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들어 보고 나서 판단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씨."
"왠지⋯⋯." "손발이 오그라드네요." 앞으로 나서지 않을 때도 뺨에서 마음껏 떠들어대는 나와 달리 멍을 때린다. 다른 그릇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꼬맹이는 조금 유별나다. 병원에서 달리 뭘 했겠냐만은 수 백년에 걸쳐 멍때리기의 달인이 된 나조차 탄복할 정도다. 눈앞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반응이 없다. 다만 본능적인, 예를 들어 깜짝 놀란다든지. 그때 만큼은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아시다시피 저는 그녀를 ''라고 부릅니다. 갑자기 ' 씨'라고 불리면 본인도 민망하지 않을까요." 솔직히 그릇의 입장에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알 것 같았다. 흐뭇한 마음에 메구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쨌거나 너는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구나. 착하다." "무시한 사람도 있습니까. 누군지 몰라도 제멋대로군요." "아아, 언제나 제멋대로지. 그러지 않고서는 죽을 놈이니까." "당신의 새로운 모습에 적응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죠." 쓰담쓰담. 무심코 즐기고 있다. 왠지 맥쩍어 나는 손을 거두었다. "저기요, 스즈카 씨. 말 놓을게." "깜짝이야. 갑자기? 반말을 하겠다고?" "동급생에게 상하관계라는 건 없으니까요." "내가 너랑⋯⋯ 뭐라고?" "동급생이라고요. 적어도 고전 밖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렇겠죠. 제 입장도 조금 생각해 주세요." "그래도 나는 네 존댓말이 좀 더 듣고 싶어. 그러니까 지금 말고 나중에라면⋯⋯ 까짓꺼 좋다. 반말해!" 그토록 학교를 그리워하던 어렵게 제 또래를 만났다. 나 때문에 친구들과 어색해져서는 안 된다. 나는 입술을 잘근거리다 하는 수 없이 말했다. "그리고 그때까지는 스즈카 씨라고 불러도 된다." "제대로 알고 계시네요. 네, 고마워요. 스즈카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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