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구미?"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쩐지 예전보다 더 모르겠다. 나는 가만히 메구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녀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어. 알겠다, 알겠어. '기왕이면 한테 듣고 싶었는데'라고 생각한 거지? 진작 말하지 그랬냐. 들어가 줄게. 잘해 봐라." "숙제는 다 하셨나요. 아직이면 그대로 계세요. 끝내고 나서 도와드릴 테니까요. 어차피 당신도 예뻐졌다고는 말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 말을 듣고 다시 멍해졌다.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떠올렸다. 1년 전과 현재의 내 그릇은 외모랄까, 전부 바뀌었다는 것. 내 달라진 모습에 조금은 아쉬운 기분을 느꼈던 걸까. 정작 나는 익숙해져서 무감각해질대로 무감각해졌다. 그보다 꼬맹이치고는 상당히 능글맞은 대사 아닌가. 그런 말을 자연스레 떠올리다니 괘씸하면서도 귀여워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니까 할 수만 있다면 했을 거란 말이지. 벌써부터 나를 꼬시려드는 것이냐. 피는 못 속인다니까." "부탁입니다. 모르는 채로 있게 해 주세요. 저도 가끔 자신의 상상력을 억제할 수 없어서 끔찍하거든요." "안심해라, 완전히 내 짝사랑이었다." "좀 닥쳐요. 듣기 싫다고요. 저한테 모성애 비슷한 거라도 품고 계신 거라면 앞으로 제 눈에 띄지 마세요." 무서워라. 당연한 반응이다. 나도 이런 장난을 칠 때 어느 때보다 익살맞은 얼굴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메구미에게는 최악의 풍자극 아닐까. 그렇다 해도 나는 재밌으면 한다. 정직하게 말해서 상냥한 어른이 아니니까. 메구미쯤 되면 이제 와서 무슨 얘기를 한들 아프지도 않겠지. 녀석은 그저 드물게 얼굴을 찌푸리고 나로부터 고개를 돌렸다. "12년 전이었다." "덮칠⋯⋯ 아니, 잠깐. 왜 그렇게 되는데. 당신, 그때 우리 쌤이랑 사귀고 있었잖아." "글쎄, 잘 모르겠구나. 우리 사토루는 그때도 계집애들과 신나게 어울리고 다녔거든." "네? 무슨⋯⋯ 아⋯⋯ 머리가 아프네요. 바보같이, 좋아하는 남자마다 왜 그 모양이야!" 새삼스럽기도 하지만 눈앞이 아찔해지나 보다. 이제는 나를 불쌍히 여기고 있다. 그런 녀석의 여유에는 조금 놀랐다. 여유로운 만큼 냉정한 녀석이라 다른 꼬맹이들이 웃어넘길 법한 얘기에 더 날을 세우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조금은 동정할 마음이 생겼나 보구나. 다음에 내가 도망친다는 걸 알게 되어도 못 본 척 해 줄 수 있냐." "생각을 좀 해 봐야⋯⋯ 당신의 사토루는 버리든지 말든지요. 저는 왜 버리십니까. 제가 뭘 잘못했는데요." 꼬맹이를 어떻게 넋이 나가게 해 주지. 만만치 않은 녀석에게 나는 보란듯이 입술을 내밀고 능청을 떨었다. "메구미 너는 좀 더 일찍 태어나지 않은 것이 죄다. 말해 봐라, 12년 전의 그 녀석들이 너였다면 어땠을까." "묻는 것도 실례네요. 저는 아직 여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순둥입니다. 물론 애 딸린 유부남도 아니죠." "풉! 하하하!" "끝이 아닙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제 입으로 말하기도 뭐합니다만. 저 지조 있는 남자예요. 끝까지 갑니다." "나쁜 놈. 나를 기다리다 지치게 할 셈이냐." "당신에게 기다림을 강요할 생각이 없다면요." "윽. 요망한 놈 같으니. 늙은이 놀리는 데 재미 들렸구나! 나는 괜찮아도 이 계집에게는 자극이 너무 크다고!" 솔직히 가끔 메구미가 화내거나 우는 모습도 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대놓고 웃을 수는 없어서 나답지 않게 얼굴을 가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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