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생의 그릇을 가지게 된 이래 책상 앞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매번 느끼지만, 몇 시간 동안 꼼짝도 하지 못하는 것은 내게도 고역이다. 가 노트 위로 엎어진 틈에 그녀를 들여보내고 잠깐 나왔다. 의자에 널브러진 채로 멍하니 앉아 있는데 문득 메구미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져서 전화를 걸어 봤다.
「후시구로입니다.」 "이 녀석아, 안 자냐." 「고죠 쌤이 내 주신 숙제가 많아서요. 이제 조금 남았어요.」 "고생이 많구나. 도 방금 겨우 끝냈다. 망할 담탱이." 「전화받은 김에 잠깐 쉬면 되죠. 으으, 머리 아파 죽겠어요.」 수화기 너머 의자가 끽 젖혀진다. 나처럼 늘어졌구나. 아마도 메구미는 임무로 인해 저녁이 되어서야 숙제를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는 아직 임무를 받지 않으니 괜찮다고 쳐도 다른 녀석들은 걱정이군." 「안 그래도 이따가 전화해 볼 생각이었습니다. 쿨쿨 자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달달한 것을 먹으면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들은 적 있다. 간식 가져다줄까?" 「이 밤중에 간식 때문에 혼자 남자 기숙사로 오신다고요. 네,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먹을 것만 가져가면 좋아들 하겠지만. 통금 시간도 지났고 가는 건 그만두기로 했다. "너도 알다시피, 내 그릇이 숙제를 끝내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단다." 「그래서 저는 당신과 반나절 동안 함께 있었는데도 이제야 겨우 얘기할 수 있게 됐네요.」 "불쌍하지." 「저도 당신 못지 않게 답답해요.」 "메구미 너는 어떻게 해야 내게서 귀여움을 독차지할 수 있는지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아부하는 것 같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죠. 내심 바라는 게 있어서 답답한 건지도 몰라요.」 "그리고 너는 내가 너를 귀여워한다는 것에 제법 자신이 있는 것 같은데. 일단 말해 봐라." 「저는 확실히 된다는 생각이 들 때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것보다는 용감해져야겠네요.」 "뭔데?" 「듣고 놀라실지도 모르지만 곧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저와 데이트해 주세요.」 "뭐?" 「유기견 보호소 말입니다. 동행자가 필요할 때는 개의치 말고 언제든지 얘기하라면서요.」 "아⋯⋯ 괜히 쫄았잖아. 이 스즈카 고젠은 한 입으로 두 말 하지 않는다. 그 제안 받아 주지."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데이트라고 생각하기에 누가 물어보면 데이트한다고 대답할 겁니다.」 "고죠에게 걱정 끼치지 마라. 적어도 너는 그러지 않았음 좋겠다." 「싫은데요. 차라리 거절하세요. 당신도 나 가지고 놀 생각 하지 마.」 "갑자기 반말⋯⋯ 무슨 말인지 알겠다만. 그건 부탁이냐, 협박이냐." 「우리가 동시에 넘어지면 셋 중에서 제일 아픈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다른 둘이 다치지 않게 감싸안는 사람이겠죠.」 "귀여운 만큼 살벌한 협박이구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그렇다 해도 누가 먼저 털고 일어날지는 모르는 것이다." 비단 사귐이 길어서만은 아니다. 내가 무심코 전화기를 들었을 때 메구미를 떠올리는 이유. 왜냐하면 이 꼬맹이는 알고 있다. 어떻게 해야 나를 즐겁게 혹은 화나게 만들 수 있는지. 실제로 그럴 때 나는 무료함을 잊을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말이야. 유지나 처럼 순한 양 같은 꼬맹이들은 귀엽기만 하지 재미가 없어." 「그게 어른들만의 비밀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럼 이건 어때요. 저도 맹목적인 애정은 재미없어요.」 "아프구만. 나도 아픈데 고죠가 들으면 얼마나 속상할까! 더 아픈 꼴을 당하지 않기 위해 기억해 두겠다!" 「어지간히 고죠 쌤은 내버려 두고 데이트 얘기나 해요. 조만간 만나게 될 녀석들에 대해 미리 알려드릴게요.」 메구미의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 재밌었다. 약속했던 것과 관계 없이 녀석이 말하는 데이트라는 게 기대됐다. 그리고 수화기 너머로 평소보다 차분하게 들리는 말투는 잠들기 전 귓가에 속삭이는 소리 같아 마음이 편해졌다. "우리의 데이트 날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더 자세히 알려 다오. 내가 네 얘기에 너무 빠져 있었구나. 고맙다." 「그래도 데이트니까 거기서 좀 더 힘내실 수 있다면 파트너인 제게 해 줄 수 있는 일도 생각해 보시길 바라요.」 "너야말로 한눈팔지 마라. 그리고 앞으로 나와 얘기하고 싶을 때는 '잠깐 나와 주실래요'라고 말하면 돼. 허락하지." 「생각만 해도 짜릿하네요. 저, 반드시 모두가 지켜보고 있는 곳에서 말할 겁니다. 친구를 부르는 것처럼 건방지게요.」 "좋구나." 어느새부턴가 책상 위에 엎드려 있었다. 나른하니 기분 좋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탁, 책을 덮는 소리가 들렸다. 「통화하는 사이 제 숙제도 끝났습니다. 제가 딴짓하고 있는 건 모르셨죠. 훗. 안녕히 주무세요.」 "왜 거기서는 예의바르게 말하는 거야. 그러지 말고 진짜 건방진 게 뭔지 가르쳐 줘. 자, 다시 해 봐." 「잘 자.」 "하하하.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건방지고 귀엽다. 괜찮다면 다음에 또 듣고 싶구나. 너도 잘 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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