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여름이네. 나는 땀 흘리는 거 별로 안 좋아해. 활동량을 지금 보다 늘려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너는 굳이 말하면 열혈 파지. 즉, 직접 근육을 연소시키는 방법 아니면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지 못하는 거잖아."
"맞는 말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노바라 말대로 나는 참을 만큼 참았고 이제 좀 더 격한 운동을 하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자신의 컨디션과 타협하지 않으면 안 되거든. 오늘 컨디션이 제법 괜찮아.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부탁해." "오늘따라 컨디션이 좋다고 해서 너를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건 아니야. 네가 걱정 돼. 근데 얼굴은 자신만만하네. 리듬체조 선수였다며. 딱 봐도 유단자 같지는 않은데. 적어도 나는 어렸을 때부터 단련했어." "운동선수에게 겸손함은 양날의 검이야. 하지만 경쟁 상대에게 배우려는 자세는 중요하지. 그럼 이렇게 하자. 노바라가 나한테 한 수 가르쳐 줘. 나도 리본이나 곤봉으로 싸울 생각은 없고 맨손부터 시작하고 싶어. 체조를 배울 때도 그랬으니까." 첫 번째로는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기 위해 자세를 바로잡고 기본적인 힘의 흐름과 균형을 느껴 봤다. 그때까지는 별로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노바라도 역시 유연함이 다르구나 하고 끄덕끄덕 인정해 줬다. 놀랍게도 그 다음이 바로 실전이었다. 두 번째로는 노바라의 손바닥을 때리고 세 번째로는 어설프게나마 막아 보기도 했다. 노바라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흉내낼 수 있게 되었지만 나는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손발이 당최 어딜 가는지 몰랐다. 휘두르면서도 맞는 모습은 볼 수 없었던 걸까. 물론 노바라는 나의 막무가내 횡포를 전부 막았다. "하⋯⋯ 아, 힘들어. 있잖아, 무작정 덤빈다고 되는 게 아니야. 둘 다 힘들지만 결국에는 네가 나 보다 더 빨리 지친다고. 일단은 불필요한 움직임을 최대한 줄인다고 생각해. 다시 해 보자. 나를 잘 보고, 나를 속여야 돼. 자, 간다." 눈을 부릅떴다. 에멜무지로 손, 발, 팔꿈치, 무릎을 다 썼다. 끈질기게 치근덕대다가 결국 다시 질끈 감았다. 그리고 막혔다. 그대로는 움직일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노바라와 내가 완전히 얽혔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귀를 스쳤다. "윽, 힘 뭐야. 나를 고전까지 옮겨 준다는 게 농담이 아니었네. 근데 이제 어떡할래. 나한테 완전히 붙잡혔어. 꼼짝도 못하겠지. 지금이야. 나한테 네가 얼마나 센지 보여 줘. 밀어. 더 세게 밀어. 내가 넘어질 때까지. 우와! 겁나 세!" 얼떨결에 전력을 다했다가 하마터면 노바라를 진짜로 넘어뜨릴 뻔했다. 뒤늦게 뻗은 손이 민망해지긴 했지만 다행히 휘청거리다 말았다. 그대로 계속했음 먹혔을지도. 이런 발칙한 생각도 하면서 오늘은 그만 만족하기로 했다. 그렇게 얼렁뚱땅 대련을 끝내고 기숙사로 돌아가기 전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한숨 돌릴 겸. 얘기도 나눌 겸. 자판기에 다녀온 노바라가 내게도 음료수를 줬다. 병에 담긴 이온 음료였다. 꿀꺽꿀꺽 삼키니 가슴이 시원해졌다. "힘들어?" "응, 힘들어. 코피 나올 거 같아. 헤헤헤. 그래도 기분 좋아. 이렇게 숨이 차는데 괴롭지 않은 건 오랜만이야." "너, 무리했어. 근데 오히려 안색은 좋아 보인다. 땀 흘리는 거 무진장 좋아하는구나. 운동선수니까 당연한가. 그냥 트랙 위를 달릴 때도 어디서 저런 체력과 힘이 나오는 걸까 궁금해. 저기, 그래서 말인데. 너는 별명이 뭐였어?" "별명?" "어떤 일에 몰두하면서 힘든 줄도 모르는 거⋯⋯ 어찌 보면 말이 안 되잖아. 이상하잖아. 운동할 때는 솔직히 너도 괴짜 같아. 애들은 온갖 기발한 별명을 만들어내니까. 너한테도 이상한 별명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나는 말이지⋯⋯."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유서가 깊은 학교였지만 내게는 그저 작고 낡은 학교일 뿐이었다. 고전과 비교하면 뭐 말이 필요 없다. 그래도 하나둘 그려 보면 좁아터진 운동장에 웅성거리는 아이들부터 땀 냄새와 웃음소리까지 생생하다. "강철 심장." 농담처럼 들렸을지도 모르지만 그게 사실이다. 사실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내 대답을 듣고 노바라는 무언가 하려던 말을 삼켜 버린 듯하다. 돌이켜보면 그런대로 흐뭇했다. 이를테면 내게 훈장과도 같은 한때의 별명인 것이다. "그거였어 내 별명. 어렸을 때는 걷는 것보다 달리는 걸 훨씬 좋아했는데 아무리 뛰어도 지치지 않았거든." "강철 심장이래. 어우, 유치해. 근데 솔직히 좀 멋있다. 너한테 어울려. 너는 지금도 마음은 달리고 있잖아." |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