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제 심성이 변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크게 문제되는 나이가 된 거죠."
"어렸을 때는 먼저 인사해도 대답 없이 방으로 휙 들어가 버렸지. 그때부터 진짜 궁금했는데,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거냐?" "사춘기 행동에 대해 물으셔도 제가 왜 그랬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퍼스널 스페이스가 필요했던 게 아닐런지. 다만⋯⋯." 메구미가 잠시 뜸을 들였다. 비록 지난 일이긴 하다만 나는 은근히 섭섭했다는 티를 내면서 기다렸다. 녀석이 말을 이었다. "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왜 고죠 씨의 애인과 엮여야 하는 건지. 솔직히 당신의 호의가 달갑지만은 않았어요." "애인?" "당시만 해도 그 사람 겉모습만 어른이었고 좋은 남자친구로는 더더욱 생각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어차피 당신도 얼마 못 가⋯⋯." "남자친구? 메구미 네가 요즘 무리를 해서 기억에 혼동이 생겼나 보다. 고죠와 나는 너와 네 누나를 만나기 전에 이미⋯⋯." "네, 이미 끝난 사이였지요. 그때도 저는 생각했습니다. 어째서 이 여자는 헤어진 남친 따위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 걸까." 싫은 예감이 든다. 어린 메구미의 눈에 나는 내 안위를 위해 헤어진 남친에게 기꺼이 빌붙는 배알 없는 여자로 보였던 걸까. 아닐 거라 믿고 싶은 건 당연지사고 딱히 진실을 알고 싶지도 않지만 그럴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조금 부끄럽다. 아니, 뭐. 사실이긴 한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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