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 말씀하셔도 여유가 있나 봅니다. 고죠 쌤에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스즈카 씨가 심심해하고 있다고."

 "잠깐! 헤헤. 그러지 말고 나한테 섭섭한 게 있으면 여기서 전부 얘기해라. 우리끼리 해결하자. 고죠는 빼고."

 무심하게 지나쳐 가는 메구미를 다급히 붙잡았다. 고죠한테는 알아서 기고 있다. 그것만으로 충분한데, 최근 내가 기어야 할 대상이 한 명 늘었다. 깨닫고 보면 협박을 당하고 있다. 그나마 메구미의 협박은 아직 귀여운 수준이다.

 "약속을 잊은 채 심심해하고 있는 사람이 나쁜 겁니다. 메신저, 앞으로는 좀 더 자주 하자고 말했었죠? 거짓말쟁이 씨?"

 "나는⋯⋯ 직접 만나서 얘기할 기회만 엿보고 있었지! 너도 그 편이 좋댔잖아. 그래도 네 생각 많이 했다. 방금 전에도 했어."

 내가 뭘 잘못했는지 딱히 생각나는 게 없었는데 별 거 아니었다. 메신저. 확실히 그런 약속을 했지. 잊어버린 건 아니다.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겼는데 고죠까지 끌어들이는 걸 보면 메구미에게는 꽤 심각한 일이었나 보다. 그랬구나. 우리 메구미가 섭섭했던 게야. 한 번만 봐줘. 말로 하면 너무 옹졸해 보일 것 같아 눈빛으로 용서를 구했다.

 "믿어 드릴게요."

 "생각보다 쉽네."

 "그렇죠. 앞으로도 스즈카 씨가 변명할 때 어떤 남자들은 당신을 무조건 믿거나 최소한 관심 없는 척할 겁니다."

 "어머, 듬직해라. 여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순둥이 치고 제법 여심을 헤아릴 줄 알잖아. 마음이 놓인다."

 능청을 떠는 것만은 아니다. 과연 후시구로답다. 풋풋한 점은 그것대로 사랑스러웠기에 깨물어 주고 싶었다.

 "사실, 몇 번이나 너한테 말을 걸어 보려고 했어. 근데 막상 메신저를 켜도 정말 시답잖은 말들밖에 떠오르질 않아."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편지가 아니니까 격식을 갖추지 않아도 돼요. 시답잖은 말이라도 상관없다구요."

 "뭐 하냐, 어디냐, 밥 먹었냐, 벌써 자냐⋯⋯ 이런 거라도?"

 "정말로 제 생각을 많이 하시긴 했나 보네요. 네, 괜찮아요."

 여심 헤아리기 별것 없다. 여자가 몰랐으면 하는 부분은 모른 척하고 알았으면 하는 부분은 알아 주고. 그게 전부 아니던가. 그런 간단한 것조차 못하는 놈들 때문에 한숨이 나오는 거다. 세상 남자들이 다 메구미 같으면 나쁜 여자도 안 나온단 말이다.

 "고죠가 네 공부를 방해하지 말라고 할지도 몰라."

 "고죠 쌤에게는 충고 고맙다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후후후. 아, 너무 달라붙어 있었구만. 어쨌든 오늘은 모처럼 만났으니 메신저 같은 것보다 잠깐 어울려다오. 놀아 줄 거지?"

 "뭐 하고 놀까요?"

 "나는 너희가 하는 그 뭐냐 뿅뿅거리는 건 할 줄 모른다. 시시하겠지만 술래잡기나 하는 게 어떠냐."

 "시시하다니, 술래잡기만큼 유서 깊은 놀이도 없는걸요. 뭐든 진심으로 상대해 주신다면야 좋습니다."

 어째서 방금 소름돋은 거지.

 "미리 알면 재미없으니까 하나만 말씀드릴게요. 시작하자마자 개를 풀 거예요. 믿거나 말거나 식신술사들은 그렇게 놀아요."

 아냐, 이건 아니야. 메구미, 녀석은 그런 말 하지 않아. 거기서 고죠가 왜 나와. 어느 쪽이든 한 쪽만 닮아라. 혼란스럽잖아.

 "그건, 뭐랄까, 흥미롭구나.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술래잡기는 다음에 하자. 훈련⋯⋯ 아니, 실전이라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 하셔야죠. 그럼요. 기꺼이 기다리겠습니다. 대신 그만큼 어울려 주셔야 해요. 저, 안 잊어 버리니까요. 절대로."

 내게 있어서는 도무지 섞일 수가 없는 놈들인데. 나는 지금 메구미로부터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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