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았습니까. '들어오지 마세요'라고."

 "좀 더 일찍 경고해 줬어야지⋯⋯."

 "경계심 없이 냉큼 발을 디딜 줄 누가 알았나요."

 경계심이 부족했다. 부정할 수 없다. 1분 전만 해도 나는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중이었다. 한가로이 산책을 하고 있었다. 메구미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가끔은 머리를 비울 시간이 필요하다. 목적 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고전에서는 처음 와 보는지도 모르는 낯선 장소였다. 전통식 건물 중에서도 유난히 낡아 보이는 곳에 메구미가 있었다.

 들어오지 말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늦었다. 미처 보지 못한 시메나와가 내 발목을 감았고 머리가 암전됐다.

 "나는 냄새에 이끌려서⋯⋯ 그래, 그 향 때문이다."

 "향이요? 말도 안 돼⋯⋯ 풉! 하하하! 아하하하핫!"

 웃음을 가라앉힌 메구미가 교의(交椅) 위의 향로를 집어들더니 내 앞으로 가져왔다. 세 개의 빨간 불씨에서 가느다란 연기가 춤추듯 피어올라 방안을 가득 매웠다. 향기롭다고 할 수도 없지만 제향치고는 묘하게 끌리는 냄새였다.

 "무슨 향이냐?"

 "무슨 향일까요. 4급 이하 주령을 유인할 때 씁니다."

 "뭐⋯⋯."

 "생선 굽는 냄새를 풍겨서 고양이를 부르는 것처럼요."

 비단 주술사라 불리는 인간뿐 아니라 음양사, 무녀, 그밖에 영력을 가졌다 믿는 존재들이 사찰 같은 곳에서 향을 피우는 것은 흔한 일이다. 거반 저주를 내치기 위해 하는 의식이지 불러들이기 위함이 아니다. 세이메이 이후 일부러 그런 음충한 짓을 벌이는 족속은 오직 주술사뿐이었다. 별 힘도 못 쓰는 4급 주령까지 피를 빨아먹는다.

 "이번에는 고양이보다 큰 게 잡혔네요. 이 주부 기억하시죠? 봐요, 고헤이 모양으로 접었어요."

 "하여간 네놈들 하는 짓은 일일이 열받아! 다 죽어!"

 "때리고 싶어도 힘이 들어가지 않을 거예요. 날뛸수록 더 아프고요. 가만히 있으면 풀어 줄게요."

 "내가 살다살다⋯⋯ 이런 굴욕까지⋯⋯ 대체 이게 무슨 꼴이야! 아아악! 소문내면 가만 안 둔다!"

 기억에 없는 독특한 냄새. 처음부터 의심했어야 했다. 메구미가 경고하기 전부터 불길한 예감이 꿈틀댔건만.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라니 너무해요. 주술사 매거진이 있었다면 제가 핫토픽에 올랐을 텐데요."

 "하지 말라면 하지 마아. 하다못해 고죠한테만이라도 비밀로 해 줘. 그러지 않으면⋯⋯ 내가 죽어!"

 "네, 풀었어요. 이제 괜찮아요?"

 "아프지는 않은데 아까부터 몸이 바위처럼 무거워. 일어서질 못하겠어. 여긴 대체 뭐 하는 곳이냐."

 "여긴⋯⋯ 한 번 들어오면 나갈 수 없는 방입니다. 오늘은 제가 밖으로 옮겨 드리겠지만 기억하세요."

 그럼 그렇지. 밖에서는 몰랐는데 벽이며 천장이며 여기저기 주술적 장치가 되어 있었다. 이것과 비슷한 감옥을 하나 알고 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여도 제대로 된 저항은 하기 어렵다. 이렇게 잡아서 실컷 부려먹고 버리는 건가. 잔인한 놈들. 하여간 주술사 놈들이 나쁘다. 열받는다. 메구미가 나를 안아올려 밖으로 나왔지만 여전히 부끄러워 죽을 것 같았다.

 "약속이다, 메구미. 고죠한테는 얘기하면 안 돼."

 "걱정 마세요. 약점은 나만 알고 있어야 이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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