭣모르고 주물을 삼켜 버린 거야?"

 "다르다고 생각해. 그날 나한테 일어났던 일을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으응, 아무것도 삼키지 않았어."

 "뭐, 그냥 호기심이야. 아무래도 보통 주령이 아니라 스즈카 고젠이니까.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지."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 분명히 질문을 받게 될 거라고 예상했지만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고민이었거든."

 "고전에 오기 전에는 비술사였다며."

 "음⋯⋯ 미안, 쿠기사키. 비술사가 뭐야?"

 "말 그대로 술사가 아닌⋯⋯ 평범한 사람."

 "맞아, 맞아! 나는 평범한⋯⋯ 비술사였어!"

 "그래서, 주술사에 대해 자세히는 몰라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 거지?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았어?"

 "보다시피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니까.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놀라긴 했는데. 딱히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어."

 "이렇게 말해서 미안한데, 네가 어차피 얼마 못 가 도망쳐 버릴 애라면 나는 너랑 그다지 관련되고 싶지 않아."

 "걱정해 주는 거구나! 고마워! 솔직히 나는 쿠기사키 만큼 잘할 자신은 없어. 그래도 실망시키지 않게 힘낼게."

 고전에서 쿠기사키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녀가 나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며칠이 지난 뒤에는 반대로 내 존재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그녀는 나를 무시하고 밀어내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만약 내가 쿠기사키의 그런 태도에 자그마한 악의라도 느꼈다면 나도 한 번쯤은 그녀에게 다가가기를 망설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어떤 악의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 진실을 알게 됐다. 그녀는 내게 이렇게나 많은 질문을 하고 나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단단히 준비해 온 것뿐이다. 만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최대한 피하려 했던 그녀의 노력에 나는 넘치는 호의와 감사한 마음으로 충만해졌다.

 얼굴도 예쁘고 상냥한 아이다.

 "노바라라고 불러. 너랑은 이름을 불러도 될 것 같아. 나도 솔직히 말하면 네가 싫지는 않거든. 정말로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이상하리 만큼 텐션이 높아서 전혀 위태로워 보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만. 잘 부탁해, ."

 "나도 잘 부탁해, 노바라. 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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