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 해 줄게라니⋯⋯ 후후. . 나는 여자지만 말이야. 네 덕분에 가끔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 아아, 남자들의 로망이란 이런 거구나. 예전부터 그딴 개똥 같은 로망에는 관심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혐오와 행복을 넘나드는 기분이 묘하게 짜릿해. 입 꼬리가 올라가는 걸 멈출 수가 없어. 평범하게 내가 너한테 했어야 하는 말들, 네가 왜 내 아침밥을 차려라든가, 친구끼리는 지켜야 할 선이 있어라든가, 할 수 없게 된다고."

 아이처럼 품에 파고드는 노바라를 마주안고 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그녀가 내 어깨에 살포시 머리를 기댔다. 시골이 싫었건 어쨌건 얻은 것도 있고 버린 것도 있으니 그녀가 감당해야 할 허전함은 나나 다른 애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귀여워. 내가 맛있게 차려 줄게."

 "응, 응. 나 계란말이 먹고 싶어어."

 계란말이라니. 그런 건 열 개라도 만들 수 있다. 노바라가 말한 이른 바 친구 사이의 월권에 대해서는 고민해 봐야겠지만 좀 더 일찍 얘기했어도 좋았을 것이다. 가까운 사람을 바로 옆에 두고 외로움을 느낄 이유도 없으니까.

 다음날 새벽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난 나는 눈을 비비적거리며 휘청휘청 주방으로 갔다. 냉장고에 넣어 뒀던 재료들을 꺼내고 부랴사랴 요리했다. 계란 물을 채에 여러 번 걸러서 최대한 부드럽게 만들고 예쁘장하게 말아 주었다.

 "노바라, 일어났어? 나야. 야."

 처음에는 점잕게 노크만 하다가 노바라가 아직 꿈나라 여행 중임을 알고 좀 더 적극적으로 그녀를 불러냈다. 안쪽에서 걸어 나오는 발소리에 쿵쾅대는 잡음이 섞여 있었다. 행여 잠결에 넘어질까 조마조마했다. 불도 켜지 않아 깜깜한 방에서 노바라가 얼굴을 내밀었다. 머리는 부스스하고 눈은 붓기가 덜 빠졌고 목은 잠겨서 되우 걸걸하다.

 "와⋯⋯ 진짜 왔어. 게다가 잔뜩 들고."

 "당연하지. 그럼 나 들어갈게. 헤헤헤."

 불을 켜자 시야가 환해졌다. 어둡지 않아서 그런 것만은 아니고 방이 눈에 띄게 깨끗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거야 물론 노바라 스스로 정리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만 그녀도 나의 방문을 조금은 의식하지 않았을까.

 "계란말이⋯⋯ 아, 포실포실해. 달달해."

 "노바라, 오늘도 임무지. 아침밥은 든든하게 먹자. 이거랑 이거는 내가 만든 거야. 나머지는 본가에서 보내 준 반찬들인데 괜찮으면 또 가져올게. 다른 지역에서 그다지 볼 수 없는 것들이야. 특히 이거. 후쿠오카 특산물. 먹어 봐."

 "뭐야, 왜 상상했던 거랑 똑같은데. 따뜻해. 맛있어. 사랑이 느껴져. 흑흑. 아무렴 후쿠오카는 다르겠지. 열도 제일의 맛집은 역시 후쿠오카야. 커, 이 감칠맛. 특산물이라고. 어디, 어디. 세상에. 도저히 밥 한 그릇으로는 안 되겠어."

 노바라는 자기 관리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먹는 걸 절제하는데 고맙게도 내가 준비한 반찬들을 맛있게 먹어 줬다. 가히 방해라 할 만큼 호들갑을 떨었지만 결국 내 호들갑도 그녀의 위풍당당 식사에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하⋯⋯ 잘 먹었습니다. 있지, 나도 여자니까 너한테 이런 말 하기 좀 그런데. 너는 진짜 내조 잘할 거 같아. 실력을 떠나서 말이야. 네 표정, 말투, 전부 다, 그냥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줘. 딱히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겠어."

 "노바라도 참. 무슨 소리야. 방금 두 그릇 먹었으면서. 헤헤헤. 고마워.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마주앉은 사람이 솔직하게 기뻐해 주지 않으면 나도 어쩔 수 없어. 노바라가 행복한 얼굴로 먹는 것을 보면서 나도 행복했어."

 "하품 나와. 졸려. 완전 아기가 된 기분이야. 젠장, 누가 봐도 100 점짜리인데. 이런 걸 눈앞에서 꿀꺽해 버릴 놈을 생각하니. 아까워서 아무한테도 못 주겠는데. 안 되겠어. 내가 허락 못해. 너, 결혼하지 마. 아무튼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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