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즈카 씨. 아니, 이제 선생님이라고 해야 하나요."

 "글쎄다. 유지와 노바라는 언제부터인가 그리 부르기 시작하더군."

 "선생님이 허락하신다면⋯⋯ 호칭을 바꾸고 싶지 않은데요, 저는."

 "뭐⋯⋯ 그래, 굳이 바꿔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너 편한 대로 해라."

 메구미는 다른 녀석들과 달리 요란을 떨지 않는다. 기쁜 내색도 하지 않고, 그저 입 꼬리를 살짝 올려 웃는다. 역시 고상한 도련님의 피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따금씩 웃음이 나기도 한다. 지금보다 어렸을 때도 그다지 표현을 하지 않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새 어린 마음이 얼마나 깊어졌는지 몰라도 때로는 그 안에 전부 담아 두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하루 이틀 알고 지낸 사이냐. 솔직히 '쌤'은 나도 부담스러워."

 벌써 몇 년째인가. 바쁘게 살아 온 탓에 메구미와 만났던 날부터 지금까지의 기억이 그다지 선명하지 못하다. 귀여워했던 만큼 녀석의 말이 유난히 다정하게 들렸다. 떠나 있는 동안에도 앳된 얼굴이 눈에 아른거렸다. 보고 싶었다.

 "메구미, 여전히 딱딱하고 부드러운 면이 없구나. 어찌 웃지 않는 게냐."

 "제게 뭐라 말씀하셔도⋯⋯ 저는 이타도리나 쿠기사키처럼은 못합니다."

 오랜만인데 억지웃음이라도 한 번 지어 주면 안 되나. 속으로 투덜거렸지만 진지하게 못한다고 말하는 듯한 메구미의 얼굴을 보니 참을 수 없었다.

 "네가 어떤 얼굴을 한들 예쁘지 않겠냐. 무뚝뚝한 표정이든, 찌푸린 표정이든, 귀여워."

 "수년이 흘렀습니다. 여전히 어리다는 것 외에 좋게 볼 만한 구석이 한 군데도 없습니까."

 "건방지구만. 언젠가 너는 모든 것을 갖추게 될 게다. 지금도 이렇게 잘생긴데다 똑똑하기까지 하니 말이야. 그때 네가 원하는 만큼 칭찬해 주마."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삐죽거리는 머리카락을 결국 눕혀 놨다. 꼬맹이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그래도 얼굴이 붉어지는 것까지는 감출 수 없나 보다.

 "이번에는 1년 만에 도쿄로 돌아오셨군요. 떠나 계신 사이 마침내 저도 고전으로 오게 됐습니다. 저는 늘 여기 있을 겁니다."

 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당신도 어디 가지 마요."

 이 놈이. 그건 여자를 보는 눈이잖아. 메구미의 주름진 미간을 콕 찌르자 놀랍게도 무뚝뚝한 얼굴에 화사한 웃음이 번졌다. 가끔은 그냥 저도 모르게 나오나 보다. 분명히 지금도 어딘가에 웅크리고 앉아 있을 그 시절의 어린 소년이.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