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식, 처음 봤을 때 딱딱하게 자기 성만 툭 내뱉는 거 있지. 나머지는 알아서 생각하라는 듯이."
"나랑 인사 나눴을 때도 이름만 말했던 거 같아. 그래도 후시구로 군이 미남이라서 나는 좀 설렜어." 후시구로는 잘생겼다.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 점을 빼 놓고 얘기할 수도 없다. 나도 처음에 그의 태도가 딱딱하다고 느끼긴 했다. 물론 그 느낌을 그의 수려한 외모와 연관지어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조금 미지근했달까. 노바라에게도 다르지 않았구나. 그래도 나는 후시구로와 좀 더 얘기해 보고 싶었다. 메구미라는 여성스럽지만 의외로 위화감이 없었던 이름을 가졌다는 것도 고죠 쌤이 그를 친근하게 부르지 않았다면 여전히 몰랐을지도 모른다. "얼굴만 잘생기면 뭐해. 기본이 안 되어 있는데. 뭐⋯⋯ 며칠 지내 보니까 나쁜 애 같지는 않더라." 노바라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러니까 잘생겨서만은 아니다. 그는 고전에 입학하기 전부터 고죠 쌤 밑에서 오랫동안 수학했고 다른 세 명에게 도움을 주게 되었는데 그는 사소한 일도 대충 하지 않았다. 무언가 물어보면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까지 더해서 세심하게 알려 주었다. 덕분에 그의 무관심한 표정에도 금방 익숙해졌다. 미남이 다수의 여자에게 무관심한 건 오히려 좋다. 여차하면 그냥 보면서 감탄하는 것으로 만족해도 된다. "요즘에는 조금 무뚝뚝한 게 단점이 되지는 않잖아. 오히려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뭐야, 뭐야. 나보다는 네가 후시구로한테 훨씬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그런 거야? 으응?" "맞아. 관심 많아. 후시구로 군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고 싶어. 그래서 친한 친구가 되고 싶어." "친한 친구 말이지. 에이, 시시해라. 당분간 심심하지 않겠다 생각했는데. 아니, 한편으로는 다행인가." "뭐야, 뭐야아. 노바라는 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데애. 노바라야말로 그런 거야? 두근두근했어?" "그런 거 아냐. 내 말은, 너랑 걔가 좀⋯⋯ 굳이 말하자면 너한테는 차라리 이타도리가 어울린다고 봐." "으음⋯⋯ 음⋯⋯ 저, 정말 그럴까아. 그럴지도 모르겠네애. 왜냐면 나는 이타도리 군도 엄청 좋으니까." "잠깐⋯⋯ 너무 티나잖아. 아, 뭐, 그래. 너는 그런 애랑 있어야 돼. 후시구로는 여자애라도 봐주지 않을걸." "헤헤헤. 있지, 이참에 나도 말해 버릴래. 나는 그런 후시구로 군이 노바라와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풉. 그건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너는 그냥 걔랑 내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재밌었던 거 아닐까." 생각해 보면 노바라는 이타도리와 후시구로가 성격부터 꽤 다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게 하는 역할을 저도 모르게 맡고 있는 것 같다. 이타도리처럼 열정적인 면도 있고 후시구로처럼 냉정한 면도 있어 어느 쪽과도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후시구로와 있을 때 어쩔 줄 몰라 할 때가 많은데 노바라가 정확한 답을 알려 줬다고 생각한다. 억지로 거리를 좁히기 보다는 먼저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모두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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