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무언가 칭찬받을 만한 일을 했습니까. 기억에 없습니다만."

 "원래 꼬맹이는 아무것도 안 하고 얌전히 있으면 칭찬받는 거다."

 "그렇습니까."

 라고 말하며, 메구미도 내 머리에 손을 올렸다. 타인의 시선에서는 동급생끼리 서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됐다.

 "여전히 저를 그 정도로 어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당신뿐이에요."

 쓰담쓰담. 쓰다듬기 강도가 점차 세져 둘 다 머리카락이 부스스해졌다. 그래도 왠지 먼저 손을 거두면 지는 것 같아서 멈추지 않았다.

 "나는 네놈들에게 할머니⋯⋯ 아니, 이제 조상님이라고 불려야 돼."

 "조상님께서 새 그릇을 가지면 당신을 할머니라 불러 마땅한 남자들과도 연애를 할 수 있게 되는 거군요."

 "그 남자들이 다 같지는 않아. 처자식이 생기면 어른이 되는 법. 나이 먹고 몸집만 커진 놈들이랑은 다르지."

 메구미가 얼굴을 굳히더니 내 손을 밀쳐냈다. 시시각각 변하는 기분을 내 알 도리가 없다만 좌우지간 지금은 하지 말란다.

 짓궂어도 너무 짓궂었나. 가끔 도를 지나칠 때도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뭐라고 말해도 안타까운 마음은 늘 있다. 인간들에게 가족은 좋거나 싫거나 살다 보면 계속 생각이 나고 필요한 것이다. 현재의 내 감정은 과거에 죽어 버린 남자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아비 노릇을 제대로 해 본 적 있는지 그런 것을 떠나서 메구미는 가족, 아들이었으니까. 그 남자도 한 번쯤 이렇게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좋지 않다.

 "후시구로 메구미. 나 까치발 들고 있는 거 안 보이냐? 알아서 낮춰!"

 "언제까지 계속하실 겁니까. 도대체 누굴 위한 건데요. 윽, 하지 마요!"

 "모른다면 너는 역시 아직 꼬맹이다! 이 꼬맹이! 쓰담쓰담이나 받아라!"

 "지금보다 어렸을 때도 누가 제 머리를 이렇게 쓰다듬은 적은 없다구요!"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내고 있지만 괴롭히고 싶은 건 아니다. 저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잔뜩 쓰담쓰담 했다.

 "하하하. 꼴 좋다, 요놈!"

 "아, 머리 눌렸잖아요⋯⋯."

 빳빳하게 서 있던 머리카락이 볼품없이 꺼졌다. 웃음이 터질 뻔했는데. 들어갔다. 머리와 얼굴을 번갈아보니 가슴이, 가슴이, 심쿵했다. 여전하구나 너는.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도 살아 있구나. 아니라 해도 그렇다고 믿을 거다.

 나는 메구미와 비슷한 얼굴을 꽤 알고 있다. 그 가문 녀석들 생김새는 딱 보면 안다. 빌어먹을, 옛날부터 다른 주술사 가문과 마찬가지로 내게는 끔찍했다. 놈들의 번들거리는 흑발과 도도하게 치켜올라간 눈만 보면 욕이 튀어나올 것 같았던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워할 수 없는 이가 과거에도 있었다. 여전히 잔인한 남자구나.

 "묻기도 두렵습니다만. 어째서 홍조를 띱니까."

 "하아⋯⋯."

 "어째서 그렇게 애가 타는 듯한 한숨을 쉽니까."

 "메구미, 딱 이런 느낌으로 스타일의 변화를 줄 생각은 없냐."

 "추호도 없습니다. 이유는 방금 당신이 제게 가르쳐 주셨고요."

 "그러지 말고. 며칠이면 돼. 딱 하루만이라도. 내 한 좀 풀어 줘."

 그립다.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진정으로 여자가 된 기분이다. 고죠 가에서 지내던 시절부터 짜증나는 백발만 보다 짙은 흑발의 사내를 볼 때면 눈이 정화되는 기분마저 들었다. 까치발을 든 내 몸이 조금씩 앞으로 기울어졌다. 내 마음이 향하는 방향으로. 메구미가 주춤거리며 물러나더니 슬슬 매달리기 시작하는 나를 억지로 떼어냈다.

 "무슨 저주에 걸린 겁니까? 안 되겠어요, 당장 해주해요!"

 "아잉, 해주는 시러! 앞으로 쭉 이 저주에 걸린 채 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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