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노바라(들장미). 멋진 이름이야."

 "이제 6월이니까, 또 잔뜩 피었겠지. 가느다란 가지가 휘어질 만큼. 보기 꺼림칙할 만큼. 흔해 빠져서 말이야."

 "그런가아. 나는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제일 멋있는 건 노바라라는 이름에 담긴 상징적인 의미 같아. 장미는 꽃의 여왕이고 들꽃은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잖아. 여자애의 이름이라도 연약한 느낌이 들지 않아서 좋아."

 "들꽃은 그래야지. 안 그럼 피지도 못하고 끝나니까. 나는 내가 꽃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온실 속 화초로 태어나고 싶어. 그럼 정성스레 돌봐주는 사람도 있고 약해도 상관없잖아. 어차피 나는 들꽃이니까 약하면 안 되는 거야."

 꽃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어쩌면 나는 과거에 이미 상상해 보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다지 고민하지 않았다. 내 생각은 노바라와 달랐다. 나는 온실 속 화초가 싫다. 들꽃이 좋다. 나를 돌봐야 할 사람이 필요하지 않았음 좋겠다. 그런 존재가 있으면 정작 내가 힘들 때, 아플 때, 얼굴 한 번 찌푸리기 어렵다. 화초는 화초답게 웃고 있어야 하는 법이다. 나는 완전한 보호 안에서 가장 불행했고 억지로 웃을 줄도 몰랐다. 결국 화초도 들꽃도 되지 못했다.

 "있잖아, 나는 어느 쪽일까. 온실 속 화초? 들꽃?"

 "흠⋯⋯ 모르겠어. 너는 꽃한테도 꺾일 거 같거든."

 "네?"

 "나쁜 뜻은 없어. 뭐랄까, 그냥 그렇다구요.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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