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카 씨, 일어나요. 오늘은 제 훈련을 봐주기로 약속하셨잖아요. 빨리요."

 "아⋯⋯ 잠깐 있어 봐. 아까 유지 놈이랑 죽도록 훈련했다니까⋯⋯ 윽⋯⋯."

 "몰라요, 저는 그런 거. 기다릴 만큼 기다렸습니다. 얼마나 더 쉬어야 합니까."

 벤치에 벌러덩 누운 채 언제까지고 있을 수 없으니 말하지 않아도 일어날 거다. 메구미와 한 약속, 잊지 않았다. 다만 유지의 훈련을 끝내고, 팔다리가 끔찍하게 무거워서, 방으로 돌아가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고죠는 다른 일들로도 바빠서 학교에 붙어 있을 형편이 못 된다. 자기가 없을 때 훈련 등 관리를 맡기기 위해 나를 데려다 놓은 것이다. 꼬맹이들에게 있어서도 주령을 직접 상대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으니 필요하면 내게 기꺼이 훈련을 받으려고 한다. 덕분에 나는 주술사들에게 온갖 종류의 술식을 맞고 한마디로 별꼴을 다 보고 있다.

 "네놈들이 나를 죽일 셈이로구나. 가서 트랙 세 바퀴 뛰고 와. 그럼 일어날게."

 "다녀오겠습니다."

 도망칠 수 있었다면 진작 내뺐다. 하늘 아래 내가 마음 편히 머물 곳은 없는 듯하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서 몇 번인가 죽을 각오로 도망쳤지만 뒷덜미를 잡혀 끌려 온 뒤 포기했다. 고죠가 터무니없이 강하다 해도 나는 그런 이유로 놈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는 내가 어디에 있든 쫓아온다. 그리고 매번 고전에 던져 놓는 건 전혀 다른 공포라고 본다. 나는 주령이다. 비술사도 좋아하지 않는다. 하물며 지금 내 주변에는 주술사들뿐이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이곳 사람들, 결계, 주력, 주물, 심지어는 향 따위 마저도 내게 해가 되면 되었지 좋을 게 하나도 없다.

 "다녀왔습니다."

 "젠장, 젊구만."

 나는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뜨거운 혈기가 부담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조금 질색했다. 조금은 더 기다려 줄 마음이 생겼는지 메구미가 내 옆에 앉았다. 전혀 지친 기색이 없지만 발그레한 게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희가 부럽고 밉다. 뭐랄까⋯⋯ 꼭 질투하는 것처럼 말이야."

 "우리는 젊음을 동경하는 것을 두고 질투라고 말하지는 않아요."

 "다른 것이냐. 그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생각했다만."

 "시간에 얽매인 존재는 누구나 정해진 결말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메구미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히메지온이 군집을 이루고 있었다. 여름의 가장 흔한 들꽃 중 하나다. 그리고 메구미는 인간이 스스로를 꽃에 비유하면서도 꽃을 보며 젊다고 말하지 않는 이유는 결국 한때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동경하는 건 젊음 자체가 아닌 한때라고 생각해요. 마음 먹기에 따라 평생 간직하며 살 수도 있는 거예요."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메구미의 어깨에 기댔다. 그도 어색하게나마 내게 팔을 두르고 가볍게 손을 올려 놓았다.

 "그렇구나. 너의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바뀌었다. 역시, 네가 밉지는 않아. 꽃과 함께 지는 것만큼 사치스런 죽음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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