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아무것도⋯⋯ 아. 최근 임무로부터 수집된 자료입니다."

 교정을 지나던 중 메구미와 마주쳤다. 네모난 판자 모양 컴퓨터를 가만히 보고 있기에 다가가 말을 건넸다.

 "요즘에는 그 작은 물건 하나로 모든 것을 처리하는 모양이지."

 시대가 변하고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지금보다 주술사들의 세력이 크고 강력했던 시절에는 매일매일이 전쟁 같았고, 불안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평화로운 수준이지만, 어떤 놈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는지는 알아 두는 게 좋겠지. 이유는 어디까지나 자신을 위해서다. 조금 엿보는 것쯤은 막지 않을 줄 알았건만. 메구미가 냉큼 태블릿을 세워 보지 못하게 했다.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를 받았습니다."

 "⋯⋯."

 팔짱을 끼고 돌아서자 메구미가 뒤로 다가섰다. 꼬맹이답게 훌쩍 자라 반대로 내가 녀석을 올려다보게 됐다.

 "스즈카 씨. 고죠 쌤과 저 몰래 나쁜 일을 꾸미고 계신 건 아니겠죠. 제 눈을 보고 대답하세요."

 "자, 보고 있다. 내가 꾸미긴 뭘 꾸미냐? 누가 사제 아니랄까 봐 둘 다 의심은 많아 가지고! 흥!"

 받아주지도 않으면서 적이 되는 꼴은 못 보겠나. 관심만 보여도 이러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야 전적이 없는 건 아니다. 한때는 게토 녀석 편에 있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1년 전 일을 포함해 결정적인 사건들에 가담하지는 않았다. 그 시점에서 나는 이미 쫓겨난 사람이었고 하물며 거기 있을 때도 허구언날 마당 청소나 하는 신세였다.

 "알았다! 여긴 잘난 주술사 놈들이 득실대니까, 이런 식으로 나를 기죽이면서 괴롭히려는 거지?"

 유치하게 들리긴 해도 웃어넘길 문제가 아니다.

 "그건⋯⋯ 글쎄요.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괴롭히고 싶기도 하고 감싸 주고 싶기도 해서."

 "과연 그 스승에 그 제자로다. 웃기는 짝짜꿍이야 진짜. 어느 쪽이든 하나만 하라고! 하나만!"

 주술사들이 못살게 구는 데에는 익숙해지다 못해 무던해졌지만 얄궂게 가식을 떨지 않았다면 차라리 덜 미웠을 것이다. 나도 화풀이쯤은 하고 살아야지 마냥 참을 수만은 없으니 메구미의 엉덩이에 연속 발차기를 날렸다.

 "아픕니다. 여기까지 와서 전혀 깨달으신 바가 없는 겁니까."

 "아아?"

 "이렇게 억지부리고, 아무나 걷어차고. 무슨 뜻인지 아시죠?"

 고죠 놈 제자라는 점만 빼면, 메구미는 내게 평범한 꼬맹이일 뿐이다. 그러니 경계해 본 적도 없다.

 "설마 너,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냐? 아무리 뭐래도 그런 것까지 똑같⋯⋯ 윽, 됐어! 당장 떠날 거야!"

 두 눈이 커다래졌다. 놀라 기절하는 줄 알았다. 몸서리치며 돌아서자, 메구미가 내 팔을 확 잡아당겼다.

 "떠난다니요. 또 어디로 가시게요. 그때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이제 저도 있으니 더는 도망 못 갑니다."

 "아아아악! 징그러운 주술사 놈들아! 나 좀 내버려둬! 네놈들에게는 장난인지 몰라도 진심 소름끼친다고!"

 네 스승에게서 쓸데없는 것을 이어받지 말란 말이야. 마음속으로 부르짖고 발버둥쳤다. 그러나 꼬맹이는 키만 자란 게 아니었다. 붙잡히면 그것으로 끝이라는 것을 알기에 체념했다. 도망치는 나를 쫓아올 만큼 다리도 빨라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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