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그냥 메구미라고 불러 주세요."

 "애정을 담아 부르는 거다. 뭐가 문제냐."

 "몰라서 묻습니까. 하지 말라면 하지 마요 좀."

 "이런 건방진! 내가 계속 부르겠다면 어쩔 건데?"

 "⋯⋯."

 인간들에게는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그런 게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그 중에 하나를 말하자면 나는 그것을 껍질과 같다고 생각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은 여러 겹의 껍질로 단단히 둘러싸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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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은 인간들과 나름 원칙을 지키며 지내고 있는 자신에게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약 일 년만에 메구미와 만났던 날에도 그 껍질이라는 것이 보였다.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예의 바르구나라고 칭찬했던 것이 보름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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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구미의 경우 작년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을 들여 겨우 몇 겹의 껍질을 벗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보름 전만 해도 내게 깍듯한 녀석을 보고 앞으로 더 어려워지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인데, 이번에는 내 생각과 조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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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으로는 변한 구석이 없어 보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착각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지금 내가 과거 어느 때보다 메구미와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요즘 녀석 옆에 있는 것을 가장 편하게 느낀다.​

 "어어, 그래. 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답도 안 한다는 거지."

 "괴롭히고 있는 사람이 누군데요. 듣고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꼬맹이들의 방과후 자습 시간이었다. 가 문제집에 진땀을 흘리는 동안 나는 구경이나 할 밖에 도리가 없다. 지루하던 참에 메구미가 일어나기에 나도 잠깐 교대하고 따라나왔다. 다같이 있다가 둘만 쏙 빠져나오니 재밌네. 기분이 좋아져서 예전처럼 메구라고 불러 봤다. 그런데 좋아하는 기색이 없다. 정말이지 건방진 꼬맹이 아닌가.

 "차라리 이름은 관두고 성으로 불러 주마! 이 놈 후시구로!"

 "제가 화내는 걸 보고 싶으셨나 봐요. 이리 와요. 더 가까이."

 편하게 지내기로 했더니 이제는 격이 없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하다하다 나를 손짓으로 부르는 메구미다. 그래도 꼬맹이들 중 누구보다 나를 편하게 대하는 녀석이 귀여워서 요즘에는 이렇게 노닥거리다 투닥거리다 한다.

 "자, 왔다. 어쩔래. 꼬맹이 주제⋯⋯ 아아악! 이게 뭐야! 메구!"

 "괜찮네요. 스즈카 씨 전용 주부, 앞으로 '메구'라 부르겠습니다."

 주술사들의 물건은 무엇이든지 이게 뭐야로 시작해 혐오감으로 끝난다. 육체보다 정신적인 충격이 크달까, 내 영혼을 1부터 99까지 쥐어짜는 것 같다. 그리고 충격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뭔지 모를 전율이 남는다. 찌릿찌릿.

 주부. 즉, 부적이다. 요즘 주술사들은 제압보다는 속박하는 용도로 많이 쓴다. 원시적인데다 한두 장으로는 효과도 미비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여전히 효율적인 아이템이다. 주술사의 입장에서는 일단 체력을 쓰지 않아도 되니까.

 주부 정도는 내게 있어서도 공격 수준에 못 미치는 장난 같은 것이다. 물론 극단적인 예로써 고죠의 맴매와 비교했을 때 아무것도 아니란 뜻이지 결코 아프지 않은 게 아니다. 그리고 조금 다른 의미로 하도 당해 이골이 났다.

 "어떻습니까. 좋으면 '메구미 님 메구를 거두어 주세요'라고 말해 보세요."

 "수상하게 이상야릇한 대사구만! 젠장! 메구미 님, 메구를 거두어 주세요."

 "네, 잘했어요."

 메구미가 내 몸에서 주부를 착 떼어냈다. 이따금씩 식신을 조련하는 듯한 말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주부는 자기가 붙여 놓고 처음부터 말을 잘 듣게 만드는 게 목적이었던 것처럼 칭찬하는 이상야릇한 버릇이 진정으로 식신술사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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